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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은 젊었다'... 메탈리카와 내달린 1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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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은 젊었다'... 메탈리카와 내달린 120분

입력
2017.01.1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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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헤비메탈 그룹 메탈리카가 11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네 번째 내한공연을 가졌다. A.I.M 제공
세계적인 헤비메탈 그룹 메탈리카가 11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네 번째 내한공연을 가졌다. A.I.M 제공

검은색 털모자를 아무렇게나 눌러쓴 중년 남성이 드럼 스틱을 양손에 쥔 순간, 천둥소리가 고막을 두드렸다. 예정보다 30분이나 늦어진 탓에 기대감이 무료함으로 바뀌려던 찰나 이 세계적인 그룹은 분위기를 일순간 반전시켰다. 힘이 넘치다 못해 폭발할 것만 같은 드러밍과 날카롭게 귀를 파고드는 기타 선율에 로커의 묵직한 목소리가 더해졌다. ‘하드와이어드’(Hardwired). 11일 오후 9시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 무대에 오른 헤비메탈의 전설 메탈리카가 선보인 첫 곡이었다. 이윽고 헤비메탈의 전설은 120분 동안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를 쉴 틈 없이 쏟아냈다.

1998년, 2006년, 2013년에 이어 벌써 네 번째 내한공연이다. 멤버들은 어느새 쉰을 훌쩍 넘겼지만 록 밴드만이 뿜어낼 수 있는 폭발적인 에너지는 30여 년 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몸에 꽉 맞는 티셔츠로 자신의 건재함을 표현한 제임스 헷필드(54 ㆍ보컬 겸 기타)는 3년 여 만에 마주한 열성 팬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메탈리카 친구들이여. 새로운 곡과 오래된 곡을 들고서 우리가 다시 서울에 왔다.” 록 정신으로 무장한 채 운집한 1만8,000여 명의 함성이 이어졌다.

메탈리카의 보컬 제임스 헷필드가 과거 히트곡과 지난해 발표한 신곡을 선보이고 있다. A.I.M 제공
메탈리카의 보컬 제임스 헷필드가 과거 히트곡과 지난해 발표한 신곡을 선보이고 있다. A.I.M 제공

지난해 11월 10번째 정규앨범 ‘하드와이어드… 투셀프-디스트럭트’(Hardwired… To Self-Destruct)를 발표한 메탈리카는 올해 아시아 투어 국가 중 한국을 가장 먼저 찾았다.

두 번째 곡 역시 새 앨범 수록곡 ‘아틀라스 라이즈!’(Atlas, Rise!) 였다.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숨이 가쁜 와중에도 관객들은 발표된 지 불과 두 달여 밖에 안 된 타이틀 곡을 그대로 따라 불렀다. 무대 중앙에 설치된 5단 LED 대형화면 속에 헷필드와 커크 해밋(55ㆍ기타), 로버트 트루히요(53ㆍ베이스), 라스 울리히(54ㆍ드럼)의 포효하는 얼굴이 번갈아 담길 때마다 관객들의 헤드뱅잉도 점점 거칠어졌다.

‘새드 벗 트루’(Sad But True) ‘하베스트 오브 소로’(Harvester of Sorrow) ‘더 포 홀스맨’(The Four Horsemen) 등 과거 헤비메탈 팬들을 열광시켰던 전설의 히트곡들이 이어졌다.

머리카락을 여러 갈래로 땋아 길게 늘어뜨린 트루히요는 자신의 베이스를 마치 타악기로 착각한 듯 두드리며 흥겨운 연주를 선보였다.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신명 나게 연주한 베이스 선율에 관객들이 환호하자 그는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로 화답하기도 했다.

한 시간쯤이 흘렀을까? 해밋의 구슬픈 기타 소리에 관객들은 직감했다. 이 그룹의 4번째 앨범 ‘앤드 저스티스 포 올’(...And Justice for All)에서 전쟁의 잔혹함을 역설한 ‘원’(One)이 이어질 거라는 걸. 그리고 8분 여 뒤, 관객들은 이 쓸쓸한 느낌의 명곡에 숨죽일 틈도 없이 양팔을 흔들기 시작했다. 메탈리카의 전성기를 대변하는 곡 ‘마스터 오브 퍼페츠’(Master Of Puppets)의 시작이었다.

관객들은 이른바 ‘떼창’으로 돔 구장을 메웠다. 기타 리프를 허밍으로 합창하기도 한 이 열정적인 팬들은 노래 중간 ‘마스터’란 부분이 나올 때마다 더욱 목청을 높여 고척돔을 뒤흔들었다. 해밋이 자신의 기타를 발로 연주하며 익살스런 표정을 지어 보이자 관객들도 흥을 감추지 못 한 채 더 격렬하게 뛰어 올랐다.

앙코르곡 ‘엔터 샌드맨’(Enter Sandman)을 끝으로 2시간 여의 헤비메탈 축제가 막을 내렸다. 그럼에도 헤비메탈에 한껏 취한 관객들은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경기 수원시에서 혼자 공연장을 찾았다는 회사원 이헌준(40)씨도 그 순간만큼은 20대 스쿨밴드를 하던 때로 돌아간 듯 하다고 했다. “젊다는 느낌, 살아있다는 느낌이 바로 이런 거죠.”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커크 해밋이 기타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A.I.M 제공
커크 해밋이 기타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A.I.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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