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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상태 따라 수술법 결정… 맞춤수술로 대장암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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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상태 따라 수술법 결정… 맞춤수술로 대장암 치료

입력
2017.07.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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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복ㆍ복강경ㆍ로봇수술 자유자재 활용…수술 후 조기회복 프로그램도

“환자는 자식 같은 존재”… 환자생명 살리는 외과의사 선택 보람

이인규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환자상태에 맞춰 수술방법을 선택, 대장암을 치료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이인규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환자상태에 맞춰 수술방법을 선택, 대장암을 치료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대장암은 식습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암이다. 대장은 음식물과 직접 접촉하는 장기라 붉은 고기 등 육류와 인스턴트 음식을 즐겨 먹으면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2015년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표한 184개국 대장암 발생 현황에 따르면 한국인의 대장암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45명으로 세계 1위다.

대장암 치료에 주력하고 있는 이인규(47)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외래는 물론 일반인 대상으로 한 건강강좌에서 식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붉은 고기 등 육류와 패스트푸드 섭취를 줄이고 생선과 채소 중심의 식습관을 유지해야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장 건강은 어릴 적 길든 식습관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어려서부터 육류와 패스트푸드에 입맛이 길들어지면 장 건강을 장담할 수 없다”며 “최근 아이의 장 건강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먹이는 부모가 많은데 유산균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식습관이 좋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꼬집었다.

환자상태 따라 수술법 선택… 금식 없이 수술 가능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건강검진으로 암을 조기 치료할 수 있게 됐지만 대장암, 특히 직장암은 치료하기 힘든 고약한 암이다. 결장암은 수술부위가 넓고 단순하지만 항문과 연결된 직장에 암이 생기면 최악의 경우 항문을 제거해야 한다. 이 교수는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것이 수술의 궁극적 목표이지만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수술하기 전에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개복수술, 복강경수술, 로봇수술 등 현재 대장암 치료에 활용되고 있는 모든 수술법을 마스터한 외과의사다. 그는 환자상태에 따라 수술법을 택한다. 이 교수는 “조기에 암을 발견한 환자는 복강경수술, 로봇수술로 치료하지만 온 몸에 암세포가 퍼진 환자는 개복수술을 할 수밖에 없다”며 “외과의사는 환자상태에 따라 모든 수술이 가능해야 하고, 수술결과도 차이 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환자맞춤 치료는 수술에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수술이 필요한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후 조기회복(Early Recovery After SurgeryㆍERAS)’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진료과(외과ㆍ마취통증의학과) 간호부 영양실 약제팀 의료기사(운동치료사) 등이 참여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병원은 서울성모병원이 유일하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환자가 금식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서울성모병원에서는 대장암 수술 2시간 전까지 환자에게 탄수화물 보충음료를 제공한다. 이 교수는 “탄수화물 보충음료는 섭취 후 2시간이 지나면 소장에 흡수돼 수술에 문제가 없다”며 “수술 전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수술 후 다양한 합병증은 물론 인슐린 저항성을 약화시켜 수술 후 회복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 금식도 최소화했다. 수술 후 4시간이 지나면 물을 마실 수 있고, 수술 다음날부터 미음과 죽이 제공된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수술 후 방귀가 나올 때까지 음식은 물론 물도 먹지 못하게 했지만 수술 중 특별한 문제가 없는 환자는 수술 후 조기에 물과 음식을 섭취하면 장 운동이 활발해져 방귀가 나오는 시간이 줄어드는 등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규 교수가 복강경으로 직장암 수술을 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이인규 교수가 복강경으로 직장암 수술을 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이 교수가 대장암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것은 환자에 대한 깊은 애정 때문이다. 그는 “대장암 환자를 볼 때마다 측은지심이 생긴다”며 “외과의사는 환자 생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늘 겸손한 마음으로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의사에게 환자는 자식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자식 잘못되길 바라는 부모가 없듯 이 교수는 말을 잘 듣지 않는 환자는 봐주지 않는다. 대장암 수술을 하고도 식습관을 개선하지 않고, 음주에 흡연까지 하는 환자는 이 교수의 질책을 피할 수 없다. 이 교수는 “당신 이렇게 하면 정말 죽을 수 있다”고 대놓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환자를 살리고 싶은 게 그의 마음이다.

이 교수는 진정한 외과의사가 되려면 끊임없이 의학적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외과의사에게 있어 칼은 다른 의사가 갖고 있지 않는 옵션이지 전부가 아니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수님, 외과를 선택하면 힘들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올 봄 가톨릭대 의대 신입생이 이 교수 강의시간에 질문을 던졌다. 이 교수의 답은 ‘쿨’했다. “응. 레지던트 때 정말 힘들지. 근데 교수되면 더 힘들다. 하지만 죽어가는 환자를 내 손으로 살릴 수 있어 후회는 없다. 외과의사 할 사람 손들어봐!”

다시 태어나도 외과의사를 하겠다는 이 교수. 지천명(知天命)을 바라보는 나이에 해맑게 웃는 마음 따뜻한 외과의사를 만났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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