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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다시 교착인가?

입력
2018.07.15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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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종전선언 언급은 대미 신뢰의 시험지

美 체제보장 적극 고려, 양보하는 자세를

종전선언, 文대통령 중재로 조기실현돼야

북미 정상회담 후 한 달여가 지난 시점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물론 현 상황에 대한 회의론자들과 긍정론자들의 관점은 판이하다. 회의론자들은 북미 정상회담의 화려한 외양은 트럼프의 정치적 필요에 의한 과대 포장임이 드러난 것이라며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재확인하고 있다. 반면 소수 긍정론자들은 달라진 게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의 전형적 반격이라고 판단한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상황을 보다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이후 줄곧 북한에 대한 신뢰와 성공에 대한 강조를 반복해 온 자체가 구체적 성과가 부재하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후속 고위급회담을 위한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결과 역시 모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을 떠나며 비핵화 시간표에 진전이 있었고 회담이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지만,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 측의 비핵화만 강조하는 태도와 입장에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현 상황은 트럼 프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취소한 5월말 국면을 닮았다. 당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성명을 통해 볼턴 보좌관이 제기한 리비아모델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에도 볼턴 보좌관은 북한 비핵화가 1년 만에도 가능하다고 했는데, 이는 미국 측의 대북 체제보장에 상응하는 조치 없이 북한의 일방적 포기에 걸리는 시간만을 추산했다는 점에서 용어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리비아모델을 재론한 셈이다. 그래도 학습효과 덕분에 북한은 성명서 후반부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국무위원장 친서까지 공개하며 전체 틀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확실히 했다.

회담실패론의 근거는 회담 이후 북한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실상은 미국이 아무런 양보를 하지 않은 탓이 크다. 비핵화-체제보장의 교환구조가 출구에서는 등가를 이룰 수 있지만, 초기에 북한의 양보가 더 많이 요구된다는 점은 북한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은 미사일 및 핵 관련 시설 폐기, 핵무기와 핵물질의 일부 반출 또는 폐기 등이 가능하지만, 반대급부인 체제보장 조치로 볼 수 있는 북미수교, 평화협정, 제재해제 등은 초기 국면에서 이뤄지기 어렵다. 그러나 북한이 초반의 기울어진 운동장 구도를 기본적으로 수용하더라도 미국의 상호조치가 전무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끌려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한미군사훈련 취소, 종전선언, 제재완화 등은 미국의 진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많지 않은 선제적 조치인데, 미국은 언제든 재개 가능한 군사훈련 외에는 아무것도 내놓으려 하지 않고, 이 때문에 북한의 대미신뢰가 흔들리는 형국이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구체적으로 원한다는 것을 밝힌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그것이 대미 신뢰의 리트머스 시험지이기 때문이다. 즉 이것마저 미국이 양보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정말 원하는 제재해제와 종국의 평화체제는 불가능하다고 여길 것이다. 북한의 딜레마는 파행의 모든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고 다시 핵을 붙들고 고슴도치 전략으로 돌아갈 경우 생존은 부지하겠지만 경제발전을 위한 김정은의 전략적 결단 역시 빈손으로 남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선택 역시 힘들다. 중대 고비에서 다시 공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결단으로 넘어갔다.

문제의 핵심은 강자의 양보 없는 평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체제보장에 대한 적극적 고려가 없는 비핵화는 결국 북한에게 위협이 되는 과거 구도로의 회귀이며, 이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마지막 기회 상실을 의미한다. 고비를 넘기 위한 한국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미국 조야의 지배적 반동에도 불구하고 북미 두 정상의 성공 의지가 재확인됐다는 점에서 종전선언은 문재인대통령의 적극 중재로 조기 실현돼야 한다. 이를 계기로 북한이 과감한 비핵화 조치로 화답하고, 트럼프는 전향적인 대북제재 조치를 해야 한다. 마지막 기싸움이라 해도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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