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푸틴 32개항 공동성명
철도ㆍ전력망ㆍ가스관 연결 등 협력
습관성 지각 푸틴, 50분이나 늦어
23일 월드컵 멕시코전 관람후 귀국
러시아 국빈 방문 이틀째인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32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두 정상은 한러 서비스ㆍ투자 분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착수 등 한러 간 실질협력 증진 방안에 합의했다.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으로 급물살을 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과정에서 러시아가 건설적 역할을 한다는 데도 공감대를 이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모스크바 크레믈린 대궁전에서 푸틴 대통령과 취임 후 세 번째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앞서 지난해 7월 독일 함부르크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9월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에서 양 정상은 회담을 가진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대선에서 승리해 5월부터 4번째 임기를 시작한 상태다.
한러 정상은 먼저 최근 한반도 정세 변화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한반도 평화, 나아가 유라시아 공동번영을 위해 협력한다는 데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러시아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푸틴 대통령도 한국의 주도적 노력을 평가하며 협력을 약속했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러시아는 항상 한반도 정상 간 대화를 지지해 왔다”며 최근 한반도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과 내가 추진하는 신북방정책 간 공통점이 매우 많기 때문에 양국이 협력할 때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화답했다.
한러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 발전 방안도 논의됐다. 두 정상은 ‘2020년까지 교역액 300억 달러, 인적 교류 100만명’ 목표 달성을 위해 ▦혁신플랫폼 구축 ▦첨단과학기술 및 정보통신기술(ICT) ▦‘9개 다리(가스, 철도, 항만 인프라, 전력, 북극항로, 조선, 일자리 창출, 농업, 수산)’ 중심 유라시아ㆍ극동 개발 ▦원격의료 같은 보건ㆍ의료 분야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러시아를 포함한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회원국과의 경제협력 기반 강화를 위해 우선 한러 FTA 서비스ㆍ투자 분야 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 절차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EAEU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키르기즈스탄, 아르메니아 5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두 정상은 또 한러 수교 30주년이 되는 2020년을 ‘한러 상호교류의 해’로 지정했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는 19년 만에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문 대통령을 공식 환영식, 국빈 만찬으로 환대했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 상습 지각으로 악명 높은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 환영식에도 예정보다 50여분 늦게 나타나는 결례를 범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문 대통령은 모스크바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러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경제인 참석자 280여명에게 “남·북·러 3각 협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북한의 참여를 위해 미리 준비 하자고 말씀드렸는데, 지금이 적기”라며 “경제인들이 나서주면 한국 정부가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3일 로스토프나도누로 이동, 월드컵 한국-멕시코전을 관람하며 응원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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