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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서던 대왕 카스텔라 줄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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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서던 대왕 카스텔라 줄폐업

입력
2017.04.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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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고발 프로그램 후 직격탄

홍대 인근 10여곳 중 3, 4곳 유지

남은 집도 “손님 끊겨” 전업 고심

한 방송사의 고발 프로그램 방영 이틀 후 폐업한 서울 마포구의 한 카스텔라 가게
한 방송사의 고발 프로그램 방영 이틀 후 폐업한 서울 마포구의 한 카스텔라 가게

기본적으로 몇 십 분씩 줄을 서야 먹을 수 있었던 대박 상품의 영광은 옛말이 됐다. 매장마다 긴 줄이 이어지던 ‘대왕 카스텔라’ 가게에 거짓말처럼 손님이 뚝 끊기고, 가게 주인은 이제 전업과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식용유 범벅’이라는 고발 프로그램 방영 이후 벌어진 일이다.

5일 오후 홍익대 인근에서 가장 유명하다던 카스텔라 가게에는 한 시간이 넘도록 고작 3명의 손님만이 찾아왔다. 불과 두어 달 전만 해도 문전성시를 이루던 가게다. 10㎡ 남짓한 가게를 지키던 점주 이갑선(47)씨는 “당장 하루 매출이 120만~180만원에서 20만~50만원으로 줄었다”면서도 “그나마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 다른 가게에 비하면 나은 편”이라고 씁쓸해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가게는 “한 판에 6,000원짜리 카스텔라가 10개 나오는데, 하루에 12판씩 팔다가 요즘은 2판도 다 못 팔 때가 많다”고 푸념했다.

이들 가게의 매출은 카스텔라에 식용유가 과다하게 들어간다는 것을 꼬집은 내용의 한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면서 급전직하했다. 방송 직후 전문가들이 “제빵에 식용유가 쓰이는 건 이상한 게 아닌데도 방송이 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으나, 이미 돌아선 여론을 되돌릴 수 없었다.

실제 카스텔라 가게가 10여 군데 있었던 홍익대ㆍ연남동 지역엔 가게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이 3, 4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줄을 서서 먹었다’던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한 가게는 확인 결과 이미 사라졌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방송 나가고 이틀 뒤에 문을 닫았다”고 귀띔했다. 개업한 지 3개월 남짓 된 마포구 상수동의 한 가게는 아예 휴업 상태다. 불도 켜지 않은 가게 안에 앉아있던 점주 양재영(46)씨는 “방송 이후 손님이 뚝 끊겨 거의 문을 닫은 상태”라며 “부동산에 가게를 내놓았지만 우리 같은 영세업자에겐 업종 전환도 만만치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장사를 하는 곳도 ‘버티고 있을 뿐’이라고 한숨이다.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한 매장은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원래 없던 메뉴인 치즈케이크로만 가게를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남동의 한 가게는 ‘대왕’이라는 상호에 맞지 않게 카스텔라를 작게 잘라 종이컵에 담아 싸게 파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반짝 인기 후 사라진 수많은 먹거리처럼 대왕 카스텔라의 몰락 또한 사실상 시간 문제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엔 방송이라는 결정적 타격이 있었던 만큼 “모은 돈 다 털어 창업했다”는 대부분의 40, 50대 영세업자들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특히 먹거리의 유행은 언론 매체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영세업자들이 휩쓸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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