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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 매몰보다는 한중일 경협 주도 통해 日 변화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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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 매몰보다는 한중일 경협 주도 통해 日 변화 압박"

입력
2014.11.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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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보여라" "이미 다 끝난 일" 양측 서로에 굴복 강요 치킨게임

한중 FTA 타결로 유리한 고지, 아베 경기 부양 카드 마땅찮아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얀마 네피도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네피도(미얀마)=뉴시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얀마 네피도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네피도(미얀마)=뉴시스

박근혜정부는 출범 이후 일본을 향해 ‘진정성’을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고집스럽게 이 원칙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걸핏하면 과거사를 왜곡하고 우경화에 집착하면서 주변국을 자극하는 일본의 ‘제멋대로’ 행보는 좀처럼 멈출 줄 모르고 있다.

때문에 우리 정부는 아베 정권을 향해 때론 꾸짖고, 때론 외면하며 맞불을 놓았다. 그 사이 2년이 흘렀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는 국제무대에서 다자회의를 계기로 몇 차례 어색하게 조우했을 뿐 여전히 현해탄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8일 “한일관계는 안정적 상황관리가 목표”라며 급격한 변화에도 선을 긋고 있다.

문제는 경색된 한일관계가 대외정책 지렛대의 기능을 갈수록 약화시키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는 점이다. 미국이 한일관계 개선을 압박하며 등을 떠미는 데다 대일 공조체제를 구축했던 중국마저 일본과 먼저 손을 잡으면서 동북아 질서가 우리 정부의 통제권을 점차 이탈하고 있다. 한일관계 개선 없이는 박 대통령이 제시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도 허상에 불과하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한일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위안부 문제 해법이 핵심이다

한일관계가 꼬이게 된 중심에는 위안부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한일 양국은 지금까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치킨게임을 지속해 왔다. 우리는 사력을 다해 이 문제부터 성의를 보이라고 요구하는 반면, 일본측은 한국의 요구에 밀리지 않겠다며 사활을 걸고 있다. 결국 한국과 일본이 과거에 발목이 잡혀 미래는 물론 현상도 타개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위안부 문제 또한 아베 정권의 잘못된 과거사 인식이 최대의 걸림돌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양국 정부 모두 국내 정치에 발목이 잡힌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외교 소식통은 “박 대통령이나 아베 총리 모두 국내 지지층이 강경대응을 주문하고 있어 위안부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굴복을 강요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도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책임’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도 나가지 않고 있다. 물론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려면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요구가 우선인데 할머니들의 요구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현상타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현상타개의 실마리로 우리 정부의 보다 구체적인 해법 제시를 주문하고 있다. 구체적 전략 없이 할머니들의 추상적 요구만 앞세운다면 위안부 문제의 출구전략은 영영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구체적 접근법으로 일본이 2012년 제시한 ‘사사에 안’을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 총리의 사과 서한 ▦주한 일본대사의 직접 사과 ▦인도적 조치를 위한 자금 지원 등이 골자다. 하지만 정부는 “당시 일본측의 아이디어에 불과하다”며 이마저 거부하면서 위안부 문제 해법을 모색하는 한일 국장급협의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모호한 태도를 유지한 채 뜸을 들이는 사이 일본의 태도는 오히려 강경해진다는 점이다. 최근 만난 일본 정부 관계자는 “위안부 문제는 1993년 고노 담화와 95년 아시아여성기금 설립으로 다 끝난 일”이라며 “이제 와서 한국 정부가 해결을 요구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경제협력 주도해 역사문제 견인

그렇다면 위안부 문제 외에는 한일관계의 물꼬를 틀 새로운 접근은 불가능할까. 전문가들은 위안부 문제에만 매몰되지 말고 논의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통해 경제 문제가 동북아의 최대 과제로 떠오른 만큼 우리가 한중일 경제협력을 주도해 일본의 태도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우리가 일본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며 “한중일 경제협력 수준을 높이면 한일 역사문제를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 위안부 문제에서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이 한일수교 50주년이면서 동시에 광복7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이용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난 7월 시진핑 주석 방한 때 제의한 한중 공동행사도 방안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조만간 총리 직속의 정부합동행사기획단을 발족할 예정이다.

내달 14일 실시되는 중의원 선거 이후 일본측의 반응을 보고 판단하자는 신중론도 나온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일본 내 혐한 분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위안부 문제에 통 큰 양보를 하면 오히려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 있다”며 “아베 정권이 선거 후 더 이상 내세울 경제부양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외교적으로 먼저 손을 벌릴 때 치고 나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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