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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ㆍ육사 출신 장악한 ‘육방부’ 해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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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ㆍ육사 출신 장악한 ‘육방부’ 해체 시작

입력
2017.08.0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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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수뇌부 7명 물갈이

육군 중심 작전체계 변화 포석

육군 대장 진급 5명 중 2명 非육사

박지만 동기 육사 37기들

최고 전성기 구가하다 군복 벗어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해군 출신의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임명됐을 때만 해도 국방부 주변에서는 합참의장은 그래도 육군 출신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첫 해군 출신 장관을 배출했던 참여정부에서도 육군의 반발을 감안해 해군 장관에다 육군 합참의장으로 균형을 맞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달랐다. 해군 장관에다 공군 합참의장을 기용하면서 육군의 힘을 크게 뺐다. 육군 지휘선상에서도 육사를 줄이고 비육사 출신을 발탁했다. 육사 출신이 국방부를 장악한다는 ‘육방부(陸防部)’를 혁파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8일 단행된 대장 인사의 최대 화제는 정경두 공군참모총장의 합참의장 기용이다. 육군 출신을 배제한 해ㆍ공군 출신을 각각 국방정책과 군사작전 분야의 투톱으로 내세운 것은 창군 이래 처음이다. 특히 공군 내 작전통인 정 내정자 기용은 육군 중심의 작전체계에 대한 대대적 수정이 시급하다는 송 장관의 평소 철학과 맞닿아 있다. 북한이 핵탄두 장착 탄도미사일에 이어 최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까지 개발하며 비대칭 전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우리 군은 육군 중심 전력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내정자를 기용한 것은 또한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체계(KMPR) 등 북핵 억제를 위한 '3축 체계'의 완성을 고려한 중장기적 인사라는 평가다. 전투기와 고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HUAV), 패트리엇(PAC-2·PAC-3) 요격미사일,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M-SAM·L-SAM), 이지스함 등 우리 군의 독자적 대북억제를 위한 전력 대부분이 해ㆍ공군 자산인데 반해 작전 운용 주체는 육군에 편중돼 있는 모순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국방당국 관계자는 “대북 군사작전체계가 입체화하고 있는 속도를 군 인사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며 “이번 인사에서 육군 출신이 의도적으로 배제됐다기 보다 작전체계 시급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비육사 출신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육군 대장 진급자 5명 가운데 1, 2군사령관이 각각 3사와 학군 출신이다. 통상 육사가 독식해오던 대장 자리에 비육사 출신 2명이 오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국방당국 관계자는 “육군의 경우 서열 및 기수 등 기존 인사 관행에서 탈피해 육사, 3사, 학군 출신 간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능력 위주의 인재를 등용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육사 출신의 축소에는 박찬주 전 2작전사령관의 갑질 논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 육사 동기들인 37기는 박 전 사령관을 포함해 이번 인사에서 모두 물러났다. 더구나 김용우 신임 육군참모총장이 전임 장준규 총장보다 3기수 아래인 육사 39기여서 육사 37기와 38기는 동시에 군복을 벗게 됐다.

육사 37기는 이전 정권에서 군단장급(중장) 8명, 대장 3명을 배출하면서 군사정권 시절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 기수로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결국 총장이나 의장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무관의 기수’로 전락했다. 육사37기의 그늘에 가려 대장을 1명밖에 배출하지 못했던 임호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 정연봉 육군참모차장 등 육사 38기도 모두 군복을 벗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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