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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과에 대한 대중적 저술, 유명인 사과때마다 인용

입력
2015.08.2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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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의 첫 책은 전에 일했던 출판사에서 기획하던 책이었다. 출판사 창업을 결심하고 저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말했다. “제가 만들고 싶습니다. 하지만 무명의 신생 출판사에서 내기에 아까운 책이라 내키지 않으신다면 후임에게 인수인계해 두겠습니다.” 두 저자 중 한 명이 말했다. “신생 출판사에게 오히려 꼭 필요한 원고가 아닌가요? 솔직하게 필요하다고 말할 줄 알아야 해요.” 용기를 내어 말했다. “제가 내고 싶습니다. 회사 창업에 이 원고가 꼭 필요합니다. 잘 만들고 잘 팔아서 계속해서 선생님들의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첫 책 ‘쿨하게 사과하라’는 어크로스와 그렇게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이 책은 한국 최고의 위기관리 전문가인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와 ‘과학 콘서트’의 저자인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함께 썼다. ‘사과(apology)’에 대한 연구와 그에 기반한 대중적 저술은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고, 신경과학자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협업한 결과라는 점 때문에 출간과 동시에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사과는 패자의 변명이 아니라 승자의 가장 쿨하고 현명한 전략’이라는 책의 주장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쿨하게 사과하라’는 책의 제목은 마치 유행어처럼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에서 자주 언급되었고 기업과 유명인들의 공적 사과가 있을 때마다 뉴스에서는 이 책을 인용하였다. 홍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신생 출판사였지만 책은 자신의 힘으로 유명해졌다.

판매도 나쁘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첫 책으로 ‘대박’을 친 거 아니냐고 축하해줬지만 실제 판매 부수를 말해주면 애매한 얼굴로 격려의 말을 던져주고는 했다. 반년쯤 지나 회사 기획회의에서 책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해 보았다. 신생 출판사의 부족한 판매망도 문제였지만 ‘사과를 받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사과를 하고 싶은 사람은 적다’는 것이 한계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소셜 미디어를 검색해 보면 이 책을 권하는 사람은 많지만 구입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책의 내용이 ‘쿨하게 사과 받는 법’이었으면 배는 더 팔렸을 것이라는 농담도 나왔다.

내년 3월이면 이 책이 출간된 지 5년이 된다. 이에 맞춰 이 책의 개정증보판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저자들의 연구가 진일보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과에 실패하는 조직과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많은 조직과 사람들이 잘못된 사과를 하고 다시 비난을 불러일으키며 위기를 더 큰 위기로 만들고 있다. 이 책이 이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가 얼마나 중요하고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알려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어크로스 김형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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