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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 따라 공공기관 해고자 복직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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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 따라 공공기관 해고자 복직 ‘희비’

입력
2018.02.22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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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등 文정부 새 기관장들

잇달아 해고자 복직 노사합의

前정권이 임명한 長 남은 기관은

논의 진척 없이 냉랭한 관계 지속

“취임 축하선물식 포퓰리즘 안돼

공공성 갖춘 시스템 마련해야”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6일 코레일 대전사옥에서 열린 취임식 후 부서를 돌며 직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6일 코레일 대전사옥에서 열린 취임식 후 부서를 돌며 직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이 천막을 치워야 코레일이 미래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서두르겠습니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취임 첫날인 6일 철도 민영화 등에 반대하는 파업으로 해고된 노조원들의 복직 요구 천막농성장을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이틀 뒤 해고자 98명의 전원 복직이 결정됐다. 지난 1월 임명된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도 20일 해고자 6명을 모두 복직시켰다. 문재인 정부의 새 공공기관장들이 노사 간 해묵은 갈등의 원인이었던 해고자 복직에 합의하며 훈풍이 부는 노사관계를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그러나 전 정권에서 선임된 기관장이 자리를 지키는 공공기관에선 여전히 협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기관장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노동계는 코레일과 건강보험공단에서 연이어 해고자 복직 합의가 체결되면서 공공기관 전반에 걸친 부당 해고자 문제 해결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21일 민주노총이 추산한 노조활동 및 파업으로 인해 부당 해고된 근로자의 수는 총 188명. 새 정부에서 최소 5년에서 최대 18년 간 해고 상태였던 근로자들이 새 기관장과의 합의로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 사례가 나오자 다른 공공기관 해고자들의 복직 요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발전5사 소속의 발전산업노조에서도 기관장 인선이 끝나면 해고자 9명의 복직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기로 했다. 윤유식 발전산업노조 사무처장은 “동서ㆍ남동ㆍ중부발전 사장은 정해졌지만 남부ㆍ서부발전은 아직 선임이 이뤄지지 않아 5사의 사장들이 모두 직무를 시작하면 공동으로 해고자 복직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 이후 노사간 대화가 아예 단절됐는데 이번 정부부터는 재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의 임기가 아직 남아있는 공공기관에선 냉랭한 노사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2012년 12월 해고됐던 사회보장정보원의 비정규직 상담원 2명은 6년째 복직 투쟁 중이지만 논의에 별다른 진척이 없다. 해고자들은 사측이 재계약을 위한 형식적 절차라며 근로계약종료 통보를 해놓고선 그대로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했다. 봉혜영 민주노총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사회보장정보원은 원직 복직이 아닌 신규 채용을 제안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른바 ‘안종범 라인’으로 분류되는 현 임병인 원장 체제에선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비정규직 기간제 연구원으로 일하다 재계약 거부 통지를 받았으나 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결정을 내린 공공연구노조 소속 3명의 노조원도 2명은 복직이 결정됐지만 나머지 1명은 아직 검토가 진행 중이다. 공공연구노조 관계자는 “이들이 속한 해당 연구원장이 지난달 퇴임했는데 기관장 인선이 마무리되는 데로 복직 문제도 결론이 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권마다 반복되는 ‘낙하산 인사’가 공공기관의 해고자 문제에까지 고스란히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코레일의 경우 1994년 전국기관차협의회 파업으로 해고됐다가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사회적대타협을 통해 복직됐지만, 정권이 바뀐 2009년 다시 파업에 참가하면서 재해고나 직위해제 된 노조원들이 40여명 가량 있을 정도다. 노동일 경희대 법대 교수는 "부당해고처럼 해고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면 당연히 복직 결정이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제도적인 절차를 밟지 않은 채 마치 기관장들이 취임 축하선물로 일률적으로 복직을 결정하는 것 또한 인기영합주의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기관장 개인의 의사대로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 근로자들을 안정적인 고용상태로 복귀시키기 위한 '공공성'을 갖춘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는 지적도 나온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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