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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흙수저’ 세대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

입력
2016.05.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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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럿거스대 졸업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NPR
지난 1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럿거스대 졸업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NPR

기자가 워싱턴에 부임한지 1년8개월이 흘렀다. 별로 길지 않은 그 기간 ‘언어의 사회성’을 실감하고 있다. 2014년 여름에는 없었던 많은 말들이 보통명사가 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흙수저’다. 잘나고 돈 많은 부모 만나지 못해 혼자 세파에 맞서는 평범한 젊은 세대의 자조인 듯싶다.

미국인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라면 ‘어슨 스푼’(Earthen Spoon) 정도로 번역될 ‘흙수저’세대에게 어떤 말을 했을까. 지난 15일 럿거스대 졸업식 연설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가상 연설을 추측해 본다.

“지난 20세기 우리는 역사상 본적 없는 위대한 경제적 진보를 이룩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십여 년 동안 경제는 갈수록 불평등해지고 있습니다. 상위 10%의 몫이 전체의 절반을 넘습니다. 과거 최고경영자(CEO) 연봉이 일반 근로자의 20~30배였지만, 이제 300배가 넘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 임금은 늘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어떤 분야에서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지 난관과 좌절에 부딪칠 것입니다. 멍청한 사람들과 타협할 때도 있고, 능력 없는 상사 때문에 괴로워할 수도 있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때도 있겠죠.

그래서 비관과 냉소주의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현실을 비관하고 삐딱하게 보는 건 쉽지만, 그런 사람들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좋았던 그 시절’을 얘기하며, 허황된 약속을 합니다. 속지 마십시오. 모든 정치인이 현명했고 모든 국민들이 열심히 일했다는 ‘좋았던 그 시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경제가 더 빨리 성장했고 정책이 빨리 작동했던 적은 있지만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풍요로운 시점은 바로 지금입니다. 실제로 그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도 지금이 과거 50년 전, 30년 전, 8년 전보다 낫습니다.

물론 우리가 풀어야 할 심각한 문제는 많습니다. 그러나 인류 역사는 변화와 함께 했습니다. 우리가 위대한 건 미래를 두려워 않듯, 과거에 안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물론이고 인생에서 무지는 미덕이 아닙니다. 과학적 사실과 증거, 이성에 의존해 판단하고 결정하십시오.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에서 주장하는 것과 달리 우리 체제와 시스템은 생각하는 것보다 약하지 않고 썩지 않았습니다. 병원에 가는 환자들은 경험 많은 의사를 원합니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탈 때면 운항 시간이 많고 능력 있는 기장이 조종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왜 정치에서는 경륜 있는 인물을 거부하고 검증되지 않은 얼굴을 원합니까. 객관적 사실을 부정하고 이성과 과학을 배척하는 건 퇴보의 지름길입니다. 칼 세이건은 ‘감정으로 끌리는 것 대신 진실을 껴안을 용기가 있을 때만 우리는 진보한다’고 말했습니다.

변화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갑자기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습니다. 민주사회에서는 오랜 토론과 구성원의 협력과 협상,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여론의 변화를 통해서만 진보가 가능합니다.

당신들은 운이 좋습니다. 더 밝은 미래로 이끌 모든 조건을 갖췄습니다. 이전 세대보다 더 배웠고 다른 세계와 문화에 더 포용적이고 개방적입니다. 앞선 세대가 쌓은 지식과 지혜를 건설적으로 비판할 줄도 압니다. 미국의 유명 싱어송라이터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결코 오지 않을 기회를 기다린다며 인생을 낭비했습니다. 기다림에 낭비하지 말고 당장 행동하십시오.’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어도 끝까지 따라붙어, 완전하지 못하고 위대하지 않아도 뭔가를 이뤄내십시오. 그것이 성공이고, 사회와 우리 삶에서 진보가 일어나는 방식입니다.”

조철환ㆍ워싱턴특파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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