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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북 수용소, 정치범 12만명 감금” 보고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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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북 수용소, 정치범 12만명 감금” 보고서 발표

입력
2018.05.30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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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례적 보고서서 北 인권탄압 지적

北은 美엔 한미훈련 중단 압박

南엔 탈북 여종업원 송환 촉구

‘북미회담 위험요인 제거’ 메시지

미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보고서.
미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보고서.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고위급 담판을 위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인 29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정치범 8만~12만명이 강제수용소에 수감된 최악의 종교 탄압국가’로 지목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무부는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북한 정부가 종교활동에 관여하는 주민들을 계속 가혹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북한 헌법에도 불구,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거의 모든 종교활동을 탄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정부가 종교활동에 관여하는 주민들을 처형과 고문, 구타, 체포 등으로 가혹하게 다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무부는 이어 약 8만~12만명의 정치범이 수용소에 구금되어 있으며, 그 가운데 일부는 종교적 이유로 갇혀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외딴 지역에 있는 끔찍한 환경의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북한 정부가 국제사회에 대해서는 관용을 허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종교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국가의 인가를 받지 않은 모든 종교활동을 탄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주체사상과 수령은 김일성 일가 개인숭배의 중요한 이념적 토대로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1998년 제정된 ‘국제종교자유법’에 따라 매년 세계 각국의 종교자유를 평가해 연례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으며, 2001년 북한을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처음 지정한 뒤 계속 유지하고 있다. 국무부는 특히 “북미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종교의 자유를 비롯한 인권분야에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나 북한의 종교자유 상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북한 인권 사항에 대한 국무부 지적은 전세계 19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연례적 ‘국제 종교자유 보고서’발표에 따른 것이지만, 북미간 신경전이 벌어지는 미묘한 시점에서 벌어진 것이어서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인권문제 거론에 북한 정권이 민감하게 반응할 경우,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ㆍ고위급 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한편 북한은 관영매체를 동원, 미국과 한국에 대화국면에 걸맞은 성의를 보이라는 취지의 압박을 가했다. 미국에게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남측에는 집단 탈북 여종업원 송환을 각각 촉구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대화 분위기에 맞게 처신해야 한다’ 제하 논평에서 매년 8월쯤 진행되는 한미 군사연습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거론하며 “조미(북미)가 현안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안고 대화를 향해 마주 가고 있는 때에 미국이 남조선과 함께 합동군사연습을 굳이 벌여야 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미국에 반문했다. 이어 신문은 “교전 쌍방이 협상을 선포하면 군사 행동을 자제하는 것은 국제적 관례”라며 “미국이 회담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상대를 힘으로 위협 공갈하는 놀음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21일 UFG 축소 움직임 주장과 관련해 그럴 계획이 없다고 밝힌 국방부는 이날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방어적 연례 훈련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남측을 압박했다. ‘보수 정권이 남긴 반인륜적 문제는 시급히 해결되어야 한다’ 제하 논평을 통해 “우리 여성 공민들의 송환 문제에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겨레 앞에 죄를 짓는 것으로 된다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며 “이것은 북남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남조선 당국의 성의와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로도 된다”고 주장했다. 논평이 언급한 여성 공민들은 중국 소재 북한 식당에서 일하다 2016년 4월 집단 탈북한 여종원업들을 가리킨다.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와중에 나온 북한 관영 매체의 해당 논평들과 관련해 대화 판이 깨지지 않길 바라는 북한이 향후 걸림돌이 될 만한 위험 요인들을 미리 제거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화 분위기를 어지럽힐 짓은 서로 하지 말자는 게 북한이 한미에 보내는 메시지”라며 “최근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맥스선더’에 참가한 미 스텔스 전투기가 되레 더 늘고, 오히려 남측 언론이 여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을 거론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침묵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일부에서는 북미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북한이 군사 위협이나 탈북 유도 등 체제와 정권의 안전을 안팎에서 위협하는 요인들을 거론하며 협상력 강화에 본격 착수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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