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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부실 키운 건 ‘산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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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부실 키운 건 ‘산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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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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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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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부실로 구조조정이 추진 중인 대우조선해양에 정부가 친 정부 인사를 ‘낙하산 사외이사’로 투입하려다 무산되면서, 파렴치한 낙하산 인사 행보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조대환 법무법인 대오 고문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시도는 빙산의 일각일 뿐, 이미 대우조선에는 숱한 낙하산 인사들이 요직에 포진해 있는 탓이다. 특히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 등 ‘정피아’ ‘관피아’보다도 대주주인 산업은행 출신 낙하산, 즉 ‘산피아’가 요직을 점령하며 부실을 방치한 주범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000년 산은이 출자전환을 통해 대우조선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대우조선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산은 출신이 거의 도맡아왔다. 31일 대우조선의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작년 3월 대우조선 재경본부장으로 부임한 김열중 부사장은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이다. 김 부사장의 전임자인 김갑중 전 대우조선 재경실장도 산은 재무본부장 출신이며, 2009년 같은 자리에는 역시 산은 국제업무부장과 재무관리본부장 등을 지낸 김유훈씨가 있었다.

경영을 감시하는 감사위원에도 산은 출신들이 활동해왔다. 이영제 현 산은 기업금융4부장은 2014년 3월부터 작년 7월까지 감사위원(비상무이사)으로 활동했으며, 그전에는 권영민 당시 산은 기업금융4부장이 감사위원을 지냈다. 작년 7월 이후에는 산은이 별도 경영관리단을 파견해 별도의 감사위원을 두고 있지 않다.

이번에 조 변호사가 입성을 시도한 사외이사 역시 낙하산 천국이었다. 허종욱 전 산은 이사를 비롯해 2000년 이후 선임된 대우조선 사외이사 30명 가운데 18명(60%)이 관료ㆍ정치인 등 낙하산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산은 출신들이 요직을 점령하면서도 제대로 된 관리는커녕 기업 부실화를 방치하고 고액 연봉만 챙겼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해양 자문·고문 현황’을 분석, “2004년부터 특별한 자문 실적도 없이 거액의 연봉과 고급 차량 및 운용비, 고액 사무실 임대료, 자녀학자금 등을 지원받은 자문역이 60명”이라며 “이들의 평균 연봉은 8,800만원”이라고 지적했다. 이 중 김유훈 전 산업은행 재무관리본부장은 자문역으로 1억5,200만원, 사무실 임대료 7,800만원, 고급차량과 운용비 1,800만원을 지원받았다. 또 이윤우 전 산업은행 부총재(연봉 1억3,800만원), 김갑중 전 부행장(연봉 5,100만원)과 허종욱 전 이사(연봉 4,800만원) 등도 산은 출신 자문역이었다.

산은은 대우조선뿐 아니라 경영 악화로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조선해양에도 낙하산 인사들을 내려 보냈다. 유승식 현 STX조선 감사는 산은 충주지점장, 자금거래실장 등을 지냈고 전임인 송재용 감사 역시 산은 부행장 출신이다. 앞서 정경채 전 산은 국제금융본부장(부행장)도 2013년 3월부터 2014년 5월까지 STX조선해양의 비상근 등기임원으로 감사를 지냈다. 윤석헌 전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재무와 경영을 감시해야 할 산은 출신 인사들이 눈을 감아주면서 이들 기업의 부실을 키운 것으로밖에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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