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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왕, 미국 장관도 조세회피처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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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왕, 미국 장관도 조세회피처 이용

입력
2017.11.06 09:3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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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자본, 쿠슈너 관련기업 통해 미국 IT업체로” 의혹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등을 비롯한 미국 내각 주요 인사들이 복잡한 자본 네트워크를 통해 조세회피처에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음이 폭로됐다. 특히 로스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위가 소유한 에너지 기업에 투자해 거액의 수익을 얻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러시아의 자본이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으로 들어간 정황도 포착됐다.

지난해 파나마의 로펌 모색 폰세카의 고객목록 ‘파나마 페이퍼’를 공개한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은 국제탐사보도언론협회(ICIJ)를 통해 96개 언론과 공조해 ‘패러다이스 페이퍼’를 분석, 5일(현지시간) 공개했다. 파일 1,340만개, 총용량 1.4테라바이트에 이르는 ‘패러다이스 페이퍼’는 조세회피처로 분류되는 국가 19개에 발을 걸친 국제로펌 ‘애플비’의 고객 자료에 ICIJ가 붙인 이름이다. ‘애플비’는 2개 업체로 분할 운영됐다가 지난해 신탁부문이 ‘에스테라’로 분리됐다.

패러다이스 페이퍼를 분석한 미국 언론에 따르면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영국에 본사를 둔 해운회사 ‘네비게이터’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네비게이터는 러시아 석유화학기업 ‘시부르’에 자본을 투자해 2014년부터 6,800만달러 수익을 얻고 있다. 시부르는 푸틴 대통령의 사위 키릴 샤말로프 등 친척과 측근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었다. 로스는 2014년까지 네비게이터 이사회의 일원이었으며 상무장관 취임 후에도 여전히 네비게이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러시아 국영기업이 IT기업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 수백만달러를 투자했으며, 중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의 측근인 유대계 러시아인 기업가 유리 밀너가 관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수사를 진행하며 트럼프 일가를 조준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사유자본도 케이먼섬 국적의 비공개 펀드에 투자된 것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2004년과 2005년 여왕의 개인자금 관리 역할을 맡고 있는 랭카스터공국은 여전히 이 펀드에 자금을 보관 중이다. 여왕의 자금 가운데 일부는 소매회사 브라이트하우스에 12년간 투자됐는데, 이 기업은 고객들에게 높은 이율을 부과해 착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업체다. 공국은 “브라이트하우스 등에 대한 투자 사실을 몰랐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명단에 오른 미국 정치권 인물로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이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측근 스티븐 브론프먼도 케이먼섬 신탁에 수백만달러를 이동시키는 데 관여했음이 드러났다. 미국 IT기업 애플과 의류기업 나이키 등도 역외기업을 보유해 조세회피를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패러다이스 페이퍼’의 출처 기업인 애플비는 “지난해 정보유출이 있었던 사실이 파악됐다”며 문건의 내용을 사실상 인정했지만 “우리 기업이나 고객측에서 불법적인 행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이 다국적기업을 압박할 목적으로 역외 탈세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패러다이스 페이퍼’의 파문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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