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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 치적 과시… 외신 “엘시시는 현대판 파라오”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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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 치적 과시… 외신 “엘시시는 현대판 파라오” 비판

입력
2018.02.13 18: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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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다음달 대선을 앞두고 인프라 구축 사업 성과를 앞세워 정권 연장을 노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가을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하는 모습. 뉴욕=AFP 연합뉴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다음달 대선을 앞두고 인프라 구축 사업 성과를 앞세워 정권 연장을 노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가을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하는 모습. 뉴욕=AFP 연합뉴스

지난달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3월 대선 출마를 발표하면서 재임 4년간 공로를 강조했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비웃음을 샀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가 프로젝트 1만1,000개를 완성시켰다. 하루 평균 3건씩 완수한 셈”이라고 발표하자, SNS 이용자들은 “치적을 부풀리려는 주장”이라고 반발했다. 또 “하루 3건씩 4년(1,460일)이면 4,380건이어야 하는데, 단순 계산조차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엘시시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대규모 인프라 구축 사업 성과를 정권 연장용으로 노골적으로 동원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영생 불멸을 염원하며 피라미드를 지은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에 빗대 ‘현대판 파라오’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실제로 ‘제2 수에즈 운하’, ‘신 행정수도 건설’ 등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토목사업이 실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제2 수에즈 운하’가 대표적이다. 기존 수에즈 운하 일부 구간 옆에 약 72㎞ 길이의 뱃길을 새로 만드는 제2 수에즈 운하 사업에는 80억달러(약 8조6,700억원)가 소요됐다. 당초 3년 걸릴 것이라던 사업을 1년 만에 완공할 때까지는 순조로워 보였다. 그러나 2015년 운하를 개통하면서 약속한 만큼의 수익이 실현되지 않았다. 이집트 정부는 운하 통관 수익이 연간 50억달러에서 2023년까지 130억달러로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운하 수익은 2015년 수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수도 카이로의 인구 과밀 해법을 명분으로 추진 중인 ‘신 행정수도’ 건설 사업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30억 달러에 공사 계약을 맺었던 중국 건설업체는 입찰 의사마저 철회했다.

이집트 전문가인 로버트 스프링보르그 영국 킹스칼리지 교수는 “군부 출신 엘시시 대통령이 인프라 사업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는 군 권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만 보여줄 뿐”이라고 평가했다. 엘시시 대통령 집권 기간 이집트 군은 파스타와 시멘트 공장, 호텔, 슈퍼마켓 등의 분야는 물론이고 제약과 부동산 투자에까지 발을 들인 상태다.

외신들은 “국가차원 경제개발을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현대 지도자의 입지를 높이는 데 전혀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그 사례로 1950년대말 이집트를 통치했던 가말 압델 나세르 정권의 국유화 정책을 거론했다. 당시 나세르 전 대통령은 아스완하이댐을 건설하며 농경지를 늘렸지만 오히려 나일강 범람 후 농지가 비옥해지는 현상이 사라져 기존 농경지의 생산성조차 떨어졌다.

주요 경제지표 역시 엘시시 대통령의 인프라 구축 사업이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이집트 청년 실업률은 33%를 상회하고 있고 물가상승률은 17.1%에 달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16년 하반기 이후 식료품, 연료, 의약품 가격 등도 치솟고 있어 엘시시 대통령 지지율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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