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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J노믹스 흠집 내기

입력
2018.05.11 16: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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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 성장’ J노믹스 성과 논란

저성장시대 분배의 공식 다시 짜야

평화체제 남북 분업으로 활로 개척

‘사람중심 경제’를 내건 J노믹스 1년 성과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경제 정책의 성과는 중장기적으로 판단해야 함에도 보수 진영에선 ‘세금 퍼주기’ 등 과도한 흠집 내기에 열심이다. 성장이 분배의 전제라는 담론은 이미 거짓으로 판명됐다. 저성장ㆍ저출산ㆍ고령화 사회에서 예전의 ‘성장중심 사회’로 다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J노믹스의 부작용을 보완하며 수출과 내수의 균형을 갖추는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청와대 집무실에 마련된 일자리 상황판을 가리키는 모습. 청와대 제공
‘사람중심 경제’를 내건 J노믹스 1년 성과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경제 정책의 성과는 중장기적으로 판단해야 함에도 보수 진영에선 ‘세금 퍼주기’ 등 과도한 흠집 내기에 열심이다. 성장이 분배의 전제라는 담론은 이미 거짓으로 판명됐다. 저성장ㆍ저출산ㆍ고령화 사회에서 예전의 ‘성장중심 사회’로 다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J노믹스의 부작용을 보완하며 수출과 내수의 균형을 갖추는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청와대 집무실에 마련된 일자리 상황판을 가리키는 모습. 청와대 제공

출범 1주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J노믹스)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박근혜 정부를 뛰어넘는 3%대 성장률에도 불구, 생산 투자 고용 등의 지표가 좋지 않아서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3월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장가동률은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70%선. 미국의 보호무역과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 요인이 불안해지면서 수출 경기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경제 분야에 대한 국민 평가가 유독 낮은 이유다.

J노믹스의 핵심은 소득을 늘려 성장을 이끄는 ‘소득주도 성장’이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청년 취업 지원금 확대 등이 대표적인 정책이다. 기존 대기업 중심의 수출 위주 성장전략과는 방향이 많이 다르다. 보수 진영에선 ‘세금 퍼주기’ ‘검증 안된 실험정책’이라고 깎아 내린다. 최저임금 인상 등의 부작용을 들어 정책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대안은 전가의 보도인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와 같은 친기업 정책이다.

새겨들을 내용이 없는 건 아니다.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도록 우리 경제의 체력을 감안한 완급 조절은 필요하다. 중소ㆍ영세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도 요구된다.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는 정책 과신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드론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과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에서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도록 혁신성장의 밑그림도 제대로 그려야 한다. 그래야 고용과 성장의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경제정책의 성과가 중장기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J노믹스 성적표를 논하기엔 아직 일러 보인다. 더욱이 J노믹스에 대한 과도한 비판이 성장 시대의 향수에서 비롯됐다면 헛다리를 제대로 짚은 것이다. 인구가 늘어나고 고도 성장을 구가하던 시절에는 분배의 공식이 잘 작동했다. 성장에만 신경 써도 낙오자가 많지 않았고 복지 부담도 덜했다. 70년간 성장 외길을 달려온 한국경제는 이제 구조적 한계점에 도달했다. 잠재성장률 2%대의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복지 수요는 팽창하고 있다. 일자리가 생겨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성장이 분배의 전제라는 담론은 진작 설 자리를 잃었다. 성장 자체가 권력이 되면서 시장실패에 대한 교정 능력을 상실했고 분배는 악화 일로다. 공무원, 정규직 등 기득권 집단이 성장의 과실을 주로 챙기면서 비정규직, 청년실업자 등 낙오자가 크게 늘었다. 분배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고 보기도 어렵다. 가계소득 안정화가 내수 기반을 강화하고 인적자원의 질을 끌어올려 성장에 기여하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니 분배의 공식을 다시 짜야 한다.

J노믹스가 기득권 집단의 저항을 뚫고 한국경제의 틀을 바꿀 수 있을까. ‘사람중심 경제’는 거역하기 힘든 시대 흐름이지만, 성장동력 고갈에 직면한 현실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과제다. 문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인 10일 SNS에 “임기를 마칠 때쯤이면 ‘사는 것이 나아졌어’라는 말을 꼭 듣고 싶다”고 썼다. 임기 1년차는 국민과의 허니문 기간이었다 해도, 2년차부터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 삶을 바꿔야 한다. 착한 정책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정교한 정책 설계와 현장 상황을 감안한 유연한 접근이 요구된다.

천만다행인 것은 한반도에 불어오는 평화의 기운이다. 70년간 끊긴 남북의 경제혈맥이 이어지면 코리안 리스크 해소, 물류비용 감소 등 새로운 경제지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북한은 광물자원의 보고다. 젊은 노동력도 풍부해 전체 인구의 60%가 15~54세다. 고임금으로 한계상황에 직면한 국내 중소기업에겐 엄청난 기회다. 평화가 찾아오면 남북한 150만 대군을 유지할 이유도 없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자원’이 결합한 분업 체계는 남북 번영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사람중심 경제’로 방향을 제대로 짚은 J노믹스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함께 한국경제의 활로를 열어가길 기원한다.

고재학 논설위원 겸 지방자치연구소장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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