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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공감러] “인간 나비효과”라 불리는 팔로워 70만 페북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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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공감러] “인간 나비효과”라 불리는 팔로워 70만 페북 스타

입력
2017.11.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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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하루 사이 '반짝 스타'가 탄생하기도 합니다. SNS 스타들이 전하는 얘기는 '좋아요'라는 공감으로 되돌아옵니다. 프로공감러는 좋아요(공감)를 받는 사람(러)을 뜻하는 말입니다. 'SNS스타=프로공감러'들이 어떻게 스타가 됐는지 SNS를 넘어 현실 속 그들의 얘기를 듣고 전하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지난 9일 유씨가 병원에 갔다가 생긴 일을 카드 뉴스 형식으로 만들어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은 좋아요 1만여 개를 받으며 SNS에서 큰 화제가 됐다. 유씨 제공
지난 9일 유씨가 병원에 갔다가 생긴 일을 카드 뉴스 형식으로 만들어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은 좋아요 1만여 개를 받으며 SNS에서 큰 화제가 됐다. 유씨 제공

지난 9월 기준 전 세계 페이스북 이용자 수는 약 17억 명으로 추정된다. 이 수많은 페이스북 이용자들 가운데는 독특한 콘텐츠로 관심을 모아 ‘스타’ 반열에 오르는 사람도 있다. 이른바 ‘페북 스타’다.

한국에도 ‘페북 스타’가 있다. 벌레 먹기 등 기이한 행동으로 원성을 사는 스타도 있지만 10ㆍ20대들 사이에서 ‘롤 모델’이 되는 스타도 있다. 대구에 살고 있는 유정호(25ㆍ사진)씨가 두 번째 사례의 좋은 예다. 유씨는 팔로워 약 70만을 거느리고 있는 인기 페이스북 이용자다. 주로 봉사와 나눔을 주제로 한 게시물을 올린다.

지난 9일 유씨는 병원에 갔다가 생긴 일을 카드 뉴스 형식으로 만들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게시물은 좋아요 1만여 개를 받으며 SNS에서 화제가 됐다. “제가 심장 등 안 좋은 곳이 조금씩 있어요. 그래서 이날도 병원을 찾았죠. 그런데 응급실 뒤쪽에서 ‘우리 아기 병원비 조금만 빌려달라’고 누군가에게 말하며 울고 있는 아이 엄마를 보게 됐어요. 그래서 보트 사려고 모아 둔 돈을 그 아이 엄마를 위해 기부했어요.”

유씨는 이날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마주친 아이 엄마를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돈 100만 원을 기부했다. 그가 모르는 사람에게 선뜻 기부하는 일은 그의 페이스북을 자주 찾는 사람들에게는 낯선 상황이 아니다. 유씨에게 폐지를 주우며 손녀들과 함께 쓸 생활비를 구하는 할머니를 찾아가 돕거나, 기부 관련 링크를 공유해 도움을 주는 건 일상이다.

지금은 페이스북 이용자들 사이에서 ‘롤모델’ 같은 존재가 됐지만, 처음부터 시선이 따뜻하지는 않았다. 유씨가 올리는 콘텐츠들이 ‘봉사’를 주제로 하는 다른 페이스북 페이지 게시물과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사진을 찍을 때 얼굴을 찡그린 채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거나 카메라에 바짝 다가가 코믹한 연출을 한다. 그래서일까. 그가 만든 콘텐츠는 대부분 B급 코미디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을 듣는다.

유씨는 봉사 콘텐츠 뿐만 아니라 남들이 놓칠 수 있는 사소한 부분들에서 영감을 얻은 이른바 ‘사이다’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유씨 제공
유씨는 봉사 콘텐츠 뿐만 아니라 남들이 놓칠 수 있는 사소한 부분들에서 영감을 얻은 이른바 ‘사이다’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유씨 제공

“누군가는 저를 ‘관종’ 같다고 손가락질하기도 했어요. 단지 저는 제가 만든 콘텐츠들이 더 많이 퍼져나가서 봉사로 연결되길 바랄 뿐이에요. 그 방식이 남들과 조금 다를 뿐이죠.”

유씨는 봉사 콘텐츠 뿐만 아니라 남들이 놓칠 수 있는 사소한 부분들에서 영감을 얻은 이른바 ‘사이다’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하지만 본질은 같다. ‘사이다’ 콘텐츠들을 본 네티즌들의 행동이 봉사로 이어졌으면 한다는 게 유씨의 바람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화제가 됐던 ‘중고나라 성희롱 사건’ 게시물이 있다.

유씨는 지난달 성희롱성 문자 메시지를 보낸 중고 물품 판매자 관련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려 네티즌의 관심을 끌었다. 유씨 제공
유씨는 지난달 성희롱성 문자 메시지를 보낸 중고 물품 판매자 관련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려 네티즌의 관심을 끌었다. 유씨 제공

유씨는 지난달 24일 ‘중고나라 변태’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글에서 한 중고물품 거래자는 유씨를 여성 구매자로 착각하고 “치마를 입고 거래하자” 등 성희롱 발언을 하고 있었다. 유씨는 이 판매자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골려 주기로 결심했다. 진짜 치마를 입고 이 판매자 집 앞에 찾아간 것이다.

유씨를 보고 당황한 판매자는 부랴부랴 거래를 마치고 도망치듯 사라졌다. 이 과정은 고스란히 유씨 카메라에 담겼고, 카드 뉴스로 만들어졌다.

“제가 만드는 콘텐츠들은 자세히 보면 저 말고도 많은 분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일 거예요. 단지 그걸 보고 ‘무언가 해야겠다’라고 생각을 안 한 것뿐이죠. 이번 중고나라 게시물도 그렇고, 제 게시물들은 모두 사소한 관심에서 시작돼요. 사소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던 내용들이라서 화제가 된 거죠.”

유씨는 앞으로도 이런 유쾌한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에게 통쾌함을 줄 수 있는 ‘꿀잼’ 게시물이 많아야 그를 찾는 사람들 또한 많아지기 때문이다. 유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찾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봉사를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저도 봉사를 하잖아요. 제가 하는 것을 보면 한 명쯤은 봉사를 하게 될 거예요. 저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활동하면서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요.” 그에게 ‘인간 나비효과’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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