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 기자

등록 : 2017.02.17 19:02
수정 : 2017.02.17 19:02

‘3인 3색’ 유혹에... 영화팬은 즐겁다

2월 해외 영화감독 열전

등록 : 2017.02.17 19:02
수정 : 2017.02.17 19:02

장이머우, 제작비만 1800억원

만리장성 무대로 볼거리 무장

샤말란, 배우 맥어보이 손잡고

다중인격 스릴러로 북미서 1위

저우싱츠, 황당 ‘병맛’ 코미디로

中시장서 6000억원 수익 올려

국내에서 아직 두터운 마니아층을 무시할 수 없는 감독 장이머우와 M. 나이트 샤말란, 저우싱츠(주성치)가 겨울의 끝자락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세 사람의 신작 모두 자기 나라에서 나름 관객들의 검증을 통과했다.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그레이트 월’은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개봉해 3주 만에 한화로 약 1,700억원을 벌어들였다.

샤말란 감독은 지난달 영화 ‘23아이덴티티’로 3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18년 전 ‘식스센스’(1999)로 세계 영화팬을 사로잡은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이 따른다. 저우싱츠 감독은 영화 ‘미인어’로 1억명의 관객을 동원해 한화 6,000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중국 대륙을 뒤흔들었다.

배우 맷 데이먼은 중국과 미국 합작영화 ‘그레이트 월’에 출연했다. UPI코리아 제공

초대형 볼거리 무장한 ‘그레이트 월’

영화는 ‘중국 사극의 대가’ 장이머우 감독답게 대규모를 자랑한다. 이름만으로도 전 세계인들의 귀가 솔깃할 만리장성의 전설을 모티브로 삼았다. 축조 기간만 1,700년이 걸렸고 길이만도 7,000km가 넘어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장성을 무대로 퓨전사극이 펼쳐진다. 중국과 미국이 손을 맞잡아 제작비만 무려 1,800억원을 쏟아 부은 대작이다.

신선한 가정도 흥미를 돋우는 데 한 몫 한다. 만리장성이 축조된 이유가 60년마다 나타나는 식인 괴수 타오티에를 막기 위한 대비책이라는 것. 2,000년 전 한 왕이 탐욕에 젖은 생활을 하자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행성이 타오티에의 발생 원인이라는 설정이 그럴듯하다.

영화는 ‘검은 가루’(화약)를 얻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온 윌리엄(맷 데이먼)을 먼저 등장시킨다. 그는 만리장성에서 타오티에의 공격에 대항하는 중국 군사들을 돕는, 무적의 궁사로 대활약 한다. 30만 마리의 괴수가 안개 낀 산맥을 넘어 성곽으로 달려드는 장면을 묘사한 컴퓨터그래픽(CG)은 숨을 멎게 한다. 좀비 영화 ‘월드워 Z’ 제작진이 합류했다는 걸 직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좀비들이 서로의 몸을 올라서며 이스라엘 성벽을 넘던 장면이 그대로 활용됐다. 상영 중, 12세 관람가.

배우 제임스 맥어보이는 영화 ‘23아이덴티티’에서 23개의 인격을 지닌 케빈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UPI코리아 제공

반전 결말의 종지부? ‘23아이덴티티’

샤말란 감독이 달라졌다. 강박처럼 좇던 반전 결말을 어느 정도 포기한 듯하다. 대신 인간에 대한 고뇌를 다루며 스크린에 깊이를 더했다. 영화 ‘23아이덴티티’는 23개의 인격을 가진 케빈(제임스 맥어보이)을 통해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끄집어낸다.

어머니의 학대를 받으며 어린 시절을 보낸 케빈은 해리성 다중인격 장애를 앓고 있다. 결벽증 환자인 데니스를 비롯해 의문의 여인 패트리샤, 아홉 살 소년 헤드윅, 디자이너를 꿈꾸는 배리, 당뇨병이 있는 제이드 등 23개 인격이 공존하며 충돌한다. 그러다 24번째 인격을 불러내기 위한 작업이 시작된다. 10대 소녀 세 명을 납치해 감금하는 사건을 벌이며 공포의 전 단계로 나아간다.

복잡하고도 오묘한 역할을 맥어보이가 작심한 듯 연기했다. 목소리와 눈빛, 표정의 미묘한 변화가 영화의 주요 감상 포인트다. 그가 정신과 의사 플레처(베티 버클리) 박사와 벌이는 심리 싸움이 특히 압권이다.

정신과 의사라고 생각했던 말콤 크로우(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었던 ‘식스센스’나 아이들의 외조부모가 사실은 정신병원을 탈출한 살인마들이라는 내용이 담긴 샤말란의 최근작 ‘더 비지트’(2015)처럼 반전에 매달리지 않는다. 22일 개봉, 15세 관람가.

영화 ‘미인어’는 중국에서 1억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중국 내 역대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컴퍼니엘 제공

1억명 중국인이 선택한 ‘미인어’

저우싱츠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명확하다. 이번에도 그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여전히 황당무계하고 허무맹랑한 ‘저우싱츠표’ 코미디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그렇다고 영화를 예단하면 안 된다. 우스꽝스러운 설정과 장면들이 원숙한 연출력을 바탕으로 더 정교하고 세련되게 빚어졌다.

이야기의 얼개는 단순하고도 단순하다. 돈 밖에 모르는 젊은 부동산 재벌 류헌(덩차오)은 개발 금지구역 청라만의 개발 허가를 받아내기 위해 국제 보호 종(種)들을 무지비하게 내쫓는다. 갈 곳을 잃은 인어들은 미인계를 이용해 류헌을 암살하는 계획을 세운다. 미인계에 동원된 산산(린윤)과 류헌이 사랑에 빠지면서 일은 틀어지고 이야기는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흐른다.

우스꽝스럽지만 제법 진지하다. 종족을 보호하기 위해 순순히 자신을 희생하는 산산과 가난에 찌들었다 벼락부자가 된 류헌의 사연이 시선을 끈다. 완벽하지 않은 결핍의 존재들이 만드는 불협화음은 저우싱츠 영화의 특징이다.

저우싱츠의 ‘깨알’ 개그도 빠지지 않는다. 인간과 인어의 친밀했던 과거를 설명하던 할머니 인어가 느닷없이 단잠에 빠진다든가, 류헌의 부하들이 몸을 구르며 사무실을 나가는 장면은 황당해서 웃음보를 터트리게 한다.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어설픈 CG도 실소를 자아낸다. ‘소림축구’ ‘쿵푸허슬’에서 보여준 ‘병맛’ 코미디가 만나 관객들을 무장해제시킨다. 22일 개봉, 12세 관람가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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