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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24시] 반항하는 사춘기, 일본은 아니다?

입력
2017.12.10 15:3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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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조회를 하는 모습.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조회를 하는 모습.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춘기 시기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이른바 ‘제2 반항기’가 없는 청소년들이 일본에서 늘고 있다. 이 시기의 부모에 대한 반항은 성장의 징표로 여겨졌지만 최근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는 반론을 전문가들이 제기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접근법이 바뀐 것도 대표적인 원인이란 평가가 나온다.

도쿄에 사는 회사원 A씨(44ㆍ여)는 고교 1년생인 16세 아들과 무료 메신저 ‘라인’으로 수시로 소통한다. 예를 들어 아들은 도시락 반찬이 마음에 들 경우 점심시간에 “맛있는 음식 고마워 엄마”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퇴근 때는 A씨가 아들에게 “근처에 있는데 영화를 보고 같이 집에 들어가자”고 말을 건다. A씨는 자신의 여고시절을 회상하며 “학창시절 아버지와 대화가 거의 없었다”라며 “솔직히 아들과 손쉽게 대화하는 지금의 모습이 정상적인 모자관계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중ㆍ고생 자녀가 반항하고 부모에게 대드는 행동은 3세 전후 자기 주장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이른바 ‘제1반항기’에 이은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사춘기가 돼도 이처럼 부모 자녀 관계가 양호한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 팽팽한 긴장감이나 단절된 대화로 표현되는 사춘기 자녀와 부모 관계가 오히려 친구 같은 관계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메이지야스다(明治安田)생활복지연구소가 2016년 중학생이상 자녀를 둔 35~59세 남녀(부모세대), 15~29세 미혼남녀(자녀세대)에 대해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최근 현상에 주목했다. ‘반항기가 없었다’고 답한 부모세대는 30%에 못미친 반면, 자녀세대는 40%에 달했다. 반항기가 있었다고 말한 자녀세대의 경우도 이중 80~90%는 부모와 관계가 “매우 좋았다”고 응답했다. 부모로부터 칭찬받을 때가 많은지, 야단맞을 때가 많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부모세대는 자식세대보다 후자의 비중이 6~10%나 높았다. 이는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진 게 자녀들의 반항기가 줄어든 요인이란 추측을 낳게 한다. ‘칭찬교육’의 효과란 것이다.

‘반항하지 않는 자녀’에 대해 발육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2의 반항기’ 자체가 모호한 개념으로 1920년대 독일 심리학계에서 비롯된 과거의 사고방식일 뿐이란 설명을 내놓고 있다. 요즘엔 부모자식 간 거리감이 좁혀져 ‘반항’이 아닌 ‘자율’이 키워드가 됐고, 스스로 결정하며 나름대로 가치관을 잡아가는 현재의 자식세대가 더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은 부모와 다르다고 말하는 관계라면 반항기가 없어도 걱정없다”며 “낡은 고정관념에 개의치 말고 그 가족만의 개성 있는 부모자녀간 신뢰관계 구축이 해답”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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