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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e Korea" 발길 돌리는 외국인 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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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e Korea" 발길 돌리는 외국인 유학생

입력
2015.05.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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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심 강한 한국인에 실망하고

졸업 후 취업도 가물에 콩 나듯

"호감 갖고 왔는데 불쾌감만…"

학생 유입 최근 3년 연속 감소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국인 유학생 원재린(20)씨는 최근 한국 대학 입학을 포기했다. 원씨는 서울의 한 사립대 어학당에 지난해 말 입학했지만 남은 한 학기(50일 과정) 한국어 프로그램만 이수하고 귀국하려 한다. 원씨의 한국어능력시험(TOPIK) 성적은 4급. 이 대학이 입학 자격으로 요구하는 어학수준을 넘었다. 원씨는 “대학 입학을 위해 왔지만 생활하면서 한국인은 배타심이 강하고 홀대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한국 대학을 졸업해봤자 취업도 안 된다는 중국인 선배의 말도 있어 돌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2001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유치정책과 한류문화 붐이 맞물려 외국인 유학생이 15년 동안 14배나 급증(2000년 6,160명→2011년 8만9,537명)했지만 이젠 한국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최근 3년 연속 유학생 유입이 감소세에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대학정보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나타난 통계를 보면 지난해 4년제 대학 학부 과정의 외국인 유학생은 모두 2만9,964명으로 2012년에 비해 20.9%(7,957명)가 감소했다. 외국인 어학연수생(2012년 1만5,378명→2014년 1만7,453명)이 13.4%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어학연수를 해보니 유학생에 대한 기본적인 관리가 되지 않는 한국 대학과 취업문제, 외국인에 대한 한국 내 분위기에 실망해 대학 교육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부가 지난해 비공개로 진행한 ‘한국의 중국인 유학생 실태조사 및 정책제안’용역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중국인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부정적인 태도와 부족한 학사관리가 원인이 돼 “한국이 비우호적인 이미지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이 조사는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밭대, 배재대, 경북대, 전북대 등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4년제 대학에 재학중인 중국 학생 10명을 심층 면접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호감을 갖고 한국에 왔다가 오히려 불쾌감을 갖게 됐다는 게 면접 대상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조사에 응한 고려대 유학생 부모씨는 “한국 사람은 예의가 없다. 중국인에 대한 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고, 무모(전북대)씨는 “중국에 대한 인식이 아직 한 세기 전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한국에 융합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이 조사를 진행한 대학 관계자는 이 학생들의 대학 교육과 관련해 “교수들의 질적 수준은 높은 것으로 평가했지만 정보전달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등 학생들의 만족도가 낮았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졸업 후 진로를 기대할 수 없는 국가라 “영어권 국가로 옮기는 발판으로 삼으면 된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었다. 대학 졸업과 취업이 연계돼 있지 않아 한국 유학은 미국 등 선진국 학교를 진학하기 위한 징검다리밖에 안 된다는 의미다.

중국인 유학생 유치정책을 연구한 우성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원은 “통계적으로나, 외국인 유학생들의 인식으로나 양적 팽창 위주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정책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전면적인 재검토와 함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20만명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현재 외국인 유학생은 어학연수생을 포함, 9만명 수준이며 이 가운데 60%가 중국인이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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