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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내부문건이 드러낸 IT업계 성차별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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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내부문건이 드러낸 IT업계 성차별 ‘민낯’

입력
2017.08.0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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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프레스룸 제공
구글 프레스룸 제공

세계적인 정보기술(IT)기업 구글이 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작성한 성차별적 문서로 논란에 휩싸였다. 전문가들은 임금 성차별을 정당화하고 여성의 능력을 비하하는 내용의 이 문서가 미국 IT업계의 뿌리 깊은 남성 위주 문화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온라인매체 바이스는 6일(현지시간) 구글 내부망에서 공유된 10쪽 분량의 ‘선언문’을 공개했다. 작성자의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이 선언문에는 “여성은 유전적 차이 때문에 기술 분야 능력과 리더십 등에 있어 남성보다 뒤떨어진다”며 성별에 따른 임금차별을 정당화하는 주장이 담겨 있다. 아울러 선언문 작성자는 구글 내 ‘좌파 편향’ 때문에 ‘정치적으로 올바름’을 강요하는 단일 문화가 형성돼 있으며 보수주의자는 억지로 침묵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미 구글의 남녀간 임금 차별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이 문서는 IT업계 전반의 성차별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지난 4월 미국 노동부는 “IT업계 내에서도 구글의 여성에 대한 급여 차별은 극단적인 수준”이라며 구글 사내에 체계적인 임금차별이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파문이 커지자 구글 수뇌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대니엘 브라운 다양성ㆍ통합담당 부사장은 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해당 문건이 “성별에 대한 잘못된 전제”를 두고 작성됐다고 비판하고 “다양한 정치적 의견은 존중돼야 하지만 최소한 동등 고용이라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아리 밸로그 기술부사장도 “이 글은 성별 전형에 따라 개인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아주 해롭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IT업계 일각에서는 이 문서가 업계의 오랜 백인 남성 위주 문화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한다. IT기업 킥스타터의 기술직에 종사하는 유명 블로거 에리카 베이커는 “구글 내부에서는 ‘흑인은 본성이 폭력적이지 않냐’는 식의 성ㆍ인종차별 주장이 공공연히 공유되지만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는다”고 적었다. 비벡 와드와 카네기멜런대 공학부 선임연구원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문서의 주장은 실리콘밸리에서 흔히 접할 수 있고 이를 공개 지지하는 이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이 성차별ㆍ인종차별 논란으로 물러나 공석이 된 IT 운송기업 우버의 최고경영자(CEO)직을 둘러싸고도 이런 성향이 드러나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우버는 당초 캘러닉을 대체할 여성 CEO를 초빙하려 했으나 최근 백인 남성으로만 다시 후보를 압축한 상태다. 더구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캘러닉이 CEO 자리만 포기했을 뿐 이사로서는 여전히 남아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비롯해 우버가 물망에 올린 여성 경영자들은 초빙을 고사했는데 업계 여성 종사자들은 “우버가 지나치게 유명 인재들만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 WP는 우버가 여성 경영인을 끌어들이지 못한 것을 두고 현재 상황에서 여성이 CEO를 맡는다면 외려 ‘유리 절벽(기업 위기시에 여성ㆍ비백인을 경영직에 올리고 경영 실패 때 책임을 가혹하게 묻는 것)’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버는 캘러닉의 공격적 경영이 해외 진출 실패로 부작용을 드러냈고 기업 이미지 실추로 경쟁사인 리프트가 급성장해 위기 상태에 놓여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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