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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삼풍 악몽이… 지진에 두부처럼 으스러진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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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삼풍 악몽이… 지진에 두부처럼 으스러진 빌딩

입력
2016.02.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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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이난시 융캉구 웨이관진룽 빌딩이 지난 6일 새벽 발생한 지진으로 무너졌다. 대만소방당국이 무너진 잔해더미를 치우는 모습. 신화망
대만 타이난시 융캉구 웨이관진룽 빌딩이 지난 6일 새벽 발생한 지진으로 무너졌다. 대만소방당국이 무너진 잔해더미를 치우는 모습. 신화망

춘제(春節ㆍ설) 연휴를 삼킨 대만 동남부 지진은 ‘두부빌딩’ 붕괴라는 인재로 인해 사상자 수가 급격히 늘었다. 특히 이 빌딩의 붕괴는 20여년 전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연상케 했다.

웨이관진룽 ‘두부빌딩’ 붕괴… 사상자 수백명

10일 대만 중앙재해대책센터에 따르면 지난 6일 새벽 규모 6.4의 강진이 발생한 뒤 사망자는 46명으로 늘었고 실종자도 100여명에 달했다. 중국과 대만 현지언론들은 ‘구조 골든타임’이랄 수 있는 72시간이 지난 상황이라 사상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지진으로 타이난(台南)시에서만 9개 건물이 붕괴됐는데, 특히 사망자의 대부분인 44명이 융캉(永康)구의 한 주택단지 내에 있는 4채의 ‘두부빌딩’에서 희생된 것으로 확인돼 대만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문제의 빌딩은 지진 발생 이후 현지 매체가 두부 붕괴에 비유했던 웨이관진룽(維冠金龍) 빌딩이다. 주상복합건물인 이 빌딩은 모두 4개 동으로 구성됐고, 각 동마다 16∼17층으로 이뤄졌다. 대만 ETTV(東森新聞)는 “웨이관진룽은 지어진 지 22년밖에 안된 건물인데 (지진이 발생한 뒤) 제1동이 가장 먼저 무너졌고 나머지 3개 동도 두부가 무너지듯 붕괴했다”고 전했다.

웨이관진룽 빌딩이 인재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무너진 벽 안에서 식용유통 등 양철깡통들이 무더기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또 일부 건물 기둥 중심에는 스티로폼이 들어가 있었고, 주변 철근의 두께도 기준치에 미달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바로 이웃한 주변 건물들 중에서는 붕괴하거나 크게 부서진 사례가 없다는 점도 부실 시공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타이난 검찰은 전날 빌딩 건설업자인 린밍후이(林明輝) 전 웨이관건설 사장 등 3명을 체포해 조사한 뒤 이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대만중앙통신(CNA) 등이 전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부상자는 600여명에 달하고, 100여명은 여전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춘제 연휴기간 중에도 소방대원ㆍ경찰 등 4,600여명의 구조인력이 생존자 수색작업을 벌였고, 사고 발생 61시간만에 8세 소녀를 극적으로 구조하는 등 이날까지 320여명을 구조했다.

삼풍百 붕괴 닮은 꼴… 화 키운 안전불감증

대만에서는 1990년대 초 웨이관건설이 자금난 때문에 웨이관진룽 빌딩을 제대로 짓지 못했다는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웨이관건설이 이 빌딩을 짓다가 도산했다는 소문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웨이관건설은 이 주상복합빌딩을 짓던 중 심각한 자금 문제에 봉착해 겨우 공사를 끝마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현지 매체들은 1999년 2,400여명의 사상자를 낸 9ㆍ21 대지진 당시 웨이관진룽 빌딩이 부실위험 진단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미 17년 전에 위험하다는 경고를 받았는데도 장기간 이 건물이 별다른 제재도 받지 않은 채 유지돼온 경위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은 1995년 전 국민을 경악과 분노로 몰아넣었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연상케 한다. 불과 20초만에 지상 5층부터 지하 4층까지가 모두 무너지며 502명이 숨졌고 937명이 다친 이 사고는 결국 부실시공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4층으로 설계된 건물은 5층으로 불법 증축되었고 벽과 기둥은 기준보다 약하게 지어졌다. 이 과정에서 행정당국과 백화점 경영진은 검은 거래로 한 배를 탔다. 사고 당일에도 천장이 내려앉는 등의 붕괴 징후가 있었지만, 백화점 경영진은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타이난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도 웨이관진룽 빌딩에 대한 부실시공 의혹은 갈수록 증폭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베이징=양정대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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