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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이재용 넘어 박근혜 겨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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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이재용 넘어 박근혜 겨눈다

입력
2017.02.17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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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청구 강공 성공… 9부 능선 넘어 청와대로

최순실-대통령 뇌물수수도 사실상 인정한 셈

탄핵심판에서 대통령에 부정적 영향 관측도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400억원대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1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류효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400억원대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1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류효진 기자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원의 영장 발부로 17일 새벽 구속 수감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입장에선 대통령-최순실-삼성의 뇌물 범죄 규명의 9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전날 역대 최장인 7시간30분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이날 오전5시38분쯤 영장을 발부했다. 한 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발부 사유를 밝혔다.

특검은 지난달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측에 대한 433억원의 뇌물공여와 97억원의 횡령, 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한 달 만에 재청구 카드를 꺼냈고 결국 이 부회장을 구치소에 가두는데 성공했다. 이번에는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추가 적용하고,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액 중 일부를 횡령 액수에 추가했다.

특검은 지난달 영장 기각 후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보강 수사를 통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정부 지원과 삼성 측 뇌물간의 대가관계를 규명하는데 주력했다. 최씨의 독일 페이퍼컴퍼니인 비덱스포츠에 실제로 지원한 80억원가량에 대해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최씨의 딸 정유라(21)씨 지원을 위해 위장계약을 맺고 30억원대 명마 ‘블라디미르’를 사준 것에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하며 영장 발부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삼성 측은 그 동안 지원금의 대가성과 부정 청탁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이 부회장의 구속을 피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대통령이 직접 지원 요청한 사안을 거부하면 향후 경영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어쩔 수 없이 지원을 결정했다며 강요ㆍ공갈의 피해자라고 항변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삼성이 혐의 전면 부인이라는 강공전략으로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갔지만, 법원은 대가성 결국 거래에 따른 구속수사 필요성을 재차 내세운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 측이 대통령과 최씨 측에 준 433억여원이 뇌물이라는 특검 주장이 상당히 소명된 셈이고, 이는 법원이 박 대통령 역시 뇌물을 받았다는 점을 상당부분 인정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삼성의 미르ㆍK스포츠 출연금도 뇌물로 인정되면서 다른 대기업들의 재단 출연금 부분도 성격이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미르ㆍK스포츠의 출연 부분에 직권남용과 강요 등 혐의만 적용해 ‘피해자’로 간주된 대기업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됨에 따라, 면세점 인허가 획득이나 사면 청탁 등 대가성을 의심받는 롯데와 SK 등 다른 대기업들도 수사선상에 오를 전망이다.

전날 법원 결정으로 청와대 압수수색을 면한 박 대통령은 궁지에 몰리게 됐다. 뇌물 관련 범죄에선 통상 뇌물을 받은 사람을 더 엄하게 처벌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탄핵 소추 사유에 뇌물 관련 혐의는 들어 있지 않지만 이 부회장 구속으로 사실상 뇌물을 받은 측의 혐의도 인정한 것이나 다름 없어 박 대통령에 대한 헌재 판단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부회장 구속으로 삼성뿐만 아니라 청와대 측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며 “향후 진행될 대통령 대면조사도 특검이 주도권을 쥐고 박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씨 측과 삼성 측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 받아 이 사건에 연루된 삼성 고위 임원 가운데 유일하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대한승마협회장 박상진(64) 삼성전자 대외협력부문 사장은 구속을 면했다. 한 판사는 “박 사장의 지위와 권한 범위, 실질적 역할 등에 비추어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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