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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은] 취미가 너무 다른 우리, 행복할 수 있을까

입력
2015.06.3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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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년 연말 한 모임에 갔다가 우연히 알게 된 그는 첫인상부터 딱 제 타입이었습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건장한 어깨 그리고 단단한 하체까지, 한마디로 상남자 스타일이었죠. 제가 열심히 대시해 사귀게 되었고 그동안 꽤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생겼어요. 그는 주말이면 거의 매주 저를 혼자 두고 바닷가로 서핑을 떠납니다. 그것도 무려 부산 송정으로요. 주중엔 각자 일하느라 바쁜데 주말엔 그가 사라져버리니 오붓한 데이트를 즐긴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네요. 같이 서핑하면 되지 않느냐고요? 저는 바닷물에서 노는 게 무섭고 서핑은 꿈도 못꿉니다. 불평할 때마다 그는 "난 널 만나기 훨씬 전부터 서핑이 취미였어...그걸 포기하라는 거야?"라고 되묻죠. 취미가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 과연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까요?

A 사랑을 하고,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된 누군가에게 기대하는 것 중 아주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기꺼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아닐까요.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상대방과 함께 하려고 애쓴다거나, 그리고 둘이 함께 더 행복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 이리 저리 데이트 코스를 고민하는 것 같은 일들이란, 결국 나에게든 너에게든 귀하디 귀한 삶의 시간이라는 것을 더 좋은 방식으로 공유하고자 하는 일이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중요한 포인트나 다름없겠죠. 서로에게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공유하고, 그 데이트의 시간을 위해 두 사람 모두 마음을 쓴다면 연애를 통해 우리의 삶은 한결 풍성해지고야 말 겁니다. 하지만 주변에 많은 커플들을 보면 데이트를 하면서 삶이 더 풍성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데이트 계획을 짜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었다'거나 '취향이 너무 달라 오히려 서로 거리가 멀어지게 됐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입니다. 함께 있어서 더 행복해지길 바랬지만, 함께 있었더니 더 불편하고 더 외로워지고 만 거죠. 당신은 전형적인 후자의 경우이겠고요.

그저 멋진 상남자 스타일인줄로만 알았지만, 연애 초반 서로에게 몰입하는 시기를 지나가고 나니 오로지 자기 취미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남자 같아 실망스러운 거죠? 당신과의 시간을 제1순위로 두고, 당신에게 몰입해주었으면 했지만 나보다 취미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 배신감도 들테고요. 바다와 태양을 사랑하는 남자에게 반했으니 당신도 그를 통해 바다와 태양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면 앞서 이야기했듯 당신의 삶이 그로 인해 새롭게 풍성해지는 것을 경험했을텐데, 그럴 수 없는 부분은 애석하긴 합니다. 하지만 바다가 무섭고 싫은데 오직 그와 함께하기 위해 억지로 그곳에 가는 게 무리인 것처럼, 바다에 가는 것이 너무나 행복한데 오직 당신과 함께하기 위해 억지로 취미를 참는 것도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신의 취향과 공포가 이해되어야 하는만큼, 그의 취향과 삶을 즐기는 패턴 역시 인정받아야 하는 거니까요.

'서로 타협해서 맞춰보면 어떨까?' 연인과의 진지한 대화로 서로가 원하는 연애의 모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은 무한도전 한 장면.
'서로 타협해서 맞춰보면 어떨까?' 연인과의 진지한 대화로 서로가 원하는 연애의 모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은 무한도전 한 장면.

다만 중요한 것은 당신이 '이런 식으로 지내는 건 내가 생각한 이상적인 연애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라고 생각이 들었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당신에겐 누군가를 위해 서핑을 배울 의무는 없지만, 당신이 원하는 모습의 연애를 추구할 권리란 분명히 있으니까요. 적어도 주말 중 하루엔 데이트를 하면서 함께 따스한 눈빛을 주고받고 수다도 떨고, 한달에 한번쯤 여행도 가는 것이 당신이 원한 연애의 모습이라면 그걸 그에게 이야기해야만 한다는 거예요. "왜 그는 내 말을 안들어주지?" "그는 나보다 자기 취미가 더 좋은 건가?"라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생각의 중심엔 당신이 아니라 그 남자만 존재하게 되겠죠. 그럴수록 그에 대한 원망만 커질 거고요.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연애란 어떤 거지?'라는 질문을 잃지 않는 거예요. '내가 원한 건 이러이러한 것인데, 그런 부분이 채워지지 않으니 조금 아쉽고 힘들어. 이러이러한 부분은 서로 타협해서 맞춰보면 어떨까?'라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으려면 그렇게 해야 하죠.

그리고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당신의 이런 진지한 문제제기에 대해 그가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를 지켜보는 일일 겁니다. 당신의 문제제기에는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거나, 말로만 타협점을 제시하고 행동은 전혀 바뀌지 않는다면 어차피 그런 사람과는 오래 가기도 힘들 뿐더러, 오래 가봤자 당신이 피곤해지는 것 아니겠어요? 아이처럼 떼를 쓰거나 일방적으로 뭔가를 강요하는 식이 아니라, 진지하게 문제제기를 해 당신의 의사를 전달해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당신과의 갈등을 어떤 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인지 선명하게 보일 겁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가 서핑을 덜 가게 할 건지, 당신이 어디까지 이해해주어야 하는지가 아니에요. 이건 그저 좋은 기회입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고, 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깊이있게 읽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죠. 부디 이 좋은 기회를, 눈을 크게 뜨고 잘 감당하길 바랄게요.

연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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