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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ㆍ이혼 사이 중간지점 없다”… 말잔치로 끝난 EU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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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ㆍ이혼 사이 중간지점 없다”… 말잔치로 끝난 EU정상회의

입력
2016.06.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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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ㆍ프랑스 “영국 과실 따먹기 차단”

영국은 “EU 이민정책 실패 때문” 맞서

융커 위원장 “숙고할 시간 없다” 압박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브뤼셀=AFP 연합뉴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브뤼셀=AFP 연합뉴스

유럽 각국 정상들이 28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리서 만나 머리를 맞댔지만 별다른 성과를 도출하지는 못했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EU 주요국 정상들은 “영국의 ‘과실 따먹기’는 차단하겠다”고 단언했고, 영국은 “브렉시트 결정이 나온 원인은 EU의 이민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맞서며 각자의 입장만 재확인했다. 첫 대면이 말의 성찬으로 끝나면서 EU와 영국의 관계설정을 위한 향후 협상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캐머런 총리가 자리를 비운 29일 회의에선 나머지 27개국 정상들이 영국이 자유로운 이동에 대한 규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단일시장 접근 권한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데 합의했지만 영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뚜렷한 성과라는 평가는 나오지 않고 있다.

“대가 치르지 않는 EU 탈퇴는 없다” 압박

사실상 EU의 좌장이 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잇따라 열린 EU정상 만찬과 정상회의 석상에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영국의 꼼수를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메르켈 총리는 “영국은 혜택만 누리고 탈퇴의 비용을 치르지 않기를 바라선 안 된다”며 “‘과실만 따먹기’는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결과를 되돌릴 방법은 없다. 희망을 생각하며 낙관하기엔 시간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리스본 조약 50조(EU 탈퇴서를 내면 2년 간 협상한다는 내용)에 따른 탈퇴서 제출 등 빠른 대응을 촉구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거들었다. 그는 “영국이 EU와 미래 관계에서 유럽 대륙 간 자유이동 등 혜택만 꼽아 누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영국이 EU 단일 시장의 한 부분이 되고자 한다면 매우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영국과 회원국 모두에게 브렉시트 투표 이후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지 않도록 ‘포스트 브렉시트’ 정국에 재빨리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회원국들의 탈퇴 도미노를 우려하며 “우리는 숙고할 시간이 없다”며 “속도를 높이고, 곧장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융커 위원장은 연설을 하면서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불어와 독어만 사용해 브렉시트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자비에르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는 풍부한 은유로 현 상황을 정확히 꼬집었다. 그는 “영국과 EU 관계 형태 중에는 결혼과 이혼만 있을 뿐 중간지점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U 회원국 정상들의 집중 공격 탓인지 이날 만찬에 참석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EU가 예견된 위기 도달” 근심ㆍ통탄도

반면 영국에 대한 연민과 EU의 미래에 대한 근심을 털어놓는 정상도 적잖았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회의 후 취재진을 만나 “영국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결정된 뒤 아주 친한 누군가 집을 떠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 집이 내게 얼마나 포근하고 소중한지 깨닫는 계기였다”고 덧붙였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도 회의에서 “EU는 민주주의 결핍과 사회적 통합 부재로 예견된 위기에 도달했다”며 “브렉시트를 결정지은 영국의 국민투표 결과가 유럽을 깨우는 경종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U 의장국인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테 총리는 통합 체제가 붕괴하지 않기 위해선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뤼테 총리는 “영국이 정치ㆍ재정ㆍ경제적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기 전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29일 투스크 상임의장도 “먼지가 가라앉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영국의 협상 개시 고삐를 늦추자고 제안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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