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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해 신고 못하고 쉬쉬"…고령화의 그림자 ‘노인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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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해 신고 못하고 쉬쉬"…고령화의 그림자 ‘노인 학대’

입력
2017.12.0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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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서 4천280건 발생…가해자 대부분 아들·배우자

전문가 "피해자 직접 신고 적어…'학대는 범죄' 교육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학대를 당한 노인들을 위해 노인보호기관이 운영하는 노인쉼터에서 생활하는 A씨(70)는 아들(40)을 피해 이곳으로 왔다.

A씨와 둘이 생활하는 미혼의 아들은 몇 년 전 사업에 실패한 뒤 술로 스트레스를 풀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거의 알코올 중독자가 됐다. 아들은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오는 날이면 욕설을 하고, 행패를 부리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A씨는 아들이 술을 마신 날에는 인근 친구의 집으로 피신할뿐 경찰이나 노인보호기관에 신고하는 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아들의 행패가 갈수록 심해지자 보다 못한 이웃이 신고했고, 조사에 나선 노인보호기관이 '노인학대' 판정을 해 A씨에게 노인 쉼터 생활을 권했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노인 학대가 사회문제로 떠오른지 오래며, 갈수록 사례가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 학대 건수는 4천280건으로, 2012년 3천424건보다 25%나 증가했다.

문제는 학대자의 대부분이 가족이라는 점이다.

최근 5년간 전체 학대 행위자 2만604명 가운데 아들이 38.6%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배우자 15%, 딸 11.5% 순이었다.

충북에서도 올해 노인보호기관이 개입해 노인 학대라고 판정한 사례가 128건에 달한다. 노인학대 가해자의 43%가 아들이고, 배우자가 30%로 뒤를 이었다.

노인 학대가 대부분 가정에서 이뤄지면서 쉬쉬하고 넘어가는 사례가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드러나지 않은 노인 학대는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충북 노인보호기관 관계자는 "피해 당사자가 직접 신고하는 사례는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아들 등 가족에게 학대 받는 것이 알려지는 걸 창피하게 여겨 신고를 기피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학대 사례 판정을 받은 뒤에도 쉼터보다는 가정에 남겠다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며 "노인 상당수가 학대를 가정 내 문제로 생각하거나 체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충북에서 발생한 노인 학대 유형은 신체적 학대가 44%, 욕을 하거나 위협해 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정서적 학대가 40%로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비를 대주지 않는 등 자녀가 부양 의무를 포기한 채 방치하는 방임과 재산이나 권리를 빼앗는 경제적 학대도 11%, 3%로 집계됐다.

김준환 충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대받는 노인들이 경찰이나 노인보호기관이 개입하려 하면 '그래도 내 자식'이라며 감싼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학대가 중대한 범죄라는 점을 교육하고, 노인 학대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는 노인보호기관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인 학대가 부모의 건강이나 경제 형편이 좋지 않거나 자녀가 실업 등 곤궁한 상황에서 함께 생활할 때 자주 발생한다는 점에서 일자리 제공 등 촘촘한 복지체계를 갖추는 것이 장기적 과제라고 김 교수는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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