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9일 천주교계를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의 ‘낙태 발언’을 인용한 배경을 설명하며 이해를 구했다.
조 수석은 이날 경기 수원 천주교수원교구를 찾아 이용훈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장과 위원회 총무인 이동익 신부를 예방했다. 청와대 가톨릭 신자 모임인 청가회 회장인 박수현 대변인도 자리에 함께했다. 조 수석은 이 자리에서 “청와대가 낙태 문제에 어떤 결정을 미리 내리거나 예단을 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달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에 대해서도 교황의 인식을 왜곡하거나 호도하려는 뜻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용훈 주교 측은 ‘조 수석의 발언이 낙태와 관련한 천주교 입장이 변화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이용익 신부는 “조 수석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을 축약해 전달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말하며 유감을 표명했다”며 “상호 오해를 푼 만큼 이 문제는 마무리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예방 이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천주교회의 입장을 겸허하게 청취했고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날 예방은 조 수석이 26일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에 답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신중절에 대해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고 말한 데 대해 천주교계가 강력히 반발한 데 따른 것이다. 천주교 주교회의는 즉각 “매우 교묘한 방법으로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낙태죄 폐지 반대를 위한 100만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청와대와 천주교계의 정면 충돌 양상으로 비치자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오해하지 않도록 잘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조 수석이 인용한 교황의 발언은 2013년 9월 이탈리아 언론 인터뷰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터뷰에서 “가톨릭 교회 안에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며 동성애자, 이혼한 이들, 낙태한 여성에 대한 자비를 촉구했다. 또 지난해 11월 자비의 희년 때에는 “낙태는 크나큰 죄악임을 다시 강조한다”며 “한 사람이 회개할 때 신의 자비가 도달해 씻을 수 없는 죄악은 없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낙태는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만, 낙태를 저지른 이들에 대한 동정과 용서는 가능하다는 말로, 해외에서도 진보진영의 찬사와 보수진영의 반발이 나왔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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