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커뮤니티 카페를 들락거리다가 글 하나를 읽고 한참을 까르르 웃었다. “님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의 기준은 뭔가요? 제 생각에는 마트에서 가격표도 안 보고 딸기 두 팩 집을 수 있으면 중산층인 것 같아요.” OECD가 중산층의 개념을 무어라 정의했건, 한국의 중산층에 속하려면 얼마의 재산이 있어야 한다는 조사가 나왔건 그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연봉 5,000만원이 넘어도 아이들 학원비를 내느라 커피 한 잔 못 마시고 쪼들리는 삶이라면 남들이 중산층이라 딱지를 붙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당장 몇 년 후에 은퇴를 한다면 30년 만기 담보대출에 걸린 아파트 이자를 갚을 길이 없는데, 프랑스에서는 제2외국어를 할 줄 알고 좋아하는 스포츠가 있어야 하며 악기도 하나는 다룰 줄 알아야 중산층이라더라, 하는 소리가 귀에나 들어오겠는가 말이다.
돈도 안 되는 영화판을 전전하던 친구가 어느 날 풀이 잔뜩 죽은 얼굴을 했다. “며칠 전에 친구를 만났어. 대기업엘 다니는 친구야. 같이 편의점에 갔는데 캔커피를 사더라고. 그런데 가격도 안 보고 열댓 개 그냥 아무 거나 바구니에 담는 거야.” 그게 그렇게 부러웠단다. 평소 잘난 척을 하던 친구 녀석이 얄미웠는데 그 모습을 보니 정말 잘나 보이더란다. “그래서 나… 취직하려고. 이제 영화 안 하려고.” 나는 요즘 마트에 갈 때면 꼭 딸기 코너를 서성인다. 내가 딸기 두 팩을 가격표도 안 보고 집어들 수 있는 사람인지 종종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캔커피도 쳐다본다. 하지만 나는 과일을 좋아하지 않고 캔커피도 사지 않는 사람이라 그냥 가격표만 보고 지나칠 수 있다. 내가 중산층이 아니라고 혼자 절망하지 않는다는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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