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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하나로 세계시장 장악… “사람과 닮은, 도움 되는 로봇 만들 것”

입력
2017.05.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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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 기능 하는 부품 ‘액추에이터’

사람처럼 유연한 움직임 가능케

작년 세계 수출 150억원 매출

“5년 내 생활 로봇 시대 올 것

완성체 생활용 로봇 생산 준비 중”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가 자체 제작한 로봇 OP2와 악수하고 있다. OP2는 두발 걷기, 색깔 구별, 스스로 일어나기 등 여러 기능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류효진 기자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가 자체 제작한 로봇 OP2와 악수하고 있다. OP2는 두발 걷기, 색깔 구별, 스스로 일어나기 등 여러 기능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류효진 기자

가만히 서 있던 로봇이 빨간 공을 발견하자 사람처럼 두 발로 걸어 공 옆으로 다가간다. 일부러 로봇을 밀어 쓰러뜨려도 스스로 일어나 다시 공 쪽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국내 로봇제작업체 로보티즈가 만든 휴머노이드 OP2가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이다. 로보티즈가 자체 제작한 액추에이터(동력구동장치)를 기반으로 설계돼 이런 움직임이 가능하다.

액추에이터는 사람으로 치면 관절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로봇이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이 부품은 블록과 같아서 어떻게 조립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양의 로봇 제작이 가능해 교육ㆍ연구용 로봇제작에도 많이 활용된다. 로보티즈는 지난해 액추에이터를 전세계에 수출해 1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12일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서 만난 김병수(48) 로보티즈 대표는 “로보티즈 액추에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창작 로봇이 전세계에서 제작되고 있다”며 “아직 글로벌 액추에이터 시장이 크게 형성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보티즈가 제작한 액추에이터. 사람의 관절과 같은 역할을 해 로봇이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블록처럼 다양한 조립이 가능해 창작 로봇의 기본 부품으로 활용된다. 로보티즈 제공
로보티즈가 제작한 액추에이터. 사람의 관절과 같은 역할을 해 로봇이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블록처럼 다양한 조립이 가능해 창작 로봇의 기본 부품으로 활용된다. 로보티즈 제공

김 대표는 고려대 공대 재학 시절부터 소문난 로봇 전문가였다. 1998년 직접 만든 로봇으로 참가한 세계 로봇월드컵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대학원을 졸업하고 난 뒤가 문제였다. 로봇 제작 업체에 입사하려 했지만 적당한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그땐 국내 로봇 산업이 형성되기 이전이어서 관련 기업도 거의 없었다”며 “차라리 회사를 직접 차려 로봇 산업을 발전시켜 보자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업 초기 쥐 모양의 디지털 로봇으로 완구 시장을 노렸다. 저렴한 가격에 성능까지 우수했던 로봇 장난감은 시장 반응이 꽤 괜찮았다. 다만 적은 수익이 아쉬웠다. 김 대표는 당시 로봇 개발만 담당하고 생산ㆍ판매는 외부업체에 맡겼는데, 수익을 더 얻기 위해 생산과 유통에도 손을 댔다. 하지만 이 결정이 패착이었다.

김 대표는 “로봇 개발에는 나름 강점이 있었지만 유통 분야에서는 선진국 마케팅을, 생산 분야에선 중국을 따라잡기 힘들었다”며 “사업 초기 모았던 돈을 다 까먹고 수십억원의 빚만 지게 됐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 실패가 김 대표에게는 약이 됐다. 그는 오랜 고심 끝에 현재 로보티즈 성장의 원동력이 된 액추에이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일을 쉬면서 시장을 살펴보니 로봇을 직접 만들고 싶어하는 소비자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었다”며 “로봇 제작의 기본 부품인 액추에이터에 다양한 기능을 심어 공급하면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완구용과 교육용, 연구용 등으로 기능을 세분화한 로보티즈의 액추에이터는 다른 회사 제품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액추에이터 간 네트워크 연결이 가능해 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도 로보티즈 제품의 강점이었다.

창작 로봇 제작 시장에서 로보티즈의 액추에이터는 우수한 성능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지난 2015년 개최된 로봇 축구 대회에서 참가 로봇의 90%가 로보티즈 부품을 사용했다. 재난구조 로봇 선발대회인 ‘2014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RC)’ 에서도 24개팀 중 8개팀이 이 회사 부품을 썼다.

김 대표는 “단순히 로봇 부품을 판매한다는 생각보다 창작 로봇을 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제작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마음 가짐으로 액추에이터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보티즈가 로봇 부품 시장만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생활로봇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생활용 완성체 로봇 생산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로봇 기술 발전 수준을 보면 스마트폰 처럼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로봇이 5년안에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가올 생활 로봇 시대에 대비한 연구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보티즈의 연구개발(R&D) 노력은 직원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총 70여명의 직원 중 절반이 넘는 40여명이 R&D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 대표는 “로봇 기술 연구와 생산은 우리의 꿈을 현실화 하는 과정”이라며 “좀 더 사람과 같은 로봇, 좀 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로봇을 만들어 내는 게 우리의 영원한 목표”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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