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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가 보자는, 서울대 시흥캠퍼스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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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가 보자는, 서울대 시흥캠퍼스 갈등

입력
2017.01.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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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일방 추진” 설립 반발

본관 점거농성 100일 넘어

대학 측 “더 이상 못 참겠다”

내주 29명 징계조치 예고

최고 수위 ‘출교’ 카드 검토

총학생회 투쟁 계속 방침

폐지론까지 겹쳐 내우외환

서울대 시흥캠퍼스 추질 일지 (한국일보)
서울대 시흥캠퍼스 추질 일지 (한국일보)

시흥캠퍼스 설립 문제로 불거진 서울대 학내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학생들의 철회 촉구 본관 점거농성이 100일을 넘어서자 학교 측은 출교(재입학이 불가능한 퇴학)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서울대는 다음주 학생징계위원회를 열고 3월 이전에는 본관 기물파손 및 점거농성을 주도한 학생들의 징계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처벌 기준은 ‘학사업무수행 방해’ 및 ‘학교건물 점거행위’ 등이다. 현재까지 거론되는 징계 대상 학생은 29명이다. 특히 일부 주동 학생에겐 최고 징계인 출교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출교를 당하면 학적 말소로 재입학이나 편입을 통한 학생 신분 회복이 불가능해진다. 최종학력이 고졸로 강등될 뿐 아니라 이후 다른 대학만 입학할 수 있다. 재입학은 소송에서 승소하는 길밖에 없다.

대학이 학생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가혹한 징계인 셈인데, 서울대가 출교 조치를 내건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학교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은 아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실제 2011년에도 법인화 반대를 주장하며 본관 점거에 나선 학생 일부가 징계를 받은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유기정학 1개월 수준에 불과했다.

학교 측은 물리적 압박 수위도 높여가고 있다. 학생들의 본관 점거농성이 100일째를 맞은 17일부터 본관 건물의 전기와 난방을 차단했다. 학교 측의 잇따른 초강경 대응은 학생들과의 대화가 더는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사태가 길어지면서 실추될 학교 이미지에 대한 걱정도 대화보다는 징계를 통한 과격하고 빠른 문제 해결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사업 자체가 무산될 경우 학교 측이 입을 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대 총학생회 등은 지난해 8월 시흥시와 학교가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한 실시 협약을 체결한 직후부터 강하게 반발해왔다. “학내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체결한 협약이므로 철회하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급기야 지난해 10월 10일 전체학생총회에 참석한 약 1,000명의 학생들과 함께 본관을 점거했다. 현재 농성 인원은 30명 정도다.

학교 측의 강수에도 총학생회 등은 “징계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수빈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은 “학교 측이 무더기 징계를 예고한 것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캠퍼스 분리로 인한 교통불편 및 수업권 침해, 자치공동체 파괴에 맞서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점거를 풀 생각이 없다는 얘기다.

내우(內憂)도 심각한데 여기에 외환(外患)까지 겹쳤다. 최근 정치권에서 서울대 폐지나 국공립대학 공동입학 및 학위제도가 대선 공약으로 등장하면서 상아탑이 시끌시끌하다. “잡대 출신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 “내가 이러려고 공부했나” 등 대학서열주의와 학벌주의를 드러내는 글들이 교내 게시판에 올라오면서 학생간 의견충돌도 빚어지고 있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일단은 대학 측에서 캠퍼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신뢰를 못 준 것이 원인"이라며 "학교 측이 먼저 전향적인 안을 제시하며 학생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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