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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혁신으로 시를 쓰다... 앙드레 케르테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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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혁신으로 시를 쓰다... 앙드레 케르테츠

입력
2017.06.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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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드리안의 안경과 파이프’(1926년). 성곡미술관 제공
‘몬드리안의 안경과 파이프’(1926년). 성곡미술관 제공

예술에 사회를 담지 않으면 어쩐지 게으르게 느껴지는 시절이다. ‘너무 많은 얘기를 하는 예술’에 피로를 느낀다면,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앙드레 케르테츠(1894~1985)의 사진전이 대안이다.

헝가리 태생인 케르테츠의 사진은 혁신적이지만 불편하지 않고 소박하지만 밋밋하지 않다. 일상과 내면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되, 구도와 구성, 농담, 시점, 형태 등 사진 요소에선 전형성을 거부한 덕분이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우리가 하고 있는 것들은 모두 그가 처음 했던 것”이라며 혁신가 케르테츠를 상찬했다. 케르테츠는 브라사이, 로버트 파카 등 거장들의 스승 격이다.

“나는 빛으로 글을 쓴다. 무엇인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거나 찾지 않고 보기만 한다. 나는 기록하지 않는다. 해석할 따름이다.” 케르테츠의 사진 철학이다. 사진을 독학한 그는 작은 라이카 카메라를 들고 70여년 간 ‘찰나’를 찾아 다니며 일기 쓰듯 셔터를 눌렀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다큐멘터리보다 문학에 가깝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서도 전투 장면 대신 병사들의 일상 발견해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이를 테면 현대 인스타그래머들의 시조가 아닐까.

‘수영하는 사람’(1917년). 성곡미술관 제공
‘수영하는 사람’(1917년). 성곡미술관 제공

케르테츠는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에서 활동했다. 전시는 목가적 일상을 담은 헝가리 시기(1912~1925)와 전성기인 파리 시기(1925~1936), 시대가 그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해 암울했던 뉴욕 시기(1936~1985) 별로 작품을 보여준다. 파리 작품에선 그의 예술성이 그야말로 만개한다. ‘몬드리안의 안경과 파이프’ ‘몬드리안의 집에서’를 비롯한 대표작과 ‘왜곡’ 시리즈가 파리에서 탄생했다. 뉴욕 시기 작품에는 시적 정서를 타고 소외와 우울이 흐른다.

케르테츠는 미국 국적자로 생을 마감하기 1년 전 원판 필름 10만점과 컬러 슬라이드 1만5,000점을 프랑스에 기증했다. 9월 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엔 프랑스 문화부가 골라 원판으로 인화한 모던 프린트 189점이 왔다. 그의 국내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1997년 전시 이후 20년만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몬드리안의 집에서’(1926). 성곡미술관 제공
'몬드리안의 집에서’(1926). 성곡미술관 제공
'엘리자벳과 나’(1931). 성곡미술관 제공
'엘리자벳과 나’(1931). 성곡미술관 제공
'자화상’(1927). 성곡미술관 제공
'자화상’(1927). 성곡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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