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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 자치권 박탈" 최악 충돌 위기 치닫는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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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 자치권 박탈" 최악 충돌 위기 치닫는 스페인

입력
2017.10.2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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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호이 총리, 헌법 ‘핵 조항’ 발동

자치정부 수반 등 내각 해임 명령

카탈루냐 “사실상 쿠데타” 반발

바르셀로나서 45만명 시위

21일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헌법 155조를 근거로 카탈루냐 자치권 박탈 및 자치정부 내각 해임을 예고하고 있다. 마드리드=EPA 연합뉴스
21일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헌법 155조를 근거로 카탈루냐 자치권 박탈 및 자치정부 내각 해임을 예고하고 있다. 마드리드=EPA 연합뉴스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21일 라호이 총리의 자치권 박탈 선언에 맞서 방송 연설을 하고 있다. 바르셀로나=EPA 연합뉴스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21일 라호이 총리의 자치권 박탈 선언에 맞서 방송 연설을 하고 있다. 바르셀로나=EPA 연합뉴스

지난 1일 카탈루냐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계기로 시작된 스페인 중앙정부와 카탈루냐 지방정부의 신경전이 대치 20여일만에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았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카탈루냐 정부의 자치권을 박탈하는 ‘155조 발동’을 결단함에 따라 스페인은 프란시스코 프랑코 파시스트 독재에서 벗어난 1977년 이래 최대 헌정위기를 맞게 됐다. 라호이 총리의 결정은 사실상 현 자치정부와 대화의 가능성을 배제한 셈이라 자칫하면 중앙과 지방의 정면충돌로 이어질 전망이다. 자치권 박탈에 격분한 카탈루냐 주도 바르셀로나 시민 45만여명은 주말 동안 중앙정부에 맞서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라호이 총리는 21일(현지시간) 특별 국무회의를 소집한 뒤 스페인 역사상 최초로 헌법 155조, 이른바 ‘핵 조항’ 발동을 의결했다. 155조는 “자치정부가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국익을 심각하게 침해할 경우 중앙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모든 조치를 동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라호이 총리는 이를 바탕으로 독립 주민투표를 주도한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을 포함한 지방내각의 전원 해임을 명령했다. 카탈루냐 정부와 지역의회는 잔류하지만 라호이 총리는 사회당과 시민당 등 야당과 협력해 6개월 이내 지역의회 선거를 다시 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실상 이 6개월 동안 카탈루냐는 스페인 중앙정부의 직접 통치를 받게 된다.

카탈루냐는 자치권 박탈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푸지데몬 수반은 이날 TV연설에서 라호이 총리의 결정을 1930년대 카탈루냐 독립운동을 짓밟고 자치권을 박탈한 군부독재자 프랑코에 빗댔고 “(라호이 총리가) 자치정부와 우리 민주주의를 없애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르메 포르카델 카탈루냐 지방의회 의장도 “사실상의 쿠데타”라고 규탄했다.

라호이 총리의 155조 발동 선언은 27일로 예정된 스페인 상원의회 표결에서 통과돼야 효력을 얻는다. 여당인 스페인 국민당이 상원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에 투표 자체는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푸지데몬 수반은 라호이 총리의 계획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의회에서 155조 발동을 재논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현실적으로 상황을 뒤집기는 힘들다. 유럽연합(EU)과 주변국이 공식 불개입을 선언했기에 해외의 중재도 기대할 수 없다. 스페인 정치전문 온라인저널 ‘폴리티콘’의 편집장 조르제 갈린도는 카탈루냐 독립파가 중앙정부가 요구하는 차기 선거에 참여해 독립파의 지지를 재차 결집하거나 아니면 아예 선거를 보이콧하고 기존 자치정부를 유지하는 두 길 중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실제로 카탈루냐의 행정ㆍ치안 등 기능을 접수하는 과정은 카탈루냐측의 반발로 원만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1일 주민투표 때처럼 중앙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강제로 자치권을 접수하려 들 경우, 카탈루냐가 ‘일시 유예’한 독립선언을 발표하는 등 양측이 정면충돌하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 과거 독립 지지자였으나 이달 주민투표 전후에는 독립선언 시기상조론을 폈던 아르투르 마스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카탈루냐인들이 자치권 박탈을 위한 조치를 손 놓고 바라보고 있을 리 없다”며 중앙정부의 억압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21일 바르셀로나 시내에 운집한 시민들 가운데 한 여성이 카탈루냐 자치정부 푸지데몬 수반의 연설을 듣기 위해 휴대폰을 귀에 대고 있다. 바르셀로나=AP연합뉴스
21일 바르셀로나 시내에 운집한 시민들 가운데 한 여성이 카탈루냐 자치정부 푸지데몬 수반의 연설을 듣기 위해 휴대폰을 귀에 대고 있다. 바르셀로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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