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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미자의 장난질, 우주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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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미자의 장난질, 우주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입력
2016.01.2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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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가 우주에 존재하는가

무라야마 히토시 지음, 김소연 옮김

아카넷 발행ㆍ188쪽ㆍ12,000원

2015년 노벨물리학상은 일본 도쿄대 가지타 다카아키 교수와 캐나다 퀸스대 아서 맥도널드 명예교수에게 돌아갔다. 가지타 교수는 일본 기후현 가미오카 광산 지하 1㎞ 지점에 미국과 공동으로 건설한 실험실 ‘슈퍼 가미오칸데’에서 우주에서 날아온 중성미자를 연구해왔으며, 맥도널드 교수는 퀸스대에서 서드베리 광산 2.06㎞ 지하에 설치한 ‘서드버리 중성미자 관측소’를 통해 중성미자를 관측하고 있었다. 노벨상위원회는 이 두 학자가 “3종류의 중성미자가 서로 모습을 바꾸는 ‘중성미자 진동’ 현상을 발견해 중성미자가 질량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결국 규명했다”며 “이를 통해 물질에 대한 이해와 우주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최신 소립자론 입문’이라는 부제가 붙은 일본의 이론물리학자 무라야마 히토시의 책 ‘왜, 우리가 우주에 존재하는가’는 중성미자에 관한 점증하는 궁금증을 풀어주기에 알맞은 가장 쉽고 간명한 입문서이며 2015년 노벨물리학상을 이해하는데 가장 적합한 해설서라 할 수 있다. UC버클리 교수를 거쳐 현재 도쿄대 산하 IPMU(우주물리학과수학연구소) 소장이자 도쿄대 특임교수이기도 한 저자는, 소립자 연구의 세계적 선두주자 중 한 사람이며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중과학서를 여러 권 집필한 인기 과학저술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최신 소립자 이론에 입각해 우주에 어떻게 물질이 존재하게 되었는가를 설명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물질은 반드시 자신과 짝을 이루는 반물질과 함께 태어나는데 이를 ‘쌍생성’이라 하며 물질과 그 짝을 이루는 반물질이 만나면 ‘쌍소멸’이라는 현상이 일어나 물질과 반물질은 둘 다 소멸한다. 빅뱅 초기에는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열이 빛의 형태로 방출되었는데 그 결과 많은 양의 반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었고, 이와 함께 물질도 생성되었다. 이후 우주가 팽창하면서 온도가 낮아지고 식어 감에 따라 우주 초기에 탄생한 물질과 반물질은 대부분 사라졌다. 현재 우주에는 반물질을 찾아보기 힘들고 물질만 확연하게 남았는데 그 이유는 물질이 반물질보다 약간 더 많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걸 대칭의 자발적 깨짐으로 설명한다. 여기까지가 입자 물리학자들 대부분이 일치하는 견해다.

그런데 저자는 이 자발적 대칭 깨짐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게 중성미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는 “중성미자와 반중성미자 역시 다른 물질ㆍ반물질 커플처럼 1대 1로 생성되기는 했으나 중성미자가 살짝 장난을 쳐서 10억개 중 한 개만 반중성미자와 물질인 중성미자의 균형을 깼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그 이유를 설명한다. 중성미자는 전기가 없는데 무게가 있기 때문에 반물질을 물질로 교체할 수 있는 입자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중성미자와 반중성미자의 차이를 알면 우주가 시작될 무렵 왜 물질이 남고 반물질은 소멸해 버렸는가에 대한 물음의 답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간명하다. 하지만 입자물리학의 최첨단에서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 왜 중성미자와 힉스보손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한지를 전달하는데 있어 요점을 놓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엄청난 자금과 인력을 투여해 중성미자에 대해 연구하는 일본 과학계가 부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형열 ‘과학책 읽는 보통사람들’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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