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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와 선물 실랑이 안 해도 돼” “교사가 접대 받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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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와 선물 실랑이 안 해도 돼” “교사가 접대 받는 사람?”

입력
2016.07.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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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 교사들, 김영란법 갑론을박

대다수 촌지문화 근절 환영 분위기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사립학교 교원을 공직자에 포함시킨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28일 내려진 뒤 사립학교 교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학부모를 상대하기 한결 편해졌다는 의견이 대다수인 가운데 교육 현장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다수 사립학교 교사들은 헌재의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내 자식만 빈 손이면 어쩌나” 하는 학부모들이 가져오는 크고 작은 선물 때문에 불편한 실랑이를 할 일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서울 한 사립초 교사 윤모(32)씨는 “스승의날, 사은회 행사 날이면 중ㆍ고가의 화장품이나, 홍삼, 기프티콘 등을 ‘성의’라면서 막무가내로 건네는 학부모들과 이를 거절하는 교사들 사이에 한바탕 전쟁이 일어난다”며 “김영란법에 우리가 포함 됐으니 반 학생들에게 아예 ‘선물 금지’ 원칙을 다시 한번 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신중 교사 천승일(52)씨는 “교원단체에서 교직윤리헌장을 제정하는 등 노력 끝에 교육 현장이 깨끗해지고 촌지 문화가 사라졌지만 공익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차원에서 헌재 결정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사학 공공성 강화와 사학 비리 척결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며 헌재 결정을 반기는 성명을 냈다. 김용섭 전교조 부위원장은 “김영란법은 음지에 일부 남아 있는 일탈적인 촌지 행위까지 근절할 수 있는 법”이라며 “대다수 교사들이 찬성의 뜻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의 촌지 문화가 대부분 없어졌다고 하지만 서울 사립 계성초에서는 불과 2년 전인 2014년 한 교사가 “아이를 잘 부탁한다”는 청탁을 받고 학부모로부터 460만원어치 선물을 받았다가 이달 초 실형을 선고 받았다.

법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 배재고 교사 노희창씨는 “업무상 식사자리 등이 많은 공무원과 달리 학교에서는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식사를 하는 일, 5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는 일 자체가 매우 예외적이고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라며 “김영란법이 오히려 극성인 일부 학부모들에게는 ‘학교 갈 때 5만원까지는 들고 가야 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 교사는 “사립 교사를 선물 받고 접대 받는 사람으로 전제한 것 역시 자긍심을 가지고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라며 “교사를 포함시키려면 선물은 아예 ‘0원 원칙’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학교마다 합헌 결정을 대하는 태도도 달랐다. 서울 관악구 사립고 교사 김모(56)씨는 “우리 학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이 많아 학부모들이 음료수 이상의 선물을 가져오는 경우가 없다”며 “솔직히 ‘강 건너 불 구경’이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천승일 씨는 “상대적으로 학부모의 교육열과 경제 수준이 높은 강남 8학군 교사들이 본의 아니게 김영란법의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 관련 매뉴얼과 행동 지침을 정확하게 내려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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