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 기자

등록 : 2017.01.11 18:00
수정 : 2017.01.11 18:00

여행 트렌드를 잡아라 "시설이 아니라 아이디어"

[다시 보자, 매력 코리아]6.풍경만 보는 관광은 옛말

등록 : 2017.01.11 18:00
수정 : 2017.01.11 18:00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강릉 안목항 커피거리. 강릉을 커피의 도시로 만든 시발점이다. 최흥수기자

여행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여행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는 여행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실감할 수 있다.

단순히 멋진 풍경 앞에서 다소곳한 자세를 취하는 이들은 나이 지긋하신 분들뿐이다. 특별한 음식을 먹거나 특이한 체험을 하는 게 여행사진의 주를 이루고, 그도 아니면 특이한 표정이라도 지어야 한다. 기존의 식상한 소비에서 벗어나 색다른 경험을 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여행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관광경쟁력 이젠 아이디어다

김성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경영기획본부장은 “풍경을 보는 관광이 끝난 건 이미 10년 전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엔 인생샷의 인기를 타고 한복 입기, 교복 입기가 큰 호응을 얻었다. 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끄는 10~20대들이 30~40대가 되면 여행 스타일이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라며 “관광 자원이 정부나 지자체 주도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소비자가 직접 생산도 하고 소비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의 소비 패턴이 바뀌면서 경주나 설악산 등 전통적인 관광지들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관광마케팅 업체인 지엔씨21의 전계욱 대표는 “경주나 속초의 관광은 시설 장사다. 예부터 내려온 신라 유적과 설악산만을 가지고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뜨고 있는 건 시설이 아닌 아이디어다. 강원 화천이나 전남 함평, 장흥 등은 그럴싸한 풍경 없이 새로운 즐길거리로 축제를 성공시켰다. 전 대표는 “전통 관광지들은 문화재나 자연풍경 등에 대한 재해석과 현대적인 접목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노력이 부족했다. 이건 가진 게 많아 생기는 상상력의 결핍이다”라고 쏘아붙였다.

2015 한중일 관광경쟁력을 보면 아이디어가 얼마나 절실한지 알 수 있다. 141개국을 대상으로 한 세계경제포럼(WEF) 관광경쟁력 조사에 따르면 전반적인 관광경쟁력 지수에서 일본은 9위, 중국은 17위에 올랐고 한국은 29위에 머물렀다. 특히 자연자원은 중국 6위, 일본 30위인데 한국은 107위로 크게 뒤쳐져 있는 상황이다. 풍경만으론 두 나라와 경쟁하긴 힘들단 이야기다. 결국 문화자원과 관광인프라, 정책, 국제개방성 등이 받쳐줘야 한다. 우리만의 독특한 새로운 관광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대구 근대골목투어 2코스 청라언덕 선교사주택. 최흥수 기자

빅데이터 활용 새로운 관광전략 도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9일 ‘한국관광 100선’을 선정해 발표했다. 2013년에 처음으로 도입돼 2년에 한 번씩 지역의 대표관광지 100곳을 선정해 홍보하는 사업이다.

이번 100선에는 인천 송월동 동화마을, 전북 삼례문화예술촌, 광주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제주 지질트레일, 강릉 커피거리처럼 기존의 자원을 새롭게 해석하고, 이야기가 강조된 곳들이 새로 포함됐다. 광장시장, 대인예술시장, 정남진 토요시장,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등 전통시장 등도 100선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관광 100선 선정에는 설문조사, 전문가 평가 등과 함께 빅데이터 분석이 큰 몫을 했다. 통신사와 SNS, 내비게이션 등의 빅데이터를 통해 실제 이동인구, 검색이나 언급된 관광지 등을 기본 자료로 삼았다.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선정이나 시티투어노선 개선 등에도 빅데이터가 활용됐다. 한국관광공사 국내관광전략팀의 문선옥 차장은 “부여에 온 여행객들이 공주도 들르는지 같은 실제 이동 경로를 분석해 10선의 루트를 짜는 데 활용했고, 막연하게 짜놓은 시티투어 노선도 실제 동선을 분석해 개선하는 등 빅데이터의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문 차장은 “SNS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새로운 여행 트렌드에 대한 의미 있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혼밥, 혼술 트렌드에 따른 나홀로 여행도 최근 부쩍 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앞으로 사업에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릉 안목커피거리.

강릉 안목항커피거리 앞 바다.

커피도시 강릉 등 새 관광명물

경포대와 대관령으로만 대표되던 강릉이 커피의 도시가 된 것도 흥미롭다. 90년대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였던 안목항에 커피자판기가 늘어선 것이 그 단초가 됐다. 자판기 옆에 커피전문점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인근에 커피공장, 커피박물관이 들어섰다. 이후 ‘1박2일’ 같은 방송을 통해 유명세를 떨치게 됐고, 안목항의 커피는 이제 강릉 전체의 브랜드로 커졌다. 현재 인구 22만명의 강릉에 카페 수는 약 360곳. 공동화 현상으로 쇠퇴하던 구도심이 하나 둘씩 들어선 카페 덕분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커피미용팩과 미스트, 커피비누와 머그컵, 커피기정떡과 커피빵 등 커피를 재료로 한 배후산업도 발달했다. 커피가 강릉의 문화와 산업까지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색다른 경험을 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전통 관광지에서 한복이나 교복을 체험하는 게 큰 인기다. 사진을 공유하는 데 익숙한 현대인에게 가장 어울리는 소비 트렌드다. 평소 입기 어려운 옷을 대여한 후 개성 넘치는 포즈로 사진을 찍어 SNS를 통해 자랑하는 것이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한복체험은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새로운 관광상품을 만드는 관광벤처들도 많이 등장했다. 정부는 관광벤처 기업을 선정해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간 융복합, IT기술 접목 등 혁신적인 사업 아이디어 발굴 지원을 통한 관광산업의 외연 확대 및 청년 일자리 창출이 주요 목적이다. 정부의 관광벤처 사업은 2011년 처음 시작해 지난 해까지 344개 사업체를 발굴했다. 관광벤처 기업의 3년차 생존률은 70%가 넘어 일반 창업기업 대비 2배에 달한다고 한다. 관광벤처 우수사례로는 아웃도어 액티비티 상품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프렌트립, 페이스북 ‘오늘 뭐 먹지’라는 코너를 통해 음식관련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는 그리드잇도 우수 사례에 들어간다. 북촌에서 시작한 자전거 인력거 사업체인 아띠인력거도 관광벤처기업이다.

이성원 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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