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이지훈 “악역 표현 위해 12㎏ 감량... 짠내 나는 연기 보여주고 싶었죠”

알림

이지훈 “악역 표현 위해 12㎏ 감량... 짠내 나는 연기 보여주고 싶었죠”

입력
2017.02.08 17:58
0 0
이지훈은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우울한 악역을 연기했으니 다음엔 밝은 코미디 연기를 해보고 싶다”며 “원래 성격도 굉장히 유쾌하다”고 말했다. 최재명 인턴기자
이지훈은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우울한 악역을 연기했으니 다음엔 밝은 코미디 연기를 해보고 싶다”며 “원래 성격도 굉장히 유쾌하다”고 말했다. 최재명 인턴기자

새벽 신문 배달을 하며 꿈을 키웠던 한 배우 지망생이 몇 년이 흘러 그 신문사를 찾았다. 연기를 반대하는 부모님을 떠나 친구 집에서 지내던 시절에 했던 여러 아르바이트 중에 하나가 한국일보 배달이었다. 지난 날들이 얼굴 위로 잠시 스쳐 지나갔다. 이젠 어엿한 배우가 돼 한국일보와 새롭게 마주앉은 이지훈(29)은 “묘한 기분이 든다”며 미소를 머금었다.

이지훈은 최근 종방한 SBS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주인공 허준재(이민호)의 의붓형 허치현을 연기해 주목 받았다. 새아버지(최정우)를 향한 애정결핍과 의붓동생에 대한 열등감으로 인해 파멸해가는 인물이다. 그의 말갛고 선한 얼굴에 돌연 냉기가 흐르면 판타지 드라마는 순식간에 스릴러 장르로 돌변했다. 섬뜩한 악행으로 허준재와 인어 심청(전지현)의 사랑을 위협하면서도 여린 속마음을 내비쳐 인간적 연민을 자아냈다. 이지훈은 “짠내 나는 악역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푸른 바다의 전설’에 캐스팅된 것도 ‘짠내’ 때문이었다고 한다. JTBC 드라마 ‘마녀보감’(2016)에서 조선시대 선조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진혁 PD가 연락을 해왔다. 마침 박지은 작가도 그를 눈여겨본 터였다. “저의 어떤 모습을 좋게 보셨는지 궁금해서 여쭤봤어요. 눈물을 닦아주고 싶어질 만큼 서럽게 우는 모습에서 허치현이 보였대요. 다른 PD님들도 종종 비슷한 얘기를 하셨어요. 제 눈이 불쌍하고 지질하게 보인다고, 그래서 제가 우는 연기를 하면 더 슬프게 느껴진다고요. 이 길을 죽 가면, 짠내가 저만의 장르가 될 것 같아요(웃음).”

‘푸른 바다의 전설’의 허치현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입체적 캐릭터라 이지훈의 도전심을 자극했다. SBS 제공
‘푸른 바다의 전설’의 허치현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입체적 캐릭터라 이지훈의 도전심을 자극했다. SBS 제공

허치현이 자신의 삶을 망가뜨린 어머니(황신혜)에게 “당신이 내 어머니인 게 저주스럽다”는 원망을 쏟아내며 스스로 독극물을 마시고 생을 마감하는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이지훈은 잠도 안 자고 먹지도 않은 채 최대한 몸을 예민하게 만들어 카메라 앞에 섰다. 대본은 숙지했지만 감정은 계산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날 것의 감정이 터져 나와야 시청자들도 몰입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지훈은 “촬영을 마치고도 여운이 남아 한참 동안 그 감정을 곱씹었다”고 했다.

이지훈은 허치현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드라마를 찍는 동안 12㎏을 감량하기도 했다. 혹사가 아니냐고 물으니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스스로 “연기를 글로 배웠다”고도 말한다. 평범한 체대생이었던 그는 군 복무 시절 국방부 창작 뮤지컬 ‘충무공 이순신’을 보고 진로를 바꿨다. 내무반에서 책을 보며 연기를 공부했다. “발음과 발성은 배울 수 있지만 연기에 정해진 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영화 속 배우들의 연기를 열심히 보는 게 저에게는 연기 공부였죠.”

신문 배달뿐 아니라 카페, 옷가게 등에서 일하며 열심히 오디션을 봤다. 머리 자르는 돈이 아까워 일부러 호일펌을 했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녔다. 그 돈을 아껴서 프로필 사진을 찍어 제작사에 돌렸다. “그 시절 통장에 10만원도 없었어요(웃음).”

혼자서 따낸 첫 출연작이 KBS2 드라마 ‘학교 2013’이다. 그 이후 MBC ‘황금무지개’(2014), KBS2 ‘블러드’(2015), SBS ‘육룡이 나르샤’(2016)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다졌다.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장점은 “잘 생기지도, 못 생기지도 않은 얼굴”이다. “세팅을 잘 하면 허치현 같은 재벌도 그럴싸하게 소화할 수 있고, 분장을 덜 한 저의 얼굴은 지질한 역할에 딱 어울리니까. 정말 연기하기 좋은 얼굴 아닌가요.”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이지훈이 “짠내 나는 눈빛”을 반짝였다. 최재명 인턴기자
이지훈이 “짠내 나는 눈빛”을 반짝였다. 최재명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