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시승기] 게임 속 ‘비주얼’ 렉서스 LC 타고 서킷 질주

알림

[시승기] 게임 속 ‘비주얼’ 렉서스 LC 타고 서킷 질주

입력
2017.09.22 08:05
0 0
’2017렉서스 익스피리언스 어메이징 데이’가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서킷에서 진행됐다.
’2017렉서스 익스피리언스 어메이징 데이’가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서킷에서 진행됐다.

레이스 게임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렉서스 LC를 타고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를 달렸다. 렉서스의 플래그십 쿠페 LC는 콘셉트카 LF-LC를 양산화한 모델로 지난 3월 서울 모터쇼를 통해 국내 최초로 소개됐다. 지난 5월에는 빅뱅 태양이 하이브리드 모델인 LC500h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음원 ‘So Good’이 공개되기도 했다.

‘비현실적인 생김처럼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줄까? 급제동 급가속이 많은 서킷 특성상 출력은 낮아도 초반부터 강력한 토크가 발현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더 좋지 않을까?’ 호기심을 한 가득 품고 설레는 마음으로 스피드웨이 서킷으로 향했다. LC500과 LC500h 두 모델로 서킷을 총 9바퀴 돌았다. 모두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LC500h는 6바퀴, LC500은 3바퀴를 시승했다.

렉서스 LC는 엔진 출력 같은 제원만 놓고 본다면 외모가 풍기는 분위기와는 달리 엄청난 슈퍼카는 아니다. LC500은 최고 출력 477마력 최대 토크 55.1kg.m, V8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했으며, LC500h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최고 출력은 359마력, 최대 토크는 35.7kg.m이다. 각각의 공차중량은 1,940kg, 2,010kg. 총 중량은 모두 2톤이 넘는다. 타이어는 브리지스톤 포텐자 S001L 런플랫 타이어가 적용되고 사이즈는 전륜 245/40ZR21, 후륜 275/35ZF21이다.

렉서스 LC의 연속 코너 통과
렉서스 LC의 연속 코너 통과

LC500h는 서킷에서조차 단정하고 조용하다. 눈 앞의 화면이 빠르게 전환되고 코너를 돌아나갈 때 몸으로 전해는 횡가속도로 얼마나 빠르게 주행하고 있는 지를 느꼈을 정도다. 특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주행 질감, 런플랫 타이어가 장착된 스포츠카의 주행 질감이라고 믿기 어려웠을 정도다.

그래서 LC500h의 서킷 주행은 마치 게임처럼 느껴졌다. 매끄러운 주행 질감, 차체 진동 조차 적은데다 엔진 및 배기 소리도 크지 않아, 눈앞에 펼쳐지는 이 장면이 순간 현실이 아닌가 싶었다. HUD에 ‘충돌 경고’가 뜰 때는 더욱 가상현실 같다.

LC500h에는 CVT가 10단 가상 기어를 만들어 내는 4단 변속기 ‘멀티 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4단 변속기의 1단에는 1~3단, 2단에는 4~6단, 3단에는 7~9단, 4단에는 10단 가상 기어가 물린다. 최고 마력은 높지 않지만 저속, 낮은 회전수부터 강력한 토크가 전달돼 초반 가속이 힘차고 빠르다. 속도가 점점 붙이며 기어가 바뀔 때도 변속 시점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이 없다. 변속이 된다는 충격만 살짝 있을 뿐, 변속 시점에서 회전수가 떨어지며 조금이라도 주춤대는 느낌이나 손실이 없다. 다만 분명히 빠르게 가속하는데도 침착한 거동 때문인지 ‘폭팔적인 가속력’같은 표현을 쓸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좀처럼 렉서스 LC를 허둥대게 할 수 없었다. 드라이버만 힘이 들 뿐이다. 코너를 돌아나가는 중간에 무리한 제동이나 가속을 시도해도 중심이 흐트러지는 법이 없다. 탄탄한 차체와 영리한 가변제어 서스펜션이 만나 경사가 심한 코너도 낮고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돌아나간다.

내리막 구간에서 한껏 속도를 높인 후 코너를 앞두고 급제동을 시도했다. 브레이크 성능이 아쉽다. LC500h의 전후 4P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브레이크도 내리막 구간에서 2톤의 무게를 세우기에는 조금 버거운 듯 했다. 다만, 급 제동 시에도 줄곧 자세를 잘 잡고 있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같은 코너에서 LC500은 제동 시 LC500h보다 덜 밀렸다. LC500이 조금 더 가볍고 앞뒤 브레이크 모두 6곳에서 디스크를 잡기 때문이다.

렉서스 LC500 서킷 주행 모습
렉서스 LC500 서킷 주행 모습

8기통 가솔린 엔진이 들어간 LC500은 확실히 엔진과 배기음이 크게 다르다. LC500의 엔진과 배기음은 날 것이 아닌 듣기 좋게 다듬어진 소리였다. 특이한 것은 운전자를 흥분시키기 보다는 만족감을 높여주는 소리였다. 낮고 안정적인 주행은 LC500h와 흡사했으나, LC500에 물린 10단 변속기는 불편하게 느껴졌다. 1~4단까지 기어비를 짧게 해 가속 시 리듬 타듯 변속을 하도록 했다는 설명을 들은 후였지만, 10단은 너무 많았다. 너무 자주 기어가 바뀐다.

특히 속도가 올라가고 기어가 높아지고 기어비가 길어질 수록 변속 시 회전수가 떨어지면서 순간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그나마 가속 시에는 괜찮았지만, 서킷 특성 상 잦은 감속 시가 문제였다. 짧은 감속 구간에서 계속해서 기어를 낮추며 움찔거린다. 10단 변속기는 급제동 급가속이 많은 상황에서 결코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

스피드웨이의 오르막 좌코너를 돌파중인 렉서스 LC
스피드웨이의 오르막 좌코너를 돌파중인 렉서스 LC

시승 전 LC 개발을 주도한 렉서스 본사 엔지니어가 강조했던 날카로운 조향 성능은 그들의 말대로였다. 전기식 스티어링은 빠르고 정확했다. 코너를 돌아나가면 차가 부드럽게 라인에 고정된다. 다만 무게 덕분인지 코너 진입 시 속도가 높으면 언더스티어가 곧잘 발생한다.

아쉽게도 직접 느껴볼 수 있는 부분은 이 정도에 불과했다. 시승한 스피드웨의 서킷의 가속구간은 대부분 내리막이고, 경사가 심한 오르막 좌코너 정도가 있을 뿐이다. 또한 시승행사의 특성 상 차를 한계까지 타보기는 어려웠다.

행사에 앞서 시승을 해봤을 현직 프로 카레이서인 인스트럭터에게 LC의 서킷 주행 소감을 물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LC의 주행 안정성과 조향성을 칭찬했다. 반면 저단, 저속에서 LC500h의 가속 성능을 높게 본 기자와 달리, 높은 회전수를 계속 유지하며 차의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서킷을 달린 인스트럭터들은 역시 더 높은 마력의 LC500이 더 낫다고 평했다.

LC를 한계까지 몰아보지 못한 입장에서는 LC500h가 훨씬 더 매끄럽게 느껴졌다. 비교상대가 없을 것 같은 독특한 주행감 역시 매력적이었다. 더 가볍고 더 힘차며 운전이 더 힘들고 어려워 해냈다는 쾌감을 주는 그런 차는 오히려 더 많으니까. LC500h는 부드럽고 매끈하며, 낮고 안정적인 주행, 운전자의 의도를 읽는 차의 반응과 날카롭고 예리한 조향은 서킷 질주조차도 편안하게 만들었다.

[영상] 렉서스 LC500, LC500h 서킷 주행 비교

렉서스 치프 엔지니어, 타쿠미 드라이버와 함께한 질의응답 시간. (좌) 오자키 스이치 타쿠미 드라이버, 질문에 대답 중인 (우) 사토 코지 치프 엔지니어
렉서스 치프 엔지니어, 타쿠미 드라이버와 함께한 질의응답 시간. (좌) 오자키 스이치 타쿠미 드라이버, 질문에 대답 중인 (우) 사토 코지 치프 엔지니어

렉서스 LC의 두 모델로 서킷을 달리고 나니, LC를 개발한 엔지니어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서킷 주행 후 렉서스 본사에서 온 치프 엔지니어 사토 코지와 타쿠미 드라이버 오자키 스이치와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그들은 LC의 개발 목표가 ‘렉서스의 맛, 렉서스만의 스타일, 렉서스다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LC는 렉서스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는 디자인이자, 성향. 제원 수치에서 벗어나 리듬을 강조한 주행의 즐거움을 생각해 개발한 모델이다.

렉서스가 생각하는 ‘렉서스다움’은 ‘깊이 있고 세련된 주행’이다. 특히 조타가 매끄럽고 부드럽고 빠르게. 우아한 주행부터 스포츠 주행까지 다양하게 소화 가능한, 그런 깊이 있는 차. 단지 럭셔리 스포츠만이 아닌 다양하고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차가 바로 렉서스가 추구하는 ‘렉서스다움’이다.

사토 코지 치프 엔지니어는 “LC가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초대다. LC와 비교되는 고성능 스포츠카나 슈퍼카라고 불리는 차들은 3초대인 걸 우리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제원에 집착하지 않았다. 운전의 ‘리듬’, 주행의 즐거움이 중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렉서스가 LC에 10단 변속기를 넣은 이유를 “10단을 넣으려고 한 게 아니고 우리가 만들고 싶은 차를 만들려고 하니 10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2-5단은 가속 시 기어 변속의 ‘주행 리듬’을 느낄 수 있도록. 그리고 9-10단은 크루징 시 최고의 오디오를 느낄 수 있도록 회전수를 많이 낮췄다고 한다. 이것이 렉서스가 생각하는 ‘깊이’다. 다양한 종류의 주행에서 만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렉서스 LC의 개발을 주도한 (좌)사토 코지 치프 엔지니어와 (우) 오자키 스이치 타쿠미 드라이버
렉서스 LC의 개발을 주도한 (좌)사토 코지 치프 엔지니어와 (우) 오자키 스이치 타쿠미 드라이버

렉서스 치프 엔지니어, 타쿠미 드라이버와 함께 한 질의응답에서 서킷을 달리며 품었던 궁금증이 해결됐다. 처음부터 렉서스는 LC를 궁극의 스포츠카나 슈퍼카로 만들 생각이 아니었던 거다. 삶을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에 렉서스 LC가 함께하고 싶다는 그들의 노력이 보였다. 자동차만 아는 게 아니라 패션부터 음식까지 다양한 문화를 누리고 즐기는 그런 고객을 위한 자동차 브랜드가 되려는 것이었다.

렉서스 LC500과 LC500h의 가격은 각각 1억 7천만 원, 1억 8천만 원이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및 계약된 비율은 8:2, 하이브리드 모델이 훨씬 적다. 눈에 띄는 디자인과 제원이 전부가 아니라 세단처럼 고요하고 스포츠카처럼 흥미진진한 렉서스의 브랜드 철학과 LC의 진가를 느껴보고 싶다면 ‘하이브리드’ 모델이 더 맞지 않을까?

하이브리드가 렉서스의 코어 기술이라고 강조하며 자부심을 보인 치프 엔지니어 사토 코지는 “렉서스의 하이브리드를 알아주는 고객은 렉서스의 가치를 알고 있다. 우리의 특별함은 하이브리드다. 효율성만이 아니라 더 즐거운 하이브리드. 이걸 고객들이 느끼게 하고 싶다”고 전했다.

박혜연 기자 heye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