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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 누구까지? 인건비 부담은?... 풀어야 할 4가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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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 누구까지? 인건비 부담은?... 풀어야 할 4가지 숙제

입력
2017.05.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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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쟁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이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방침은 확고하지만 350여곳 공공기관에 12만명 수준의 다양한 유형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까지는 넘어야 할 현실적 장벽, 풀어야 할 쟁점도 만만찮다.

쟁점1. 상시 업무의 범위는

문 대통령은 생명ㆍ안전과 직결된 업무나 상시ㆍ지속 업무를 하는 근로자를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꼽았다. 관건은 상시ㆍ지속 업무의 경계선이다. 정규직 전환이 시작되면 “우리도 포함돼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칠 가능성이 높다. 일단 고용노동부는 청소나 경비, 시설관리 등 비(非)핵심 업무를 맡는 비정규직도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보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통념상 청소나 경비 업무 역시 상시ㆍ지속 업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청소나 경비 근로자는 정년(60세)을 훌쩍 넘긴 고령자가 많아 직접 고용하려면 차등 정년 규정을 두거나 ‘촉탁직’ 채용 규정을 두는 등의 조치가 필요한데, 이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일회성 프로젝트를 위해 채용한 인력이나, 단시간 근로자의 경우도 해석이 갈릴 수 있다. 과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당시 ‘과거 2년간 해왔고, 앞으로 2년간 할 업무’를 상시ㆍ지속 업무의 기준으로 삼았던 것이 준용된다면 이들 상당수는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될 공산이 크다. 기간제법과 시행령에서 사용기간(2년) 제한의 예외로 둔 박사학위 소지자나 의사, 변호사, 초단시간 근로자(1주 15시간 미만 근로) 역시 정규직 전환의 예외가 될 가능성이 있다.

쟁점2. 정규직 전환 형태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희망처럼 온전한 정규직 전환은 그리 쉽지 않다. ‘동일 노동’임을 입증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거론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공공기관이 별도 직군을 만들어 비정규직이나 간접고용 인력을 직접 채용(무기계약직 전환도 포함)하는 방식, 그리고 별도 자회사를 세워 이를 통해 간접고용 인력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간접고용 비율이 큰 공공기관일수록 자회사 방식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간접고용 인력만 6,800여명으로 전체 인력의 86%를 차지하는 인천공항공사 같은 공공기관은 직접 흡수가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정규직에서 전환한 정규직과, 호봉제 적용을 받는 기존 정규직이 한 지붕 아래 있으면 임금과 복리후생 격차에 따른 갈등이 커질 수 있다”면서 “자회사를 만들면 이런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120다산콜재단’을 만들어 용역업체 소속이던 콜센터 상담 인력을 직접 고용하고, 서울메트로가 ‘서울메트로환경’이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청소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한 사례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동계 일각에선 자회사 고용은 또다른 간접고용이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고용 안정성은 높아지겠지만, 임금과 복리 등 처우는 크게 나아지기 어려울 뿐 아니라 ‘셋방살이’의 설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자회사의 존립도 상황에 따라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관련 규정에 ‘자회사라도 함부로 없앨 수 없다’고 명시해 이런 우려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쟁점3. 고용 안정만으로 될까

정부는 일단 발등의 불인 고용 불안부터 해소하고 처우 개선은 단계적으로 시행해 나갈 방침이다. 공공부문에 과도한 인건비 부담이 지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런 방식으로 고용 안정을 꾀하면서 인건비 상승 압력을 줄인 사례는 있다. 국회는 그간 도급계약 형식으로 채용했던 국회 내 청소 노동자들을 지난해 직접 고용으로 전환했는데, 올해 관련 예산은 평년 수준 임금인상분을 제외하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가 인건비 부담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 공공기관 내에 새로운 직군을 만들거나 자회사 채용을 할 때 전환 조건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는 불가피하다. 정규직에 비해 현격히 나쁜 조건으로 전환을 하는 경우 두고두고 족쇄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 계열사인 한전KPS의 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무기계약직이 되거나 기존 정규직과 다른 임금테이블이 적용되는 방식으로 고용 안정이 이뤄지더라도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쟁점4. 신규채용에 영향 줄까

비정규직 제로 시대에 대해 사측이 가장 우려하는 건 고용 경직성이다. 한 준정부기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용역업체를 고용하고 있는 콜센터 인력을 자회사로 전환하거나 직접 고용을 하게 되면, 당장은 인건비 상승이 없다 해도 경영 실적 악화 시 인력 감축이 어려워져 미래의 부담이 커진다”며 “예산 지원이 없으면 신규채용이 다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공공부문 신규채용은 정부 의지만 있으면 가능할 수 있지만, 이는 공공기관 재정 부담과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 또 다른 쪽에서는 가뜩이나 부수기 힘든 공공기관의 ‘철밥통’이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한다. 그러나 이상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저질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될 수는 없는 만큼 정규직 전환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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