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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토불이(身土不二) 외치는 농협이 양담배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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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토불이(身土不二) 외치는 농협이 양담배 판매

입력
2017.07.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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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구농협 전용진열대에 말보로 버지니아슬림 등 15종 양담배 판매

서대구농협 4개월째 버티기, 농촌지역은 판매 초기 철수

4개월째 양담배를 팔고 있는 대구 서구 평리동 서대구농협 하나로마드 본점 전경.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4개월째 양담배를 팔고 있는 대구 서구 평리동 서대구농협 하나로마드 본점 전경.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대구 서구 평리동 서대구농협 하나로마트 입구에 놓여있는 담배 진열대에는 외국산 담배가 15종이 꽂혀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대구 서구 평리동 서대구농협 하나로마트 입구에 놓여있는 담배 진열대에는 외국산 담배가 15종이 꽂혀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대구 서구 평리동 서대구농협 하나로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외국산 담배.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대구 서구 평리동 서대구농협 하나로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외국산 담배.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몸과 태어난 땅은 하나’라며 신토불이(身土不二)를 외치는 농협이 외국산 담배판매 대열에 편승, 시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단위농협의 자율성을 침해하기 힘들다며 묵인하는 입장이어서 파열음을 빚고 있다.

6일 대구 서구 평리동 서대구농협 하나로마트 지하 1층 입구 앞 계산대 한쪽에는 양담배인 필립모리스 전용진열대가 차지하고 있었다. 진열대에는 버지니아슬림과 말보로, 팔리아멘트, 라크 등 15종의 양담배가 진열되어 있었다. 물품 계산을 위해 줄을 선 시민들도 바로 옆 진열대의 국산 담배 24종과 경쟁하듯 놓여있는 양담배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달서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박정웅(41)씨는 “농협에서 양담배를 파는 것은 축협이 수입 쇠고기를 파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농협이 국산 담배잎을 사용하지도 않는 양담배를 파는 것은 농가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말했다.

서대구농협이 국내 외국계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코리아와 1년간 양담배 판매 계약을 체결한 것은 지난 4월이다. 농협은 하나로마트 안에 양담배 판매장소를 제공하고 필립모리스측은 전용진열대와 양담배를 비치했다. 서대구농협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양담배 판매현황은 전체 판매량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양담배를 찾는 소비자들이 간혹 있어 농협에서도 판매키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BAT코리아와 필립모리스코리아, JTI코리아 등 3곳의 국내 외국계 담배회사들은 한때 국산 담뱃잎 수매를 약속하고도 전혀 구매하지 않고 있어 국내 농가보호를 모토로 삼고 있는 농협의 양담배 판매는 설립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에는 3,500여 담배농가가 매년 말쯤 KT&G에 9,000여 톤의 담뱃잎을 900여 억원에 판매하고 있다. KT&G 관계자는 “잎담배 경작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매년 해외 잎담배 평균가보다 2, 3배 정도 높은 가격으로 전량 수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대구농협이 4개월째 양담배를 판매하고도 버텨온 것은 상대적으로 농민과 농민단체의 영향력이 약한 대도시의 지리적 요인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경남 사천농협과 곤명농협은 서대구농협과 같은 시기인 4월부터 공동으로 운영하는 연합하나로마트에서 말보로, 버지니아슬림 등 11종의 양담배를 판매하다 농민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고 판매 25일 만에 철수했다. 또 같은 시기 경남 창녕 남지농협 하나로마트 역시 같은 이유로 양담배 판매를 중지했다.

농협중앙회는 이에대해 ‘양담배는 취급하지 말 것’을 단위농협에 당부하고 있으나 독립성을 침해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4월 양담배 판매로 농민단체가 반발하자 내부문서를 통해 ‘언론에 보도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는 지침을 전달, 양담배 판매를 묵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재구(42)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정책국장은 “농민이 주인인 농민협동조합에서 양담배를 파는 것은 잎담배 경작 농민에 대한 모욕이자 정체성을 망각한 행위”라며 “농협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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