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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판에 2000원대까지… 산란계 공급과잉에 계란값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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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판에 2000원대까지… 산란계 공급과잉에 계란값 폭락

입력
2018.03.29 16: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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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여파에 물량 부족 심해지자

농가들 앞다퉈 사육량 늘려

산란계 40%가 지난해부터 사육

자율 감축 등 동참 기대 어려울 듯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의 한 마트에서 계란 한판(30개)을 2,625원에 팔고 있다. 독자 제공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의 한 마트에서 계란 한판(30개)을 2,625원에 팔고 있다. 독자 제공

계란 값이 연일 하락세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계란 한 판(30개) 평균 가격은 4,441원이었다. 1년 전(7,416원)에 비해 3,000원 가까이 싼 가격이다. 최근 5년 간 평년 가격(5,911원)과 비교해도 1,470원이나 저렴하다. 특히 설 연휴 이후 계란 가격 하락세는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심지어 계란 한판을 2,000원대에 파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계란 1개당 평균 생산 가격이 97원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생산 원가 이하로 계란이 팔리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될 때 계란 값이 1만원까지 뛴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계란 값이 떨어진 이유는 공급 과잉 때문이다. 2016년 말 발생한 AI 여파로 산란계(알 낳는 닭) 2,518만마리(사육 규모 대비 36%)가 살처분되면서 양계농가들은 대부분 사육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사이 계란 값이 치솟고 물량 부족으로 해외에서 계란을 수입해 오는 상황까지 치닫자 농가들은 앞다퉈 사육 물량을 늘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사육이 시작된 산란계 병아리는 1,395만마리로, 전년 대비 24.4%나 증가했다.

문제는 산란계가 너무 많아졌다는 데 있다. 현재 전국에서 사육되고 있는 산란계는 사상 최대 규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산란계는 7,270만마리로, 198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다. AI가 확산되기 전인 2016년 4분기 7,104만마리였던 산란계가 지난해 1분기 5,160만마리까지 줄었다가 다시 이전 규모도 웃도는 수준까지 늘어난 것이다.

생산자단체는 소규모 농가들의 도산을 막기 위해 다음달부터 사육 규모 자율 감축에 돌입하지만 실효성이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10만마리 이상 키우는 농가들을 중심으로 14개월 이상 자란 닭들은 자율적으로 처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사육되는 산란계 중 40% 가까이가 지난해부터 사육되기 시작해 6~13개월 밖에 안 된 닭들이다. 한창 알을 많이 낳는 생산성이 좋은 시기여서 농가들이 자율 감축에 동참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물가당국에서도 손 쓸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통상 배추, 양파 등 농산물은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하면 해당 품목 주산지에 보조금을 투입해 생산물을 폐기하는 식으로 수급 조절을 한다. 그러나 살아있는 가축에서 생산물이 매일 나오는 산란계에 이 같은 방법을 쓰기는 쉽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우선 농가들의 자발적 감축 결과를 지켜보고 재정 투입 여부 등 세부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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