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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름 기자

등록 : 2017.06.22 04:40
수정 : 2017.06.22 10:45

“자사고 탓, 일반고 2부 리그로” vs “2% 다양성도 인정 못 하나”

자사고ㆍ외고 폐지 찬반 입장 들어보니

등록 : 2017.06.22 04:40
수정 : 2017.06.22 10:45

자율형사립고ㆍ외국어고 폐지를 둘러싼 찬반 갈등이 격해지면서 양측의 입장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와 서울 자사고 중 한 곳인 중동고 오세목 교장으로부터 각각 자사고 폐지에 대한 찬반 입장을 들어봤다. 조 교수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의 교육정책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했고, 오 교장은 서울 23개 자사고 교장 모임인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일반고 2부 리그로 전락시켜”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조상식 동국대 교수는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정교하게 꾸며진 ‘입시 특성화고’나 다름없다”며 자사고 체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자사고 폐지론자인 조 교수는 “자사고가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 생태계를 전체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는 자사고 맞춤형 교육 등 고등학교 진학 전부터 왜곡된 교육체계를 경험하게 하는 현 자사고 체제를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사고는 왜 폐지돼야 하는가.

“특성화된 교육 프로그램으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자사고의 설립 취지는 이미 찾아볼 수 없다. 명문대 입시를 타깃으로 정교하게 꾸며진 교육과정이나 다름 없다는 사실이 이미 서울대 합격자 수 등 여러 통계에서 드러났다.”

-자사고를 없애면 하향 평준화하는 것 아닌가.

“자사고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착각이 하나 있다. 자사고의 교육 프로그램 때문에 명문대를 많이 간다고 생각하는 거다. 전혀 아니다. 원래부터 부모의 경제력 덕분에 학업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을 선점해 입시에 맞춘 교육을 시켜서 나온 결과를 마치 교육적 효과로 여기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기에 명문대 진학이라는 학부모들의 욕망이 엉켜 초ㆍ중학교 때부터 입시학원, 과외 등 자사고 진학을 위한 치열한 노력이 시작된다. 자사고라는 학교 유형 자체가 자연스럽게 일반고를 슬럼화시키고 2부 리그로 전락시켰다. 자사고는 그 자체의 문제를 넘어 고교 이전 단계의 교육 생태계를 일찌감치 망치는 시스템이다.”

-교육의 다양성을 해치는 것 아닌가.

“일부 자사고의 경우 전체 교과과정 중 국영수 편성비율이 60%를 넘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입시학원이나 다름 없다. 교육 프로그램이 이미 교과 위주, 대학 입시 위주로 짜여 있는데 다양성을 논한 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자사고가 특정 지역에 있게 되면 주변 일반고 학생들로서는 패배감을 갖게 하는 등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게 뻔하지 않은가.”

-학습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선택권이란 개념도 자사고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솔직해지자. 소위 SKY란 명문대 입시를 선점하고 싶은 게 학부모들이 자녀를 자사고나 특목고에 보내고 싶어하는 유일한 이유 아닌가? 자녀를 일반고에 보내기 싫은 학부모들의 욕망을 선택지 확대란 개념으로 포장하는 거다.”

-조기 해외유학을 감소시켰다는 평가도 있는데.

“상류층의 전유물처럼 보이던 조기 유학이 중간층까지 확대된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국내외적인 사정 때문에 ‘조기 유학파’들의 미래보장이 안 되고 유학의 장점이 사라졌다. 그랬더니 다시 ‘자사고-명문대 패턴’으로 복귀하더라. 자사고의 장점 때문에 유학을 안 가는 게 아니란 얘기다. ‘1세대 자사고’로 꼽히는 한 고교의 예를 들어보자. 이 학교는 과거 재학생의 거의 100%가 해외대학에 진학했다. 지금은 국내 대학 진학반을 늘려 명문대를 휩쓴다. 명문대들이 이 고교 출신을 선점하는 현상을 유학 감소로 해석해선 안 된다.”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던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혼란에 빠졌다.

“자사고 폐지라는 큰 틀은 분명히 하되 당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선 일몰제(법률 등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없어지는 제도)로 가는 게 맞다. 현재 중3 학생들이 고교를 마치는 2020년까지 자사고의 존립기간을 보장하고 이후 자동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한다. 부모들이 자녀의 미래를 결정짓는 요소가 대학뿐이라고 생각하는 국내 특수한 교육 환경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잘못된 환경을 바로 잡을 마지막 기회다.”

“2% 다양성도 인정 못 하는 나라” 오세목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장

오세목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장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이 획일적 평등교육을 독단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폐지 논란에 강하게 반발했다.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오 회장은 “입시 위주 교과 편성 등 과거 일부 자사고들의 문제점을 전체로 확대해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질 높은 교육을 위해 수백 억원을 투자한 사학이 누명을 쓰고 있다"고 호소했다.

-자사고ㆍ외고의 일반고 전환 추진이 가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전국 자사고들이 이미 내년 신입생 모집 계획을 일선 중학교에 공지한 상황이다. 중학생 학부모들로부터 ‘진짜 없어지는 거냐’는 문의 전화가 빗발친다. 전국 고등학교의 약 2% 수준(외고ㆍ국제고 제외)에 불과한 자사고를 이런 식으로 폐지하겠다고 하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정도 교육 다양성도 인정하지 못하는 나라를 어떻게 자유국가라고 할 수 있겠나.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각 사학에 높은 수준의 자율권을 부여해 경쟁하게끔 만든다. 정부는 자사고 죽이기 대신 초중교 의무교육을 탄탄히 해서 교육 격차를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입시학원처럼 변질됐다는 비판이 하루 이틀 나온 게 아닌데.

“십여 년 전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교육당국의 관리감독이 엄격해져 입시 위주 교육만 하고 싶어도 못 한다. 오히려 공교육의 모범이 될 만한 훌륭한 인성 프로그램이 많고 이를 일반 학교에도 파급시키는 순기능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한때 일부 자사고들이 일반고(204단위)보다 많은 210단위 교과 이수를 진행하면서 국영수 비중이 높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5년마다 받는 평가에서 이수단위를 올리면 감점 요인이 되기 때문에 일반고와 동일한 수준으로 조정이 됐다. 마치 모든 자사고나 외고가 지독한 입시 위주 수업만 하는 것처럼 누명을 쓰고 있다.”

-자사고에 가기 위한 입시과외가 성행하지 않나.

“자사고들은 중학교 내신 성적과 관계 없이 추첨으로 선발해 약 5분 간의 인성면접을 거친다. ‘깜깜이 전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서울형 자사고가 중학교 내신 50% 이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첨했지만 2014년부터 모든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성적과 관계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자사고가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판은 억울하다.”

-자사고 희망학생들의 사교육 비율이 일반고보다 높다는 통계가 있다.

“사교육 시장이 팽창하고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은 교육 당사자로서 공감하는 부분이다. 분명 문제가 있다. 다만 사교육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공론화해야 할 문제를 자사고 폐지 카드로 해결하려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한때 국내 교육에 실망해 조기 해외유학 붐이 일었던 시기가 있었다. 9년간의 의무교육(초등학교 6년ㆍ중학교 3년)을 책임지는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결과였다. 교육에는 필연적으로 재정 부담이 따르다 보니 국가가 고등학교 교육까지 투자하는 건 한계가 있다. 때문에 선진국들도 그 역할을 사학과 분담하고 있는 거다.”

-소위 명문대를 보내기 위해 자사고를 선택하는 학부모들이 많다는 건 엄연한 현실 아닌가.

“직업교육을 시키는 특성화고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거의 모든 고등학생들이 대학 입시를 생각한다. 마치 일반고는 입시교육을 전혀 안 하는 것처럼 몰아 붙인다. 자사고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선택받지 못 하면 문을 닫아야 하는 곳이다. 교육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력을 키워왔고 지정 당시 까다로운 평가 과정을 거쳐 선정됐다.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한 맞춤형 교육을 한 결과가 소위 상위권 대학에 대한 높은 진학률이란 성과로 이어진 것을 악으로 규정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내년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는 자율형 사립고 울산 성신고등학교의 학부모들이 21일 자사고 폐지 반대와 교장 퇴진을 촉구하는 진정서와 서명지를 시교육청에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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