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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전 맛평가만 50번… 이렇게 많이 한 건 처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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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전 맛평가만 50번… 이렇게 많이 한 건 처음이죠”

입력
2018.03.24 04:4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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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칼로리 아이스크림 개발한

롯데제과 윤제권 아이스CM 수석

맛은 살리고 열량은 3분의 1로

다이어트에 민감한 20, 30대 호평

“일주일에 맛보는 제품이 20여종

입에 아이스크림 물고 살아요”

윤제권 롯데제과 수석은 인터뷰 끝에 반전 어록을 남겼다. “제 또래 직장 남성들이 그러하듯, 저도 단 걸 싫어합니다.” 때문에 더 냉정하게 맛을 평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제권 롯데제과 수석은 인터뷰 끝에 반전 어록을 남겼다. “제 또래 직장 남성들이 그러하듯, 저도 단 걸 싫어합니다.” 때문에 더 냉정하게 맛을 평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운동은 배와 엉덩이만 하면 다른 곳은 알아서 (몸 균형이) 맞춰져요.”

MBC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 출연한 모델 한혜진은 잡지 화보 촬영을 앞두고 “복근 운동만 50분”을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깡마른 몸이 유행하던 시절이 지나고, 건강하게 굴곡진 몸이 대세인 요즘 다이어트의 핵심은 배와 엉덩이 근육 단련(!)에 있다는 것. 다이어트 운동법에 시대별 유행이 있듯, 다이어트 식품에도 유행이 있다. 작년 하반기 일본에서 건너온 곤약 젤리가 한반도를 강타했다면, 올 상반기 화제의 식품은 저칼로리 아이스크림이다. 2016년 한 해만 미국에서 2,880만통을 팔아 작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상을 놀라게 한 25가지 상품’에 선정된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헤일로탑’의 한국 버전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첫 타자는 지난달 출시된 롯데제과의 ‘라이트 앤젤’로 컵 제품(100㎖) 열량은 89㎉, 파인트 제품(474㎖) 열량은 280㎉에 불과하다. 하겐다즈, 나뚜루 등 유명 아이스크림 파인트 열량이 1,000㎉ 전후인 걸 감안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출시 전 맛 평가만 50번을 했어요. 입사 22년 차인데 이렇게 사전 테스트 많이 해 본 건 처음입니다.”

21일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에서 만난 윤제권(48) 롯데제과 아이스CM 수석은 “내용물에 이렇게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한 건 처음”이라며 “신제품 테스트는 통상 10번 내외”라고 강조했다.

1997년 롯데제과에 입사한 윤 수석은 설레임, 옥동자 등 히트 상품을 기획한 ‘아이스크림 통’이다. 지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달군 ‘거꾸로 수박바’와 죠스바를 파인트에 담은 ‘죠스통’, 스크류바를 파우치에 담은 ‘스크류 아이스’도 그의 작품이다. 윤 수석은 “제과, 초콜릿 쪽 기획 마케팅도 잠깐씩 담당한 적 있지만, 빙과류 담당 때 성과가 높았다”고 겸연쩍어했다. “아이디어는 다양한 분야에서 얻어요. 소비자 조사도 하고 해외 사례도 파악하고, SNS에서 화제가 되는 식품이나 핫플레이스 식품을 찾기도 하죠. 직관적으로 나올 때도 있고요.”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을 찾을 때마다 아이스크림 쇼케이스를 뒤져보는 건 직업병이 됐다.

윤제권 롯데제과 아이스CM 수석
윤제권 롯데제과 아이스CM 수석

일주일에 맛보는 아이스크림 수는 20여종. 자사 제품은 ‘품질 관리’ 차원에서, 타사 제품은 트렌드 분석 차원에서 하루 5종가량을 시식한다. “물론 다 먹지는 않습니다. 요령이 늘면서 한 입 먹고도 전체 맛을 ‘그리는’ 기술이 느는 거죠. 첫 맛은 심심하지만 한 개를 다 먹으면 꽉 찬 맛이 남겠구나, 첫입은 맛있지만 달고 느끼해서 한 개 다는 못 먹겠구나하는 걸 상상하는 연습을 많이 해요.” 롯데제과에서 한 해 평균 내놓는 아이스크림 신제품은 30여종. 이중 3년까지 생산되는 건 5~6종, 이후에도 줄곧 출시되는 건 1~2종에 불과하다. 1986년 출시돼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을 올리는 ‘메가 히트작’ 월드콘은 한두 달에 한 번씩 품질관리 차원에서 반드시 맛을 본다.

“진짜 고민은 아이스크림 시장 자체가 줄어드는데 있어요. 커피 같은 대체 가능한 디저트가 너무 많아진 거죠. 요즘 점심 먹고 편의점 아이스크림 쏜다고 하면 짠돌이 소리 듣잖아요. 20~30대 여성들은 살찔 걱정에 아이스크림을 기피하기도 하고요.”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개발을 하게 된 계기다. 단순히 열량을 낮추는 건 쉽다. 체내에 흡수가 안 되는 감미료를 쓰거나 물을 많이 섞으면 된다. 관건은 맛있으면서 열량도 낮은 제품을 만드는 것. “목표를 ‘프리미엄 아이스크림과 똑같은 맛’을 찾는데 뒀어요. 초코맛은 ‘가나 아이스모카’, 녹차맛은 ‘나뚜루 녹차맛’을 재현하는 거였죠.” 고객마다 취향이 분명한 바닐라맛 대신 바나나맛을 “초코, 녹차맛에 버금가는 맛”으로 구현하기로 했다. 설탕 특유의 은근한 단맛과 풍미, 식감을 구현하는 대체제로 찾은 게 국화과 식물 스테비아 잎에서 추출한 천연 감미료 스테비올배당체다. 해외 저칼로리 아이스크림에도 이 감미료가 주로 쓰인다.

“일단 반응은 좋아요. 타깃으로 했던 20~30대는 물론이고, 무설탕이라 아이들 주기에 부담 없어 좋다는 부모들도 많고요.” 윤 수석은 자신의 최대 히트작 ‘설레임’ 출시 초반 반응과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여대생들을 조사해 ‘어른도 빨아먹을 수 있는 ’쭈쭈바’를 내놓았는데, 출시 초반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흘리지 않을 수 있어 좋다는 부모 반응이었다고. “대부분 다이어트 아이스크림이 니치(틈새) 시장에 머물다가 퇴출됐어요. 이번에는 매스 시장을 노릴 겁니다. 침체기를 겪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글ㆍ사진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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