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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급해 어설펐던 혼종견 ‘가람이’ 구조기

입력
2018.05.1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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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되어주세요] 166. 다섯 살 추정 혼종견 ‘가람이’

"나 깜찍해요?" 눈을 찡긋 감은 가람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나 깜찍해요?" 눈을 찡긋 감은 가람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가람이(5세 추정ㆍ수컷)를 처음 본 지 벌써 4년이 흘렀습니다. 기자는 당시 추석 명절에 부산을 방문했는데 우연히 작은 체구에 옅은 베이지색 털을 가진 강아지가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한참을 보니 강아지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쫓아가기도 하고, 또 집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했습니다. 길 위에 고인 물을 마시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유기견을 발견하면 어디다 신고를 해야 하는지, 또 보호소에서는 유기동물들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흔한 목줄도 없고 또 그대로 두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알고 지내던 동물보호단체 활동가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주인을 찾아줘야 하니 구청에 신고를 먼저 해야 한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구청 직원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강아지의 뒤를 계속 쫓았습니다. 강아지는 근처 가람중학교에 들어갔고 급한 대로 멀리 가지 못하게 하려고 ‘가람이’라고 이름을 불렀습니다. 처음에는 얌전해 보였는데 운동장을 도는 모습을 보니 놀기를 좋아하고 장난끼도 많아 보였습니다.

4년 전 부산의 한 주택가에서 발견 당시 가람이.
4년 전 부산의 한 주택가에서 발견 당시 가람이.

명절이다 보니 유기동물 담당이 아닌 당직을 서던 연세가 있으신 직원이 도착했습니다. 작고 낡은 철장을 가져왔는데 강아지를 잡아본 적이 없다며 기자에게 강아지를 잡아달라고 했습니다. 가람이와 실랑이 끝에 40분 가량이 지나서야 겨우 철장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람이가 도망가지 않은 것도 신기하고 또 워낙 순한 성격이라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가람이를 구청으로 보낸 후,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에 상담을 청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 활동가는 당시 북구 보호소의 유기동물 폐사율이 45%나 되니 구청에서만 허락을 해주면 부산지부에서 가람이를 병원으로 데려가 상태를 확인하고 치료와 입양을 돕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구청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며 거절을 했습니다. 구청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했던 건 아니지만 열악하다는 보호소에서 가람이가 잘 버틸지 걱정이 컸던 게 기억이 납니다.

활동가를 보자 환하게 웃고 있는 가람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활동가를 보자 환하게 웃고 있는 가람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남은 방법은 주인을 찾아주는 공고기간인 열흘을 기다리는 것뿐이었습니다. 주인이 나타나면 제일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신고자에게 우선 연락을 주겠다는 구청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열흘이 지나고 부산으로 내려가 가람이를 보호소에서 데리고 나왔습니다. 가람이는 사람을 보자마자 꼬리를 흔들며 반겼습니다. 동물병원으로 데려가 심장사상충(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반려동물의 주요 기생충 질환) 등 간단한 검사를 했는데 다행히 건강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구조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모든 동물을 사설 보호소가 맡아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구조자가 입양을 하든 새 가족을 찾아주든 해야 합니다. 당시에는 그런 상황도 모른 채 걱정과 행동만 앞섰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사정을 들은 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는 어렵게 가람이를 위한 한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사실 가람이가 버림 받은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집을 나온 건지, 잠깐 외출을 했던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냥 집을 잘 찾는 강아지가 아니라면 집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교통사고 등 여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마당에서 키우는 반려견이라도 이름표라도 해주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환하게 웃고 있는 가람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환하게 웃고 있는 가람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보호단체 덕분에 가람이는 활동가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호소에서만 보낸 지 이제 4년이 다 되어갑니다. 사람을 잘 따르고 애교가 무척 많지만 다른 개들에게 시샘도 있는 편이라 활동가들은 가람이만을 예뻐해 줄 가족이 나타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아련한 눈빛과 함께 가람이의 가장 큰 특징은 가람이 특유의 우는 소리를 낸다는 겁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지나가면 관심을 받고 싶어서 자기 좀 쳐다보라고 내는 소리라고 해요. 건강상태는 특별히 문제 없지만, 걷는 모양이 조금 불편해 보입니다. 엑스레이 촬영을 해보니 오래 전에 골반을 다쳤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심하지는 않지만 슬개골 탈구 현상이 있어 높은 곳을 뛰어 오르내리는 것만 주의시키면 된다고 합니다.

애교도 많고 다른 개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준비된 반려견입니다. 올해 추석 명절은 가람이가 길 위나 보호소가 아닌 따뜻한 가정에서 지내길 바랍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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