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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에 피어나야 제멋…복과 장수의 상징 복수초

입력
2018.02.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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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뚫고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제주 복수초.
눈을 뚫고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제주 복수초.

수많은 식물 중에서 이름만 놓고 볼 때 복수초만큼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꽃도 없을 듯하다. 복수초(福壽草), 한자로 ‘복(福)ㆍ목숨(壽)ㆍ풀(草)’, 복 많이 받고 오래 사는 것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으니 이보다 솔깃하게 와 닿는 단어가 있을까? 그래서인지는 일본에서는 정월 초하루 새해 인사를 가면서 선물로 들고 간다고 하여 원일초(元日草)라 부르기도 한다.

복수초는 입춘부터 우수 즈음에 볼 수 있는 꽃이다. 숲 속 양지바른 곳에서 눈을 뚫고 나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는 복수초를 보면 자연의 강한 생명력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른 봄에 얼음 사이에서 피어난다고 하여 ‘얼음새꽃’이라고도 부른다. 스스로 열을 발산해 주변의 눈과 얼음을 녹이고 꽃대가 자라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후 날씨가 더워지기 전에 서둘러 종자를 맺고 무더운 여름에는 뿌리만 남아 있다가 다시 내년을 기약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잎과 줄기가 말라버리는 것을 ‘하고현상’이라 하는데, 주변 식물들과 경쟁을 피하기 위한 생존 방식이다.

복수초는 2∼3월에 꽃대가 올라와 꽃이 먼저 핀 후에 그 아래로 잎이 나온다. 키는 10~15㎝, 꽃은 4~6㎝인 아주 작은 풀이다. 우리나라에는 복수초와 개복수초, 세복수초 등 3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중 제주에서 볼 수 있는 복수초는 세복수초다. 세복수초는 줄기에서 갈라져 나간 가지에도 비늘잎이 달리는데, 잎이 매우 가늘게 갈라지는 점이 특징이다.

복과 장수의 의미만큼이나 화사하다.
복과 장수의 의미만큼이나 화사하다.
스스로 열을 내 눈을 녹이며 꽃을 피운다.
스스로 열을 내 눈을 녹이며 꽃을 피운다.
제주에서는 자생하는 복수초를 흔히 볼 수 있다.
제주에서는 자생하는 복수초를 흔히 볼 수 있다.

제주에서는 해발 400∼600m 고지대에서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데, 특히 한라산 동북쪽 사면에 해당하는 제주컨트리클럽 인근 사려니숲길과 절물자연휴양림 일대에 많이 분포한다. 2월 눈이 쌓였을 때 하나 둘 꽃대가 나오기 때문에 이맘때는 자세히 살펴야 보이지만 3월이 되면 무더기로 자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한라산과 바다, 유명 관광지 등만 둘러볼게 아니라 숲 속 나무 밑 조그마한 공간으로도 눈길을 돌려 볼 것을 권한다. 자연의 위대함은 거창함에 있는 것이 아니다.

눈을 뚫고 나오는 꽃으로는 복수초 외에도 노루귀가 있다. 강인한 생명력이라는 부분에서는 가늘게 자라는 노루귀가 더 각광을 받을지 모르나 복수초에 대한 사랑에는 미치지 못한다. 물론 겨울철 꽃을 피우는 식물치고 강인한 생명력과 더불어 자연의 위대함을 보여주지 않는 것은 없지만.

제주에서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복수초가 육지부에서는 무분별한 남획으로 자생지 개체수가 급감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복과 수명을 가져다 준다는 의미와 강인한 생명력에 반해 모두들 자신의 정원에 심고자 캐갔기 때문이란다. 복은 인위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복수초는 눈을 뚫고 나오는 모습이라야 제멋을 더한다. 대자연의 구성원 하나하나마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 hallasan19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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