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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이 궁금해?] 북 ‘B-1B 격추’ 말폭탄 속내는 "제발 또 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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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이 궁금해?] 북 ‘B-1B 격추’ 말폭탄 속내는 "제발 또 오지 마라"

입력
2017.09.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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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B NLL 이북 비행 몰랐을까

北 탐색 레이더 200여개 추정

제주도 근방만 와도 탐지 가능

대응수단이 없어 모른척 한 듯

◆北, 추석 연휴 추가 도발할까

작년엔 핵실험… 가능성 높아

정보당국은 10일, 18일 지목

B-1B 또 출격땐 맞대응 할 듯

미국 공군 B-1B 랜서 전략폭격기가 23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북한 동해상으로의 출격에 앞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공군 B-1B 랜서 전략폭격기가 23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북한 동해상으로의 출격에 앞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미군 B1-B 전략폭격기 편대가 북한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가면서 한반도 위기 지수가 치솟았다. 북한과 미국의 말폭탄 갈등까지 더해져 우발적 군사 충돌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불안감 커지는 한반도 안보 상황 점검을 위해 외교안보 담당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달빛 사냥꾼(달빛)= B1-B 편대의 NLL 이북 비행은 이례적이었죠. 진짜 북한은 몰랐을까요.

판문점 메아리(메아리)=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몰랐다는 식으로 보고했지만 정황상 알았을 가능성이 크죠. 북한은 B1-B가 한반도에 출격할 때마다 매번 알고 반발하곤 했습니다. 북한군 탐색 레이더 탐지 거리는 600㎞나 된다고 해요. 괌에서 출동한 B1-B가 제주도 근방만 와도 탐지할 수 있다는 얘기죠.

올해는 가을야구(가야)= 북한이 과연 몰랐을까요. 전력난으로 북한이 레이더를 밤에는 가동하지 않았다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북한의 레이더는 200여개로 추정됩니다. 동해안에 있는 레이더 스위치가 다 꺼져 있었을까요. 북한을 너무 얕잡아보는 것 아닐까요.

달빛= 그렇다면 북한이 대응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삼각지 미식가(미식가)= SA-5 등 지대공 미사일 사정거리 바깥이고, 설사 요격할 수 있다 한들 북한으로서는 정치적 군사적 부담이 어마어마했을 겁니다. 성능이 떨어지는 북한 미그기가 출격했다 해도 해당 상공에 도착하자마자 기름 부족으로 돌아와야 하고, 또 B1-B를 호위한 미국 F-15C 2개 편대에 상대도 안 되죠. 미국 폭격기 출격을 알면서도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아 가만히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달빛= 우리 공군 전투기가 함께 가지 않은 데 대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7일 “자극적이라 빠졌다”고 설명해서 논란이 일었죠.

미식가= 북미 갈등이 고조된다고 우리까지 거기에 보탤 필요 없다는 게 청와대 판단으로 보입니다. 상황 관리에 주력하겠다는 것이지요. 대화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우리 공군기가 NLL 넘어 북상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죠.

고구마와 사이다(사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유엔총회에서 상황 관리의 필요성을 역설했잖아요. 미국이 북한을 대상으로 도발적인 훈련을 하는데 우리가 참여할 필요는 못 느꼈을 것 같습니다.

가야= 이번에 이상한 건 NLL 이북에서 미군이 첫 작전을 했다는데 이게 과연 맞는 표현인가요. 미군 정찰기가 과거부터 지금까지도 수시로 북한 영공 가까이 날아갑니다. 더구나 NLL 이북의 엄밀한 의미는 북한 12해리 영해와 그 상공의 영공을 의미할 텐데 이번에 B1-B가 날아간 국제공역을 NLL이라고 하면 이상하죠. 의미를 잔뜩 부여하려다 오버한 것 같습니다.

달빛=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은 “영공 밖이라도 격추하겠다”고 말폭탄을 내놓았는데 어떻게 봐야 하나요.

메아리= 최고 존엄이 모독을 당했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었을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확전을 우리보다 두려워한다는 게 당국과 전문가들 얘기입니다. 교전이 벌어질 것 같으면 조치부터 하지 말고 먼저 보고하라는 게 북한 원칙이라고 이철우 전 국회 정보위원장이 전하기도 했지요. 리 외무상도 하기 싫은 숙제 하듯이 말했다는 얘기도 있어요.

미식가= "진짜 놀랐다, 제발 또 오지 마라"는 읍소로도 들렸습니다. 북한도 상당히 놀랐을 것이고, 군사 대응에 실패했으니 저 정도의 위협이라도 해야 했을 겁니다. 주목되는 건 이번 작전 이후 북한 인민군 차원의 성명이나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사이다= 말폭탄 속 치킨게임 와중에 수위 조절을 하는 측면도 있겠죠.

가야= 추후에 이번 같은 상황이 또 벌어지면 북한은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가능성이 커요. 지대공이든, 아니면 탄도미사일이든 맞대응 위협 시위 차원에서 얼마든지 쏠 수 있죠. 격추되지 않더라도 그런 일촉즉발의 상황 자체가 한반도 상황관리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죠.

달빛= 이 와중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거침 없는 발언들이 화제입니다.

미식가= ‘한미동맹 깨져도 전쟁 안 된다, 제재 압박으로 북한 변화 못 시킨다’ 등등의 발언이었죠. 사실 문 대통령이 진짜 하고 싶은 말들일지도 모릅니다. 거침 없어 보이지만 실은 현 정부의 진짜 인식이고, 특보인 문정인 교수가 학자의 입을 빌려 청와대의 비공식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메아리= 특보의 역할이 자문과 아이디어 제공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고 오히려 계속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보는 정부와 뭘 조율하거나 해야 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압니다. 보수 세력이 일을 키우는 것 같습니다.

가야= 아무리 학자의 소신이라고 해도 누가 문 교수를 평범한 학자로 보나요. 이해할 수 없는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사이다=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문 특보의 그런 발언들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고 해야 미중 간에 우리나라의 입지가 확보되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요.

달빛=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지난주 문 특보를 거칠게 비난했다 청와대 경고를 먹기도 했죠. 지금은 자제 중인가요.

가야= 송 장관의 오락가락 발언들은 문제지만 이번에 문 특보를 지적한 건 합당했다는 군의 정서도 무시할 수는 없어요. 경고까지야 그럴 수 있지만, 그걸 청와대가 바로 공개하는 플레이는 뭔가요. 사람 바보로 만드는 방법도 참 여러가지라는 얘기도 있어요.

달빛=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역할론에 대해서도 뒷말이 많습니다.

가야= 외교안보에 나름 관심 있는 사람들 가운데 정 실장이 대체 뭘 하는지 고개를 갸웃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사이다= 워낙 외부 환경이 좋지 않은 탓에 외교안보라인이 불안해 보이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뭔가 진득한 무게감이랄까 이런 게 잘 보이지 않아요.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도 딱히 보이지 않고요.

달빛= 이제 추석 연휴인데 북한의 추가 도발이 이 기간에 있을까요.

미식가= 외교안보 출입 기자들 사이에서 언젠가부터 북한의 도발을 예측하지 않는 분위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추석 연휴에 5차 핵실험을, 연초 설에는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이번 추석도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10ㆍ10 쌍십절을 앞둔 시기라 도발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이는 것이 슬픈 현실입니다

메아리= 정보당국은 10월 10일, 18일을 도발 가능성이 큰 날로 지목했던데요. 사실 북한이 당 창건일 같은 명절에 도발 형태의 축포를 터뜨린다는 게 일단 흔한 일이 아니었고 상식적이지도 않은 듯합니다. 특정일을 계기로 북한이 도발을 한다고 짐작하는 것은 형식 논리 함정에 빠지는 거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도발은 철저히 핵 개발 캘린더에 따르는 것이라 그렇죠.

미식가= 저는 늘 그래왔듯 북한에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촉구합니다. 명절에라도 좀 얼굴 붉히지 말자.

사이다= 미식가를 대북특사로~

미식가= ㅎㅎ ㅠㅠ

메아리=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합니다. 이제 싸움은 그만하고 제발 북미가 대화를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고조된 한반도 위기가 차라리 그 조짐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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