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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의심사고로 운전자 면허정지 처분은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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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의심사고로 운전자 면허정지 처분은 부당

입력
2017.12.2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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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자동차 급발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의 면허를 정지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단독 한지형 판사는 A씨가 서울 마포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면허정지처분 취소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내 한 세차장에서 자신의 대형 SUV 차량을 자동 세차한 A씨는 차량에 시동을 걸자 갑자기 차가 앞으로 돌진해 다른 차량 3대가 파손됐다. 차가 급하게 출발해 인도를 지나 편도 4차로 도로를 횡단한 뒤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도로까지 넘어가서 건물 외벽을 들이 받고서야 멈춘 것이다. 사고로 행인 등 8명이 갈비뼈 등을 크게 다쳤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문제 차량을 검사한 결과 급발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브레이크 시스템에 문제가 없었고, 세차장 폐쇄회로(CC)TV 영상 속 모습에서도 브레이크 등이 꺼져 있었다. 급발진이 발생했다면 A씨가 차를 멈추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았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는 결국 지난 3월 안전운전 의무 위반과 인적 피해 교통사고에 따른 벌점 60점을 받고, 마포경찰서에서 60일간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받았다.

A씨는 그러자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당시 사고가 급발진으로 일어난 만큼 벌점 부과와 면허정지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상 교통사고 발생 원인이 불가항력인 경우는 행정처분을 하지 않도록 돼있다. 법원은 국과수가 인정한 사실만으로 당시 사고가 A씨의 고의나 과실로 일어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지형 판사는 “차량이 갑자기 가속돼 도로에 진입한 것은 이른바 급발진 현상에 의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A씨에게 정신적인 장애가 있다고 볼 자료도 없는 만큼 면허정지 처분은 위법하다”며 사고가 A씨 과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급발진 현상이 운전자 조작과 관계없이 엔진출력 급상승과 제동성능 급저하가 동시에 발생해 실체와 원인이 아직 과학적으로 규명돼 있지 않다는 점도 참작했다. 한 판사는 “차량 블랙박스 등에 따르면 차량 엔진 소리가 갑자기 커지며 출발했고 A씨와 아내가 ‘왜 이러냐’며 소리를 질렀다.”며 “급발진에서 많이 발견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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