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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성 기자

박재현 기자

등록 : 2018.01.30 16:51
수정 : 2018.01.31 09:05

북한의 몽니에… 정부, 해빙과 원칙 사이 기준선 다시 긋다

‘금강산행사 취소’ 신속 유감 표명

등록 : 2018.01.30 16:51
수정 : 2018.01.31 09:05

과잉의전ㆍ상호주의 논란 등 의식

정부ㆍ與 “옳지 않다” 발 빠른 대응

‘현송월 번복’ 때와 180도 달라져

“대화 위해 北 돌출행동 수용 그만”

DJ 때와 달리 사회의 기류 변화

“같은 방식으로 맞받아치기도…”

현 시점엔 강온 양면 전략 필요

북한 예술단 사전 점검단을 이끌고 방남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21일 강릉으로 이동하기 위해 서울역에 도착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처음 당했을 때와는 달랐다. 다음달 4일 예정됐던 금강산 남북 합동문화공연 행사를 취소하겠다고 29일 밤 북한이 느닷없이 통보해오자 정부는 곧바로 “북한의 일방적 통보로 남북이 합의한 행사가 개최되지 못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논의가 남북 간에 시작된 뒤 남측의 유감 표명은 처음이었다.

이는 학습효과로 보인다. 예술단 공연 사전 점검단을 20일 파견하겠다고 북측이 바로 전날 알렸다가 당일 밤늦게 아무 설명 없이 계획을 철회하는 두 번의 ‘무례’를 저질렀을 당시 정부는 참았다. 이유 설명 요구를 북한이 무시했는데도 “왔으니 된 것 아니냐”는 식이었다. 자칫 남북대화 무드 자체가 틀어질 수 있는 만큼 굳이 기싸움을 벌일 이유가 없다는 판단도 작동한 듯 했다.

하지만 현송월 점검단장 방남 때 제기됐던 ‘과잉 의전’ 지적으로 저자세가 지나치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여기에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잡음까지 겹치면서 북한 ‘갑질’을 어디까지 참아야 하냐는 불만이 공정성 이슈에 민감해진 20, 30대를 중심으로 분출했다.

최근 남북 협상 과정에서 ‘퍼주기’ 논란이 재연된 것도 정부로선 부담이었다. 특히 금강산 공연을 위해 통일부가 발전ㆍ난방용 경유를 북한으로 가져간다는 방침을 세우자 손님의 편의는 주인이 제공한다는 ‘상호주의’가 남측만 지키는 원칙이냐는 비판이 비등했다. 정부가 북한의 약속 취소에 즉각 유감을 표명한 배경이다.

이전과 달라진 점은 여당까지 북한 비판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행사를 취소하는 건 매우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당을 달라지게 한 건 사회의 근본적인 기류 변화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햇볕정책으로 6ㆍ15 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낸 2000년대 김대중 정부 당시만 해도 남북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이 어느 정도 엇나가도 수용하자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고 국민은 정부가 하자는 대로 따랐지만 지금은 남측 역시 끌려 다니지는 말자는 입장이 됐다”며 “이번에 드러났듯 2030세대부터 북측에 냉담한 반응 아니냐”고 반문했다. 여론을 의식해서라도 정부가 과감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된 셈이다.

다만 협상 과정에선 강온 양면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대화 동력은 살려나가되 원칙은 고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 얘기 중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은 수용해야 하지만 비핵화 원칙 훼손, 언론의 자유 침해 등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은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며 북측을 설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위원도 “누가 잘못했고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지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협상 실패를 두려워하면 상대방한테 이용만 당할 수 있는 만큼 지연이나 돌발행위 등 협상 상대의 술책에는 같은 방식으로 맞받아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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