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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로젠버그의 ‘가족’(6.19)

입력
2018.06.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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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버그 부부 재판에서 위증한 에델 로젠버그의 동생 그린글래스. 그는 자기 아내가 누이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로젠버그 부부 재판에서 위증한 에델 로젠버그의 동생 그린글래스. 그는 자기 아내가 누이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1953년 6월 19일 미국인 줄리어스-에델 로젠버그 부부가 원자폭탄 관련 기밀을 소련에 넘긴 혐의로 사형 당했다. 정보를 빼내 줄리어스에게 건넨 건 맨해튼 프로젝트 로스 알라모스 기지에 근무하던 에델의 동생 데이비드 그린글래스였다. FBI가 형 집행정지를 미끼로 처형 직전까지 자백을 종용했지만 로젠버그 부부는 끝내 결백을 주장했다.

뉴욕 좌익 운동권 출신인 부부는 1939년 결혼해 두 아이를 두었다. 줄리어스는 그 해 말 미국 공산당에 입당했다. 에델도 남편의 정치 활동에 동조했고, 3년 아래 동생 그린글래스도 매형인 줄리어스를 흠모해 공산당 지지자가 됐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줄리어스는 40년 미 육군 통신대 군무원으로 취직했다가 공산당원이란 사실 때문에 45년 해고당한 전력이 있었다. 기계공 출신으로 참전한 그린글래스는 44년 부사관으로서 로스 알라모스로 발령받아 원자폭탄 기폭 장치 제조팀에서 일했다.

그는 줄리어스의 뜻을 좇아 45년 중반 무렵 폭탄의 기계적 원리를 묘사한 조야한 스케치 12페이지를 전달했고, 그 해 9월 줄리어스의 집에 들러 기밀 메모를 전달하기도 했다. 1950년 7월, 독일 출신 물리학자 클라우스 푹스 등 원폭 스파이들이 체포되면서 그린글래스와 로젠버그 부부도 체포됐다. 그들이 전달했다는 기밀의 정보 가치에 대해서는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다. 줄리어스 부부는 스파이라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기소와 재판 과정에서 유죄의 결정적 증거는 그린글래스와 그의 아내의 진술이었다. 그린글래스는 자신이 전달한 기밀 메모를 에델이 타이핑했다고 진술, 에델도 적극 가담자라는 점을 부각했다.

로젠버그 부부가 실제 스파이였다는 사실은 90년 소비에트 해체 이후 공개된 문건 등을 통해 확인됐지만, 그들이 주요 원폭 기술을 넘겼다는 기록은 없다. FBI 수사에 협조한 그린글래스는 15년 형을 선고 받고 9년 뒤인 60년 가석방됐다. 그는 80년대 한 인터뷰에서 “실제로 타이핑을 했던 건 내 아내였던 것 같지만, 솔직히 기억이 잘 안 난다”며 “하지만 (허위 진술을) 후회하지 않는다. 내겐 누이보다 아내가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그린글래스는 2014년, 그의 아내는 2008년 숨졌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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