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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자유한국당의 ‘품격’

입력
2017.11.01 17: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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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난해 10월 24일 국회 시정연설은 그와 새누리당 친박계가 마지막 불꽃을 태운 장면으로 기억된다. 국정농단 사태로 위기에 몰린 박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느닷없이 ‘임기 내 개헌카드’를 꺼내 들었고, 친박계 의원들은 열띤 박수로 화답했다. 41분 연설 도중 역대 대통령 시정연설 가운데 가장 많은 53차례나 쏟아졌다. 친박계는 한 문장 끝날 때마다 앞장서 의원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그로부터 10시간 뒤 JTBC에서 최순실 태블릿PC 보도가 나오면서 그들의 운명은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 그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등 야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지는 않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입ㆍ퇴장할 때 기립을 하며 최소한의 예우를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시작한 2013년부터 4년 동안 야당 의원들은 대부분 자리에서 일어났고 일부는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2015년 시정연설 때는 야당의 모니터 부착 피켓시위로 소동이 벌어졌다. 야당 의원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반대하는 문구를 의원석 모니터에 붙이고 침묵시위를 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해 고성이 오갔다.

▦ 1일 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도중 자유한국당이 정부의 국정운영을 비판하는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어 논란이 일고 있다. 검정 옷과 넥타이를 착용하고 본회의장에 입장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하자 본회의장 좌석 세 줄에 걸쳐 플래카드를 펼치며 시위를 했다. 길거리 플래카드가 본회의장에 반입돼 내걸린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제1야당의 품격을 손상하지 않는 의사표현을 하겠다”고 밝혔다. 입법부의 권위를 상징하는 본회의장에 플래카드를 내건 게 ‘품격 있는 의사표시’란 얘기다.

▦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의 모니터 시위에 당시 정의화 국회의장은 “대통령 연설 때 예의가 아니다. 국회의 품격을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때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회 망신시키지 말라” “예의 좀 지키라”며 삿대질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시정연설이 끝나면 으레 여당 의원들하고만 악수를 나누고 떠났다. 문 대통령은 1일 야당석을 찾아가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자유한국당 의원에게도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이제 국회도 품격을 지켜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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