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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고 죽이는 동물축제, 아이 교육효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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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고 죽이는 동물축제, 아이 교육효과 있을까

입력
2018.06.2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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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 나비축제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성공한 축제다. 올해도 4월 27일부터 5월 7일까지 11일간 전남 함평엑스포공원 일대에서 열려 27만여명이 다녀갔고, 농특산물 판매장 매출은 7년 연속 10억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관람객들은 정작 “나비가 별로 없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함평은 나비가 다른 지역과 비슷한 정도밖에 없다. 함평의 환경과 상관 없이 인공 부화한 나비들을 푸는데, 그것도 온실처럼 꾸민 생태관에서만 볼 수 있다. 나비들이 날아다니기에는 아직 낮은 온도인데도 행사를 가정의 달 연휴에 맞추느라 ‘나비는 없는 나비축제’라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새끼 멧돼지 잡기, 미꾸라지 맨손잡기 같이 나비와 관련이 없는 체험장들이 축제장 곳곳에 자리를 틀게 됐다. 그나마 축제가 끝나면 생태관에서 ‘인공 사육’하던 나비들은 모두 폐기된다.

동물을 이용한 이런 지역 축제들, 문제는 없을까. 생태학자인 김선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은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생태적 고려가 없는 축제가 많아 생명을 함부로 여기는 문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이에게 자연을 경험하게 해주겠다고 축제에 데리고 갔다가 생명 경시의 현장을 여과 없이 보여주게 된다는 것이다.

생명다양성재단 등이 다음달 7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여는 ‘제1회 동물의 사육제-동물축제 반대축제’ 포스터. 동물의 사육제 페이스북 캡처
생명다양성재단 등이 다음달 7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여는 ‘제1회 동물의 사육제-동물축제 반대축제’ 포스터. 동물의 사육제 페이스북 캡처

김 사무국장은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국내 86개 동물축제(2013~2015년)를 분석ㆍ평가한 결과를 공개했다. 축제 별 주요 활동 프로그램과 동물의 수입 경로, 축제 이후 동물들의 거취 등을 분석한 것인데, 86개 축제의 84%가 동물에 심각한 위해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점 만점에 10점으로 최하점을 받은 국사골 메뚜기축제는 메뚜기를 먹지도 않고 다 죽이는 축제로 평가됐다. 규모가 큰 유명 축제 중에는 화천 산천어축제가 낮은 점수를 받았다. 우선 영동지방에 사는 산천어를 양식해 영서지방에 대량으로 풀어놓아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또한 축제 한 번에 산천어 50만 마리 정도를 풀어놓는데 자연 상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밀도 때문에 물고기들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수 만개 낚시바늘 사이에서 산천어들은 아비규환의 상태에 빠진다는 게 김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또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산천어는 잡아서 회를 뜨거나 어묵공장으로 가게 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대하, 꽃게, 주꾸미 축제 중에는 산란기에 열리는 게 많다. 김 사무국장은 “현재 국내 어장은 많이 고갈된 상태”라면서 “명태 같은 종도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꽃게나 주꾸미에 알이 꽉 찼다고 좋아하면서 잡아 먹다가는 그 지역만의 손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인류에게 해가 미치게 된다는 점도 김 사무국장은 강조했다.

수 년 전부터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동물 체험, 특히 동물을 만지는 것을 김 사무국장은 크게 경계했다. “모든 동물들은 만지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동물들이 수도 없이 죽어나간다. 체험이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만지지 않는 것을 배워야 하고,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관찰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

생명다양성재단 등은 이런 동물축제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적인 축제를 보여주는 행사 ‘제1회 동물의 사육제-동물축제 반대축제’를 다음달 7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피아노숲에서 연다. 동물의 이름을 축제 앞에 달고 있지만, 오히려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반대하는 행사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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