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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의 슈퍼볼… 슈퍼스타 제친 후보 쿼터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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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의 슈퍼볼… 슈퍼스타 제친 후보 쿼터백

입력
2018.02.05 17:4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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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사상 첫 우승컵

은퇴까지 고려하던 닉 폴스

주전 부상으로 기회 잡아 대활약

MVP 선정되며 깜짝스타 등극

사상 첫 6번째 우승반지 노리던

뉴잉글랜드 쿼터백 톰 브래디는

단 한번 공 빼앗겨 뼈아픈 패배

필라델피아 쿼터백 닉 폴스(모자 쓴 이)가 4일 우승직후 딸 릴리를 안고 기뻐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FP 연합뉴스
필라델피아 쿼터백 닉 폴스(모자 쓴 이)가 4일 우승직후 딸 릴리를 안고 기뻐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FP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US뱅크스타디움에서 열린 미프로풋볼리그(NFL) 챔피언 결정전인 제52회 슈퍼볼 4쿼터 종료 2분 16초 전. 필라델피아 이글스에게 33-38로 뒤진 디펜딩 챔피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공격이었다. 지난해 3쿼터 초반까지의 25점차 열세를 뒤집고 우승한 경험이 있는 뉴잉글랜드에게는 충분히 역전이 가능한 시간이었다. 이미 슈퍼볼 출전 7차례, 슈퍼볼 최우수선수(MVP) 4차례의 영예에 빛나는 베테랑 쿼터백 톰 브래디(41)가 패스를 위해 오른쪽을 바라본 순간 뉴잉글랜드 수비벽을 밀고 들어온 필라델피아의 디펜시브 엔드 브랜던 그래엄(30)의 왼손이 브래디의 오른 손목을 밀쳐냈다. 공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필라델피아의 손에 넘어갔다. 브래디에게 이날 3번의 터치다운 패스를 포함 슈퍼볼 사상 최다 패싱(505야드)를 허용하며 철저히 농락당했던 필라델피아 수비진이 결정적 색(sackㆍ쿼터백이 패스를 시도하기 전 태클로 넘어뜨리는 일)을 성공한 것. 이날 한 개의 색도 허용하지 않았던 브래디는 바닥에 주저앉아 망연자실 고개를 떨궜다. 승리의 여신이 필라델피아에 미소지은 순간이다.

언더독(열세팀) 필라델피아가 거함 뉴잉글랜드를 41-33으로 격침시키며, 창단 이래 처음으로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슈퍼볼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933년 창단한 필라델피아는 슈퍼볼이 만들어지기 전 NFL 챔피언십 우승만 3차례 차지한 바 있다. 2005년 슈퍼볼에서 패배를 안겼던 뉴잉글랜드에 13년만에 설욕하자, 필라델피아 전역에는 밤새도록 이글스의 응원곡 ‘날아라, 독수리, 날아라(Fly, eagle, fly)’가 울려 퍼졌다.

브래디가 뼈아픈 막판 실수로 사상 첫 6번째 슈퍼볼 우승반지를 차지하는 선수가 되는데 실패한 반면, 주전 쿼터백 카슨 웬츠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은 필라델피아의 백업 쿼터백 닉 폴스(29)는 깜짝 스타로 등극했다. 폴스는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88순위로 필라델피아에 지명됐으나 주전 자리를 잡지 못하고 2015년 트레이드 돼 세인트루이스, 캔자스시티 등을 전전했다. 은퇴까지 고려하던 그는 올 시즌 친정팀으로 복귀, 이날 필라델피아의 반란을 주도하며 새로운 스타로 탄생했다.

폴스는 이날 터치다운 패스 3개(373야드 패싱)를 성공시키고, 1개의 터치다운 캐치까지 기록하는 등 ‘패스의 마술사’ 브래디에 밀리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이날 경기는 3쿼터까지 양팀이 슈퍼볼 기록인 합계 962야드 전진을 기록하는 등 패싱과 러싱의 향연이 펼쳐졌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가 슈퍼맨이 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깨달은 게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멋진 동료와 코치들 덕분에 우승했다”고 주변에게 공을 돌렸다. 브래디는 “전반에 패싱은 많이 했지만 점수를 못내 후반에 발목이 잡혔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그는 이어 “내가 돌아오지 못할 이유는 없다”며 은퇴설을 일축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지난 해 NFL에 확산됐던 선수들의 ‘무릎 꿇기 시위’는 벌어지지 않았다. 이 시위는 2016년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선수가 경찰의 흑인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뜻으로 국가(國歌) 연주 도중 한쪽 무릎을 꿇은 것을 계기로 퍼졌다. 앞서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많은 우리나라 군인이 오늘 밤 집에서 가족·친구들과 미국의 전통을 즐기지 못하지만, 우리는 자랑스럽게 국가를 위해 기립하면서 그들을 가슴에 담고 그들에게 우리 자유를 감사한다”고 강조하며 이 시위를 하지 말도록 간접 경고하기도 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취재하는 전세계 기자들의 집결지 강원 평창의 메인프레스센터(MPC)도 슈퍼볼 열기로 들썩였다. 5일(한국시간) MPC 2층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 앞에서 60,70여명의 기자들이 경기를 지켜봤고, MPC는 기자들이 경기 중계를 볼 수 있도록 샌드위치, 커피, 쿠키, 주스 등 ‘슈퍼볼 브런치’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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